미국 외교 당국자가 북한과 막후 접촉을 가졌던 사실은 지난 13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국하면서드러났다. 당시 국무부는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특별대표가 지난 6일 뉴욕에서 북한 유엔 대표부와 접촉해 웜비어 건강상태를 전해들었고, 윤 특별대표가 12일 의료진을 대동하고 평양에 들어가 다음 날인 13일 웜비어와 함께 귀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관들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평양과 유럽 주요도시에서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 국장 등과 1년 넘게 접촉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WSJ은 최선희 국장을 '마담 최선희'로 표현하면서, 미국 관리들 사이에서 최 국장이 잘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또 최 국장이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김정은에게 직접 연결되는 인사인 것으로 믿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이 빌 클린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진행된 북핵 및 미사일 관련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해와 올해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미국 간의 반관반민 접촉을 중재했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파운데이션의 수전 디마지오 선임연구원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국하면서 향후 (북미)외교관계 구축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이 나머지 3명의 미국인 억류자들을 즉시 석방할 경우 잠재적으로 진지한 (북미)대화의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스위스에서 열린 이른바 트랙2 반관반민 회의에서 최선희 국장을 만났던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최선희 국장을 만난 참석자들이 느낀 것은, 북한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을 매우 정확하게 전달할 수있는 인물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국장은 "경험과 인맥 때문에 매우 중요한 교섭 담당자(interlocutor)"라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정가의 대표적인 북한통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역시 지난 해부터 뉴욕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20차례 넘는 접촉을 가졌다. WSJ은 대부분의 접촉은 북한의 유엔 대표부 인근 팜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이뤄졌으며, 주로 웜비어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은 지난 해 9월 측근을 평양으로 보내 웜비어 석방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 리처드슨은 WSJ에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국하면서 북미간의 대화 분위기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또 김일성, 김정일 때와 달리 김정은 체제에서는 미국 국민 억류 문제를 전적으로 정찰총국이 관장하고 있으며, 따라서 외무성이 웜비어의 상태에 대해 몰랐을 수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 3월초 조셉 윤 국무부 북한 특별대표가 뉴욕에서 최선희 국장 및 북한 외교관들을 만날 예정이었는데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이 암살되면서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3월1일과 2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간 비공식 대화에는 최선희 국장 등 당국자 6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취소됐다.
하지만 윤 특별대표는 지난 5월 노르웨이 정부와 뉴아메리칸 파운데이션이 오슬로에서 개최한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해 최선희 국장을 만났다. 트럼프 정부들어 첫 북미 현직 외교관의 만남이었다. 이때 윤 대표와 최국장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2시간동안 웜비어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만 해도 최국장은 웜비어의 혼수상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최 국장은 윤 대표에게 북한에 억류된 미국 국민들을 스웨덴 외교관들이 만날 수있게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출처 | http://blog.naver.com/sunfull-movement/2210330655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