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일로 이제서야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더민주 여성의원실 21곳에 모두 전화할 생각은 없었는데 의원실 몇 곳에 전화를 하다보니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고 있다는 얘기들이 있어서
제가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모든 여성의원실에 그와는 다른 의견도 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 전화를 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제가 전달한 의견은 되도록 생략하고 각 의원실 이야기 위주로 적겠습니다.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인재근 의원실이었습니다.
백혜련 의원이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 청와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데 뜻을 함께 하셨냐고 묻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렇다 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그 답변에 바로 이어서
"그뿐 아니라 현재 의원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라는 얘기까지 나와서 제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달라는 의견도 많기 때문에
제 생각과 같지 않더라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진 말아달라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여성주의에 매몰되어 스스로 정치적 한계선을 긋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저도 한 번 더 강조했습니다.
백혜련 의원실에는 틈틈이 전화 통화 시도를 했지만 통화중이거나, 신호는 가는데 받지않거나 해서 결국 통화를 못 했습니다.
제윤경 의원실에서는 탁현민 행정관 관련하여 문제가 있는 발언이라고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것이 꼭 반대 의견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문맥상 그렇게 들릴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건 기사가 그렇게 나간 것일 뿐 꼭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상희 의원실에서는 의원 입장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얘기하고는, 보좌관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긋고나서 한참동안
여당이라고 청와대 잘못을 감싸고 돌면 오히려 청와대에 독이 된다, 그러면 우리가 야당과 다를 바가 없다 등등등
일장 연설을 하며 제가 끼어들 틈조차 잘 내어주지 않더니, 겨우 제가 말을 시작하니까 듣고 있다는 신호조차 없이 침묵해버려서
불쾌하게 통화가 끝났습니다.
정춘숙 의원실에서는 그동안 탁현민 행정관 임명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던 것은 맞지만,
청와대 의견 전달 동참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사람을 감싸고 도는 것은 우리가 야당과 같은 수준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한참을 얘기하길래 저도 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보좌관이 그건 아니죠, 그럴 순 없죠, 라고 가르치듯 응하던 끝에
여성의원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 전화가 더 많다며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해서 답답한 상태로 통화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남인순 의원실에서는 탁현민 행정관의 지난 발언이 문제가 있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청와대 인선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외부적으로 의견 표출을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송옥주 의원실에서는 탁현민 행정관의 지난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입장 표명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는 중이며, 청와대 의견 전달 동참 여부를 확인해 줄 의무는 없다고 했습니다.
권미혁, 유승희, 전혜숙 의원실에서는 의원 외부 일정이 계속되는 관계로 당분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김영주 의원실에서는 최고의원인 관계로 의원 개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유은혜 의원실에서는 스케줄상으로 여성의원들과 함께하신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외부 일정으로 정확한 입장 확인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제 의견을 정성스럽게 들어주셔서 평소 더민주 여성의원들의 기자회견이나 성명서 발표에 공감하지 못했던 일이나
여성의원들이 행동해야 할 때 오히려 침묵하며 방관한다고 느꼈던 일들까지 이야기를 다 했는데
끝까지 잘 들어주시고 꼭 보고 하겠다고 하셔서 고마웠습니다.
한정애 의원실은 탁현민 행정관에 대한 여성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는데
표창원 의원의 징계요구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 때문에 이번에도 싸잡혀서 항의 전화를 받고 있어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야당과 달라야 한다며 요즘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다는 의견을 말하는 보좌관과 한참 이야기 하다보니
얼마나 생각 차이가 큰지만 확인하게 되어 서로 무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김현미, 박경미, 손혜원 의원실에서는 동참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혀 주셨습니다.
박영선, 이재정, 진선미, 전현희 의원실에서는 의원 외부 일정 관계로 개인적인 확인은 어렵지만,
탁현민 행정관에 대한 여성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대해 의원실로 전혀 얘기가 들어온 바가 없다고 확인해 주셨습니다.
추미애 의원실에는 의견 전달을 부탁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의원실이라고 밝히면 곤란하게 되실까봐 별도로 올릴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건 여성의원들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번에 백혜련 의원이나 제윤경 의원이 했던 것처럼 먼저 언론과 접촉해서 단순히 개인 의견으로만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더민주 여성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얘기를 해버리게 되면, 그에 대해 반대 의견을 말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된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니, 의원들이 각자의 이름을 올려서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의원 개개인이 인터뷰에서 다른 의원들의 의견까지 수렴한 듯한 느낌을 주는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됩니다.
알아야 바꾼다는 말이 또 한 번 생각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