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 마케팅의 가장 큰 역점은 케릭터였습니다. 엉밑살과 스타킹에 살포시 매어지는 절대영역으로, 니어의 2B는 출시 전부터 유명했었습니다. 심지어 엉덩이 보려고 게임 산다던 사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엉덩이는, 게임 상에 별 쓸모 없는 자폭기능을 넣을 정도로 제작진 사이에서도 꽤 중요하게 여겨졌나 봅니다. 사실 엉덩이만 봐도 게임의 절반값은 뽑아낼 수 있겠더군요. 참 잘 만들었습니다.
얼마전, 모 유튜브를 보다가 다크소울3가 성공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본 적 있었습니다. 그 유튜브에서는 다크소울 3의 성공 이유를 '회자'라고 하더군요. 회자는 맛있는 고기라는 뜻입니다. 맹자에서 처음 나왔던 단어일겁니다. 아님 말고요. 여튼, 물리도록 씹어야 만족할 수 있는, 또는 물리도록 씹어도 물리지 않는 그런 맛이 바로 회자입니다.
니어가 그런 맛을 지니고 있는가? 라고 할 때에, 니어를 해본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이야기하시겠습니까? 스토리요? 니어의 스토리는 굉장히 단정적이고, 완결적입니다. 열린 결말이 아니죠. 레지스탕스와 기계생명체의 대립? 이미 기계생명체의 존재의의를 생각하면 끝난 말입니다. 달리 뭔가를 더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케릭터요? 안타깝게도, 니어에 등장하는 케릭터들은 단면적입니다. 기계생명체와 안드로이드의 모순은 잘 풀어두었지만, 2B는 한결같이 여신같고, A2는 한결같이 전형적인 여성 주인공이며 9S는 어랍쇼, 애초부터 잘못된 놈이었습니다. 엉덩이 이외에 크게 뜯어볼게 없다면 참 슬픈 일입니다. 니어에서 두고두고 즐길만한 것은 BGM 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모든 bgm이 최종보스같은' 과한 웅장감을 표현하는 것은, 게임 내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됩니다. 쫄다구 몇 마리 잡는데 긴장감은 무슨 끝판 대장급입니다. 무슨 괴리인가요 이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어는 참 잘만든 게임입니다. 니어 오토마타는 제게 횡스크롤 jrpg를 처음 시작하던 그 때의 감성을 되살려 줬습니다. 강력한 보스, 멋지고 화려한 액션, 매력적인 케릭터는 모두 시너지를 내며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모든 비평과 불만은, 실은 이런 아름다운 경험을 이어지게 하지 못한 제작사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