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뭘 좀 찾다가 우연히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두꺼운 앨범이 5권정도 있었는데, 엄마가 태어나시고부터 10대, 20대, 30대 시절 추억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앨범을 보는데 자꾸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전 엄마랑 이야기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늘 궁금해하면서도 물어보지 못했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의 엄마는 우등상, 개근상, 각종 대회 상장을 휩쓸고 다니셨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생대회 상장이 제일 많네요.
저희 엄마는 지금도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시고, 뭘 꾸미는 것도 좋아하시거든요. 저는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곤 졸라맨(...) 뿐이라
말은 못했지만 내심 어릴 때부터 엄마의 그림 실력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봐도 정말 잘 그리시거든요.
20대의 엄마는 원하시던 학교에 들어가셨고, 여행다니는걸 참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온갖 국내 여행지의 사진이 잔뜩 있었습니다.
벚꽃과 함께 찍은 엄마 사진은 제가 봐도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제 어릴때부터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엄마가 여행을 다니신 적이 있나? 싶었습니다. 이 생각이 드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대 후반의 엄마는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던 분야의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 때도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행을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편지를 보면 본인 일에 열정적이고, 잘 웃고 따뜻하고 친절한 숙녀같은 사람이라는 칭찬이 많았습니다.
엄마가 하시던 일에 관련된 여러 교육들의 수료증과, 신문에 실린 엄마에 대한 내용이 엄마가 얼마나 일에 열정적이고 열심이었던 사람이셨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엄마는 결혼하고 저를 낳으시며 일을 그만두셨습니다.
어릴 때 엄마와 같이 일하셨던 동료 분한테 들은 말이었는지 어디서 들었던건진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일을 그만두면서 정말 아쉬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저라면 제 자식을 위해 어릴 때부터 원하던 일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에서 그 일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데도 자꾸 눈물이 납니다.
결혼할때즈음부터 멈췄던 엄마의 앨범이 저를 낳고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제가 태어났을때 출생 신고서부터 손도장, 발도장, 제가 처음 몸을 뒤집었을 때, 돌잔치 등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때의 사진들이
굉장히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사이에는 항상 사랑한다, 귀엽다, 잘 자라달라는 엄마의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엄마는 항상 절 그렇게 사랑하고 잘 보살펴주셨는데 저는 그 사랑을 엄마한테 되돌려드리기보단 상처를 많이 드렸던 것 같아
앨범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엄마가 절 위해 많은걸 포기하고도, 제가 엄마를 미워했을때조차 저를 사랑하셨기에
앞으로 제가 받은 사랑을 꼭 돌려드릴겁니다.
그동안 엄마가 느꼈던 슬픔을 넘어설만큼의 행복을 엄마한테 선물할 겁니다.
항상 미안하고 사랑해요 엄마. 직접 말 못해줘서 미안해. 아직은 용기가 안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