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ㅠㅠㅠ요새 미루는 습관이 정말 일상생활의 일들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져서 어떡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같은 습관 갖고 계시다가 고친 분 계시면 도움이나 조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ㅠㅠㅠ정말 너무 심해요...
긴 글 미리 죄송합니다.
원래 중학교~고등학교 때까지는 나름 성실했습니다. 할 일 꼬박꼬박 하고, 딱히 미루지도 않고 일정 맞춰서 미리미리 준비해놓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대학교 와서 진짜 진짜 진짜 미루는 버릇이 심각해졌어요. 일상생활 불가능할정도로요.
처음엔 그래도 미루더라도 어떻게든 기한은 맞춰서 과제 다 내고, 시험 준비 철저하게 해가고, 학점 관리 잘 하는, 단순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에 가까운 미루기였는데 요새는 완전히 일상생활이 붕괴한 수준으로 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과제? 매번 기한에 늦어서 교수님께 메일로 온갖 변명을 동원합니다. 시험? 눈뜨고 밤은 새는데 날밤까면서 책 한번 안 펴보고 놉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조차 책 한번 안 들여다보고 놀다가 그냥 소설 한 편 쓰고 나옵니다. 팀플은 오히려 다같이 하는거라 남들한테 피해주기는 싫어서 원래대로 열심히, 남들에 비해 퀄리티 떨어지지 않게 하는데 저 혼자 하는 일들은 제대로 하는 게 단 하나도 없어요..
아래는 제가 망해간(?) 과정입니다..ㅠㅠㅠ
처음에는 심각하진 않았어요..ㅠㅠㅠ
예를 들면 A과제를 내일 아침까지 내야하면 그 전날에 시작해서 당일날 새벽쯤에 끝내고 잠드는 정도..??
그때는 그냥 '아ㅠㅠㅠ또 이렇게 급하게 일을 했네ㅠㅠㅠ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지ㅠㅠ'하고 또 이런 과제수행 패턴을 반복하는 식이었지만 딱히 고쳐야겠다는 의식은 없었어요. 어쨌든 할 일을 다하긴 했으니까요. 그리고 진짜 막 마감 1분 전까지 미루고 그런 건 아니고 단순히 잠이 조금 부족해질 뿐이었으니까 상관 없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정말 턱끝까지 미루게 됐어요. 과제 마감이 12시까지면 11시 58분에 제출하고, 다음날 시험이면 전날에 모든걸 머릿속에 우겨넣는 벼락치기식으로요. 그래도 이때까지는 나름 일하는데 효율성을 추구한 거라고 할 수 있는 단계였습니다...ㅠㅠㅠㅠㅠ미룰 때도 전략적으로 미뤘으니까요...ㅠㅠㅠㅠ그니까 예를들면
1. B과목 시험공부를 하려면, 한 챕터 당 2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총 5챕터를 봐야 하니까 총 공부에 필요한 시간은 10시간이다.
2. 내일 시험 시작시간은 오전 11시이다.
3. 등교시간/준비시간 총 2시간, 중간에 야식먹으며 쉬는시간 1시간을 빼놓으면, 내게 필요한 시간은 총 13시간이다.
4. 그렇다면 시험 전날 오후 9시부터 딱 시작하면 되겠지?
5. 그럼 딱 13시간 동안 모든 일을 끝마칠 수 있도록, 미리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놓는다.(자료 프린트해놓기, 빠진 필기 보충해놓기, 결석한 날 녹음해놓은 파일 들어놓기 등)
6. 시간 보면서 슬슬 각 재다가 오후 9시가 되는 순간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를 다 해내고 시험장 가서 영혼을 쏟은 다음 잠든다.
(시험기간 내내 반복. 과제 할 때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함)
솔직히 이정도까진 괜찮았어요 진짜..ㅠㅠㅠ이때쯤 되면 벼락치기도 노하우가 생겨서요ㅋㅋ큐ㅠㅠㅠ어차피 제가 미뤄서, 급하게 닥쳐야 하는 성격인 걸 아니까 진짜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시간까지는 맘 편히 놀고, 그 뒤부터 불태워서 열심히 하니까 오히려 시간 효율도 좋았고 결과도 나름 괜찮았어요. 과제 평가나 학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구요. 가끔 가다가 시간을 좀 잘못 판단해서 좀 미흡하게 일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 정도면 허용 수준이었습니다.
근데...이게 벼락치기를 해도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까 마음이 느슨해졌고, 오히려 자부심까지 가지게 됐어요. 남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하는 일을 나는 빨리 끝내고도 결과가 잘 나온다, 하는 아주 거만한 마음이랄까요. 아마 그게 원인인 것 같아요. '난 뭐 결국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하는 근거없는 자신감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고. 거기다가 쓸데없이 완벽주의자적 성격까지 더해져서...만약 미루다가 제 스스로가 정해놓은 '과제/공부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긴 수준까지 넘겨버리면 늦게나마 하는게 아니라 아예 손을 놔 버리고 그 과목을 버려버립니다. 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나는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야 라는 생각을 스스로 강화하기 위해서 아예 안 해버려요...ㅋㅋㅋ
이제는 그게 일상생활조차 안 될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앞선 단계에서는 벼락치기를 하더라도, 딱 벼락치기만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놓고 벼락치기를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차 수업 자료 프린트도 안해놓고, 애써 녹음해놓은 파일들은 듣지도 않고, 필기 정리도 해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온갖 핑계로 과제를 미룹니다. 당연히 마감시간은 못 맞추죠. 그러면 교수님께 이 핑계, 저 핑계로 기한을 늦춰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미리 오류난 파일을 보내놓거나, 실수로 과제첨부를 하지 않고 메일을 보낸 척한 뒤 뒤늦게 다시 과제를 보내는 등 온갖 꼼수는 다 씁니다. 그리고 시험공부는 더하죠. 과제는 감점받고 나중에라도 낼 수 있지만, 시험공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제는 책 한번 안펴보고 시험장 가는 건 일상입니다....공부도 안할거면서 밤은 왜 새는지 저도 모르겠네요. 그냥 완전히 죽을 쑤고 나옵니다. 차라리 아예 놀려고 작정하고 공부를 안 하는거면 말을 안하는데, 예전처럼 학점은 잘 받고 싶고 학업 스트레스는 받으면서도 공부는 안 하네요. 그러고서는 제 자신의 한심한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고요.
그리고 정말 제가 심각하다고 느낀게욬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얼마전에 스스로도 위기감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서 진짜 상담이라도 받아봐야하나,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 상담센터에서 '게으름 탈출(?) 프로그램'같은 걸 진행한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하려고 했는데....지원서 쓰는 걸 미루다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지원서 몇백자 쓰는걸 귀찮아서 미루다가 그 프로그램조차 안하더라구요 제가...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된 순간 너무 답이 안 서는 거예요. 막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들고, 난 대체 왜 이렇게 살지? 남들은 말로는 징징대도 다 자기 앞가림 잘 하고 사는데 나는 진짜 이렇게 막장으로 살아서 어떡하지?? 라는 생각때문에 미칠 것 같아요. 해결책은 그냥! 미루지말고! 지금 당장! 하는 거라는걸 아는데 그걸 안 해요. 미치겠어요 진짜. 사실 지금도 과제 12시까지 내는 거 안 하고 이러고 있는 거예요. 책을 펼 생각조차 안 들어요. 막상 시작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란 걸 알고,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솔직히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해내게 될 걸 아는데도, 그냥 그 '시작'을 할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아요....정말 우주괴물이 저를 절벽에 매달아놓고 1시간 내로 안 하면 절벽 밑으로 떨어뜨려버리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움직이기조차 싫어요...
웃긴게 또 뭔지 아세요? 아직까지 자존심은 살아있다는 거예요. 이런 심정이에요. "나는 안 하는 거지 못 하는 게 아니야." "내가 지금 농땡이피워서 잘 안 나오는 거지 막상 하면 잘 해. 난 능력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한심하고 위선적이죠....남들에게는 이런 모습 들키고 싶지 않아서, 팀플이나 발표준비같은 건 열심히 하는데 그걸 제외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모든 일들은 그냥 손을 놨어요.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해요. 심지어 아주 간단한 메일 한 통 보내는 것도 밤새도록 미루면서 안 할 정도예요.
얼마 전에는 한 과목 기말고사를 아예 안 보러 갔어요. 시험 공부 명목으로 밤은 샜는데 당연히 공부는 단 한 글자도 안했고, 시험 봐봤자 쓸모 없다는 걸 아니까 재수강이나 하자, 하는 심정으로요. 근데 그러고나니까 진짜 한심하더라구요. 이럴 거면 수업은 왜 듣고 과제는 왜 해서 냈나. 이따위로 왜 사는건가. 시간이 아깝지도 않나? 남들은 취업준비다 뭐다 열심히 하는데 나는 기본적인 수업조차 안 듣네. 하는 자괴감이 진짜 심해요...
놀면서 뭐 생산적인 걸 하는 것도, 재밌는 걸 하는 것도 아니예요. 그냥 멍하니 인터넷 서핑만 해요. 아까 봤던 뉴스, 봣던 웹툰, 봤던 게시글 보고 또 보고. 하루종일 들여다보고있으니까 재미도 없는데도 계속 들여다봐요. 차라리 뭐 재밌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모르겠는데, 그런것조차 귀찮아서 안 보고 미뤄놔요. 생각해보니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자체를 멈춰버린 것 같네요. 그냥 멍하니 하루종일 컴퓨터, 폰만 들여다보면서 아무것도 안해요. 솔직히 지금 이 게시글을 안 미루고 쓰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예요.
차라리 남들처럼 새내기때 일탈하고 나중에 정신차리는거면 괜찮은데, 저는 해가 갈수록, 매 학기 심각해져가고 있어서 미칠 것 같네요. 조만간 준비하게 될 시험이 있는데, 그것도 혼자 공부해야하는 시험이라 그냥 공부한답시고 백수처럼 놀고만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이런 저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언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