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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좋은 남자 만나고 싶은 마음
게시물ID : wedlock_8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결과보다과정
추천 : 19
조회수 : 3027회
댓글수 : 55개
등록시간 : 2017/06/19 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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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자극적으로 들릴수도 있겠네요..
비공 먹을 수도 있겠지만 담담히 제 경험담 공유하고 싶어서요. 

전 33살에 결혼했는데 결혼하기 전, 부모님과 2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전쟁을 수년간 치르면서 감정의 골도 많이 깊어지고 서로 상처도 많이 받았었죠. 왜냐구요? 당연히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죠.. 

부모님은 딸이 돈도 있도 능력도 있고 똑똑하며 집안도 좋고 사람도 좋고 외모도 괜찮은 남자와 결혼을 하길 원했죠. 
네네.. 뭐 부모님의 바램은 저도 이해가 됩니다. 누군들 저 모든 조건을 가진 남자를 마다할까요? 흔히 말해 저도 판타지처럼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꿈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저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남자가 있냐? 가 첫번째 관문이고 저 남자가 날 좋아할 확률이 있냐?가 두번째 관문이죠. 첫번째 관문도 어렵지만 두번째는 더 어렵죠... 제가 연예인급 외모도 아니고 스펙이 겁나게 뛰어난것도 아니니까요.. 

전 그냥 저랑 비슷한 스펙에 인성 좋은 남자면 되었어요. 욕심 내봤자 될 것도 아니고 제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물론 홍어를 잘 먹고 야구를 즐기면 금상첨화였죠. 
 
하여간 매일매일이 전쟁이었어요. 퇴근 후 집에 오면 책상 위에 놓여있던 선남의 프로필 쪽지. 지긋지긋했어요.  진절머리 날 정도로. 쪽찌에는 "이름, 나이, 부모님 직업, 재산내역, 남자 직업 및 키" 정도의 간략한 내용만. 도대체 이걸 보고 뭘 어쩌라는건지. 이런걸로 사람 판단하는게 정말 넌덜머리 나도록 싫었어요.  

선을 30번은 넘게 본 것 같아요. 회계사, 변호사, 치과의사, 대기업직원, 외국계회사 직원, 은행원 등등 무수히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선자리에 나왔어요. 
결과요? 하하하.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갈 만큼의 상처만 잔뜩 받은 나날들이었어요. 

"술 못해요? 술맛 떨어지네"
"허리가 긴 건가요? 앉은 키가 크시네요"
"어휴 키가 정말 크시네요. 산이 걸어오는 거 같아요"
"생선 못 바르는 게 자랑이에요?" (생선 잘 못 발라먹는다고 하자)
"전 글래머 좋아하는데 ㅇㅇ씨는 아닌 거 같아요"
"좌우명이 뭐에요?" (제 삶의 비전을 물어보면서 하던 질문..)
"나중에 남편이 사업하겠다고 하면 지원해줄거에요?"
"부모님은 건강하시죠? 지병이 있으시거나..."
"ㅇㅇ씨도 보톡스도 맞고 해요~" (쁘띠성형이 유행일때 대화하던 중)
"치열하게 살아봤으면 얼마나 살아봤다고, 나만큼 해봤어?" (멘사회원이시던, 영재 상위 5프로인가 암튼 그 정도 되는 분과 선 봤을때)

부모님 체면 생각하느라 욱해도 그냥 웃으며 참았던 나날들. 진짜 인생에서 벼랑으로 몰리는 느낌이었어요. 인연은 있는 걸까, 내 성격이 어디 이상한가, 애교가 너무 없는 건가, 말투를 바꿔야 하나, 옷 스타일을 바꿀까, 성형을 할까... 등등 정말 자괴감도 많이 들고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자존감을 잃었었어요. 마지막에는 한 남자분께 성희롱까지 당하면서 집에서 부모님과 정말 인연 끊을 생각으로 더 이상 나에게 선보라고 하지 말라며 악을 쓰며 울었어요. 뭐... 부모님이 그 때 "니가 뭔 소리를 했으니 상대방이 그런거 아니냐"며 상대방을 쉴드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여자분들, 조건? 그거 별 거 아니에요.
전 지금 저만을 아껴주며 가정에 충실한 한 남자를 만나서 알콩달콩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인연을 만나는 건 면접이 아니잖아요. 키는 몇 이상이어야 하고 연봉은 얼마여야 하고 돈은 얼마있어야 하고.. 이런 거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게 최우선은 아닌거 같아요. 
사람이 좋으니 돈도 따라오고(지인들이 잘 챙겨준다는 의미) 외모도 정우성 뺨치게 멋져 보이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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