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신이 제발 다른 사람한테 갔으면 좋겠어
많은 사람들이 수호신은 그저 미신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분명 너무 진지하게 일을 처리하는 수호신이 있다. 처음엔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아버지에게서 날 안전하게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지킴이. 이야기를 좀 보충해서, 수호신에 의해 내 삶이 돌이킬 수 없도록 바뀌어 버렸던 처음 두 순간을 말해 주는 편이 좋겠지?
처음은 다섯 살 생일이었다. 아버지는 (아무도 오지 않았던) 생일 파티가 끝난 후에 집에 돌아오셨는데, 이미 잔뜩 술에 취해 화나 계셨다. 언제나 머리 꼭대기까지 술에 취해 계셨던 변변찮은 아버지였지만, 그 때 처음으로 나를, 자신의 딸을, 온전히 살기 어린 증오로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뭘 했기에 그러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그 때 아버지가 내 얇은 목을 낚아채 벽에 밀어 붙이고선 내 얼굴에 술냄새를 풍기며 고함을 질렀던 것 같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져갈 때, 무언가가 머리 위에서 움직였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그 순간 수호신이 방에 들어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위에서부터 아버지의 머리로 내려앉은 그것은, 그를 강하게 타격하여 나에게서 떨어져 쓰러지도록 만들었다. 난 바닥에 꽤나 강하게 떨어졌다. 그 다음 기억하는 장면이 눈을 뜨고 폐에 공기가 가득 차오르는 고통으로 헐떡대는 것이기에, 아마 그 때 잠시간 기절했으리라 생각한다. 내 옆에 누워 있던 것은, 얼음처럼 차갑게 경직된 아버지의 시체였다. 그의 이마는 무언가에 강하게 가격된 것 마냥 안쪽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그 날 이후, 경찰이 아버지의 난폭하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수사하는 몇 주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운이 좋게도, 그 때 당시 내가 아버지를 죽이기엔 너무 작았고 다쳐 있었기에 엄마한테 보내졌다.
5년 뒤, 내가 대충 10살 정도 되는 때였다. 여전히 몇년 전의 그 날 때문에 매주 두 시간씩 전문 심리상담사이신 Mr. Darkly를 뵈러 가곤 했다. 내 생일 한 달 뒤, 수호신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번에는 도둑한테서 날 구해 주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엄마가 덤벙대다 닫는 걸 깜빡했으리라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후,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날 아껴주는 멋진 엄마로 변했고 우리 둘은 마치 친구처럼 지냈다. 하지만,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무언가 더 안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건 분명했다.
바닥에는 누군가가 진열장을 뒤지며 생긴 깨진 유리와 접시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식기, 행주, 심지어 냉장고에 있던 음식들 까지도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마치 침입자 자신이 뭘 찾는지도 모르는 듯이. 그때 왜 바로 뒤돌아서 도망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침입자가 벌써 떠났다고 생각했던 건지, 나는 도망치는 대신 더 깊숙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들어가면 부엌과 거실이 보이는 구조의 침실 두 개짜리 작은 우리 집은, 실제로는 하나지만 카펫에서 타일으로 바뀌는 곳에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그 바로 너머에 세개의 문이 보이는 짧은 복도가 있었다. 왼쪽에는 안방, 오른쪽엔 내 방, 바로 앞에는 화장실.
조심스럽게 깨진 접시 조각들을 피해가면서 부엌 바닥을 가로질러 갔다. 복도에서 단지 몇 센치 떨어진 곳에서 실수로 유리컵을 반쯤 밟았다. 작은 소리와 함께 발 아래에서 부서졌다. 거기에 답하듯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아랫배에서부터 공포가 기어 올라왔다.
아직 집 안에 있다.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물체가 빠르게 안방에서 뛰쳐나와 나에게 부딪혔다. 내 등이 거세게 바닥에 부딪혔고, 수많은 유리 조각과 접시 조각들이 등에 박혔다. 그 남자에게서 암내와 술 냄새, 그리고 이상하게도 마늘 냄새가 났다.
비명을 지르며 어린 아이의 제한적인 힘으로 그를 미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앉아 가볍게 내 두 팔을 쳐냈다. 그의 얼굴은 못생겼고, 주름져 있었으며 햇빛에 오래 노출되어 거칠어져 있었다. 더러운 회색 수염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남자의 숨결이 보이지 않는 벽처럼 날 때려왔고, 그는 웃으면서 내 교복 셔츠를 잡아당겼다. 더러운 두 손가락으로 셔츠를 풀면서 다른 손으론 내 머리 위로 두 손목을 잡고 있었다.
스포츠 브라가 드러났을 때, 수호신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방에 들어오는 순간 느낄 수 있었던 투명한 힘의 형태였다. 이번에는 질식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지 않았으므로, 매료와 공포가 반쯤 혼합된 상태로 모든 걸 지켜보았다. 이 보이지 않는…존재가 늙은 노숙자를 내게서 떨어트려 천장으로 치솟게 했다. 그곳에서 노숙자는 무언가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온갖 욕설을 뱉어내며 무언가가 목을 쥐고 있는 마냥 목을 쥐어뜯고 있었다.
딱 하는 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고, 그는 얼굴이 180도 돌아간 상태로 점점 축 늘어졌다. 그의 몸이 한 쪽으로 기울었고 구역질 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얼굴은 내 얼굴에서 불과 몇 센치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두 눈은 공포와 충격에 굳은 채로 크게 열려 있었고, 난 그저 그 자리에 누워 부분적으로 노출된 채로 떨면서 숨을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수호신은 내 위를 맴돌았다. 여전히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보지 않고도 나는 그것이 대충 성인 남성의 크기이며 어째서인지…도착하기 전에 내가 이미 다쳐버린 걸 슬퍼하고 있다고 알 수 있었다. 그 존재에게서 무언가 다른 감정이 전해져 왔다. 맹렬한 헌신. 그 때가 이 수호신이 다시는 내가 위험한 상황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과 나에게 약속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저 날 죽게 내버려뒀으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 미안하지만 엄마가 밖에서 부르고 있다. 사실 상담 받으러 가는 날인데 Mr. Darkly와의 상담 시간이 가까워져서 차로 달려가야 한다. 내일 이어서 쓰기로 약속할게. 뛰어야 돼!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hvnfc/i_wish_my_guardian_angel_would_choose_someone_else/ I wish my guardian angel would choose someone el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