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여 일 전이다. 내가 갓 월급받은 지 얼마 안 돼서 통장이 꽉 찬 때다. 오유 왔다 가는 길에, 뷰게에서 일단 내려야 했다. 맞은편 뷰게에 앉아서 영업을 하던 뷰징어가 있었다. 마침 파데 한 통 사 가지고 가려고 영업 부탁을 했다.
“파데 추천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파데 하나 가지고 영업하겠소? 본삭금 걸고 다른 데 가 물어보우.” 대단히 무뚝뚝한 뷰징어이었다. 본삭금 걸고 지성에 가을웜톤이니 잘 추천이나 해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달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발색샷 올리고 저리 지속력 알아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대충 아무거나 고르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알아보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남은 데이터가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알아보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영업이나 해주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파데 하나 아무거나 추천하는데 무얼 더 알아본다는 말이오? 뷰징어 외고집이시구먼. 차시간이 없다니까요.” 뷰징어는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우. 난 안영업 안 하겠수.”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어차피 본삭금 해서 지우기도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알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안어울리고 늦어진다니까. 가격이랑 발림성니랑 발색도 제대로 알아봐야지, 아무거나 고르먄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로드샵과 백화점 브랜드를 비교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색감을 비교하고 있었다. 데이터를 초과한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영업을 해 가지고 뷰게가 흥할 턱이 없다. 질문자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본삭금만 되게 부른다. 뷰도덕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뷰징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뷰징어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뷰게 파데 왕중왕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뷰게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발색샷과 흰 똥퍼프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뷰징어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집에 와서 영업당한 파데를 내놨더니 언니는 이쁜 파데라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언니의 설명을 들어 보니, 톤이 안맞으면 너무 허옇게 붕뜨며, 지성 건성에 안맞으면 속당김이 있거나 번들번들해진단다. 요렇게 지속력 오래가고 예쁘게 무너지는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뷰징어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리뷰는 솔직하게 쓰는 것기에 좀체로 실패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새 리뷰는 협찬 받기가 대부분이기에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화장품 영업할 때, 자연스러운 조명 아래서 제품을 팔뚝에 흠뻑 칠한 뒤에 보정없이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한 뒤에 비로소 올린다. 이것을 발색샷 찍는다고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뽀샵에 보정 떡칠해서 직접 올린다. 금방 걸린다. 그러나 색을 제대로 못본다. 그렇지만 요새 내돈주고 사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발색샷 올릴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협찬만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화장품을 사면 가격은 얼마, 세일은은 얼마, 직접 사서 리뷰했고, 직접 산 것은 세 배 이상 노력이 들어갔다. 눈으로 보아서는 직접 산 건지 협찬 받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말을 믿고 사는 것이다. 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어느 누가 내돈주고 산 것도 아닌데 않는데 직접 발색샷 찍을 이도 없고, 또 그것을 믿고 사 줄 사람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블로그는 블로그요 방문자수는 방문자수지만, 리뷰를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진솔한 리뷰를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공예 영업글을 만들어 냈다. 영업글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뷰징어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영업을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뷰징어가 리뷰어들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진솔된 영업글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뷰징어를 찾아가서 후기에 발색샷이라도 올리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사진을 들고 그 뷰징어를 찾았다. 그러나 그 뷰징어가 댓글 쓴 글에 뷰징어의 댓글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지운 댓글 흔적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스크랩된 파데 왕중왕을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카드값 끝으로 텅장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텅장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영업글을 쓰다가 우연히 텅장 끝에 걸린 잔고를 바라보던 뷰징어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이만큼 사면 되는 것이오? 이만큼 더 사야합니다 전하!’ 뷰게의 공식짤을 들어보았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언니가 내 파데를 뜯고 있었다. 전에 똥퍼프로 톡톡 두들겨서 바르던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