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차오른다.
병신년, 거리마다 넘실대던 분노의 크기와 깊이만큼 장엄하고 뜨겁게 타올랐던 횃불은 낡고 부패한 한 줌의 권력을 태워, 재가 된 터 위에 새로운 국민권력을 세워올렸다.
거슬러 1987년, 반도를 흔든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뜨거운 함성과,
더 거슬러 1980년, 핏빛 서린 총칼에도 스러지지 않고 온몸으로 '군부독재 타도, 민주주의 만세'를 울부짖던 남도의 격렬한 저항 위로,
2016년 겨울, 들불처럼 타오른 횃불은, 일제의 앞잡이 친일이 다시 미 군정의 앞잡이가 되어 반공으로 몸을 숨기고 땅과 자본을 들이 삼켜 이 땅을 노예처럼 유린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고 새겨진 헌법의 이름으로 위정자를 태워버렸다.
봄이다, 바야흐로.
이토록 두근거리고 설레는 봄이었다니.
바다 깊이 묻혔던 노란 진실이 건져 올려졌다.
달빛이 휘영청 출렁이는 밤,
수리부엉이가 바람을 갈라 날갯짓을 시작한다.
세상을 비판하는 국민을 다 집어넣을 수 있다고 믿었던 세력,
안보로 국민을 속이고 영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위정자,
돈으로 사람을 사고 휘두르며 정권에 몇 푼 쥐여주면 영생할 거라 믿었던 기업인,
내가 쓰면 진실이 되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병신도 영웅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언론인,
그들을 쫓아 달의 불빛 따라 수리부엉이가 힘차게 날아올랐다.
들쥐처럼 은밀하게 축적해둔 부정한 명예와 권력,
미친 듯 파묻어둔 세금 하나하나 파헤쳐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을 것이다.
허튼수작 하지 마라.
너의 폐부 깊숙이 발톱이 박힐 것이다.
쥐 죽은 듯 납작 엎드린 네놈들 육신 위로,
쥐 잡듯 소란스런 한판굿이 끝나면,
달이 새날을 밝히는 붉은 해로 다시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