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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정치 성향 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분. 저 말고도 있으시겠죠.
게시물ID : sisa_954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의동탕웨이
추천 : 14
조회수 : 692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7/06/10 23:47:50
 
 
참 외로운 일입니다.
남편, 친정, 시댁. 부모님들부터 형제자매까지 단 한 사람도 없어요. 단 한 사람도.
 
남편은 제 성향을 당연히 잘 아니 저 존중해 주느라 제가 하는 얘기 들어 주고 적당히 맞장구도 쳐 줍니다. 고마운 일이죠.
그래도 무려 대구경북 부모님 밑에서 자라기도 했고 정치 자체에 관심이 저 만큼 있질 않으니 대화 하는데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도 찍을 사람 없는데 아내가 하루 하루 혼자 안달복달을 하고 있으니 '문재인 찍어' 라는 말에 흔쾌히 그러긴 하더라고요.
저쪽에 찍을 만한 사람 있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제일 힘이 들었던 때는 세월호 때였죠.
전 한 주 너무 힘겹게 보내고 가족들이랑 서로 위로 받고 위로해 줘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친정에 갔는데
얘기가 꺼내지기는 커녕 다들 너무 희희낙낙 해서..
내가 우주인인가.. 저 사람들이 우주인인가.. 싶을 정도였었죠..
 
촛불집회도 처음엔 머릿 수 채워야지 이런 생각으로 갔다가, 이내 위로 받기 위해 갔었어요.
나와 같은 생각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이 있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슬퍼했던 일에 같이 슬퍼하는 사람이 있고.
박수치고 웃다가 울다가 화나서 뚜껑 열릴라치면 소리지르고 노래 부르며 풀어내고.
그래서 토요일 마다 애들 남편 다 버리고, 늘 가던 친정도 아파서 못 간다는 거짓말 하며
혼자 광화문 가는 지하철을 타곤 했었죠.
광화문까지의 길은 역시 외로웠지만 곧 해소될 외로움이니 그 외로움엔 설레임이 있었어요.
짧지 않은 길, 그 지하철 안의 공기가 너무 좋았어요.
돌아오는 지하철 안은 따뜻해서
언 몸은 녹여 주었지만 몸이 녹는만큼 다시 외로움이 밀려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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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대통령 기념사에 감동받아 눈물까지 찔끔거린 날이면
누구랑 마주앉아 오늘 봤니 들었니 어땠니 뭐가 좋았니
이런 얘기 하면서 신나 하고.. 너무나 너무나 그러고 싶은데..
정말 어떤 날은 외로움이 사무칠 정도일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미약하게 기대고 있는 게 제 딸입니다.
촛불 집회도 딸이 먼저 가고 싶다 해서 두 번은 같이 갔었고..
노무현입니다도 같이 보러 갔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봉하마을도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답니다..
근데 이것도 딸 아이가 마음이 깊어서.. 엄마 안됐어서 맞춰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오유 드나들면서 많이 좋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원래 댓글 다는 거 안 좋아하는데 이 글 저 글  무의식 중에 막 다다다 달다가 지우기도 하고 또 달기도 하고 요새 그러고 있네요 하하
 
 
 
다음 생에 사람으로 또 태어난다면
정치 성향 같은 사람과 꼭 한 번 결혼해 살고 싶네요(외로워서 미친 건가 결혼을 또 해 보고 싶다니).
술 한잔 하면서 토론도 해 보고.
여기 저기 의미있는 곳 찾아 여행도 함께 하고.
다음 생 그곳에도 언젠가 촛불이 켜져야 할때면
가는 길 돌아오는 길 외롭지 않게 다녀오고.
꼭 한 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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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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