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소위 말하는 자기관리 잘 되는 사람이에요. 몸매 좋고, 잘 꾸미고 다니고, 친구 많고, 그래픽이나 음향 관련 잔재주도 좀 부리고요, 학창시절 공부도 열심히 해서 최상위권 대학 나온 사람이죠.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고 싶어요.
A는 자기관리 열심히 했어요. 그렇다고 A에게 과체중인 사람, 꾸미지 않는 사람, 친구 없는 사람, 학벌 낮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나요?
당연히 아니죠. 그게 핵심인 거예요.
자기관리 관련된 글과 댓글을 보며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누군가 과체중으로 살아가며 겪는 차별과 멸시에 대한 아픔을 토로했고, 누군가 `너는 자기관리를 안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불평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논점은 `타인의 자기관리를 논하는 것은 오지랖이고, 그 누구도 자기관리, 노력 여부에 따라 타인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대체로 댓글 흐름은 체중 조절이 자기관리인가 아닌가에 대한 사실판단 위주로 흘러가더라고요.
솔직히 말해 전 그 논쟁이 상당히 무의미하게 보였거든요. 너무 케바케인 문제잖아요. 체중 조절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해 버리는 제 친구같은 사람이 있고, 야채 위주 저탄수화물 식단에 운동까지 병행해도 체지방이 느는 제 어머니같은 사람이 있겠죠.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안 빠져 억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살찌는 것에 대해 아무 신경도 안 쓰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결론적으로 이 문제에 있어 체중 조절이 자기관리냐 아니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요. 사람마다 각자 다 다르니까요. 뭐, 체중조절 증명서 같은 거 발부해서목에 걸고 다니면 그거 보고 다이어트 열심히 한 사람은 뚱뚱해도 그러려니 하고 다이어트 안 한 사람은 손가락질 하고 욕할 건가요?
간단하게 가요. 그 누구도 타인을 자기관리 여부 따위로 비난할 수 없어요. 내가 48kg으로 살 건지 75kg으로 살 건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고, 당신이 내 선택에 간섭할 권리가 없듯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내게 있어요. 당신에겐 이유 없이 나를 비난하거나 멸시할 권리가 없어요.
`뚱뚱한 사람을 멸시하는 사회에서 뚱뚱하기로 선택했다면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겐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네요.
`노출 있는 옷이 남성을 자극하는 걸 알면서도 노출 있는 옷을 입었다면 성폭행 당해도 할 말이 없지 않느냐`
두 질문의 공통점이 뭔지, 두 가지 케이스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군지, 가해자가 폭력을 행사할 `명분`이 존재하는지, 만일 존재한다면 그 명분이 타당한지 곰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