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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의 총수 김어준과 메이저 팟캐스트 언론인 김어준
게시물ID : sisa_9526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우율무차
추천 : 3/28
조회수 : 2221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7/06/05 15:12:04

편의상 존대를 생략한 글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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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식어들어갈 줄 알았던 더플랜 이야기가 뉴스타파의 반론보도를 기점으로 다시 불타올랐다.

https://brunch.co.kr/magazine/vote

더플랜 논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에서 연재된 4편의 글이 제대로 설명하고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이 논쟁은 우리나라 선거제도에 대한 중대한 논의이기도 하지만
언론인으로서의 김어준이 가지는 문제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김어준이 본인의 이중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어준의 이중적인 포지션이란 다음 두 가지 포지션을 왔다갔다하는 그의 행보이다.

1. 딴지일보의 수장 김어준.

2. 메이저 팟캐스트 진행자 김어준.

김어준은 딴지일보를 통해 언론인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딴지일보를 오래 지켜본 애독자로써, 딴지일보의 전통적인 강점은 '소설쓰기'다.
알려진 사실에 근거해서, '아마 뒷쪽에선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일이 벌어졌지 않았을까?' 라는 추리를 덧붙여
팩트에 조미료를 첨가한 여러가지 팩션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그러다보니 뭔가 음모론적인 성향을 띄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팩트에 대체로 기반한 이야기지만 기사 내용이 100% 팩트는 아니니까.
한 때 신설 과학칼럼이라면서 "달은 외계인이 만든 인공구조물이다"라는 내용의 SF소설까지 연재됐었으니 뭐 할말 다했다.

이런 소설쓰기 추론능력은 나꼼수에서 악마기자 주진우의 소스제공과 적절히 버무려지면서
쓰레기 언론과 가짜뉴스가 판치는 우리나라 언론판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꼼수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음모론스런 이야기지만,
워낙 정교한 음모론이라 사실과 99% 일치해버리니 음모론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경지에 올라버렸다.
그렇게 나꼼수를 기점으로 김어준의 포지션이 1에서 2로 변경됐다.


지금은 우리나라 시사 팟캐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김어준이다. 더 말할 필요가 있는가.
그의 영향력은 KBS, MBC 등 메이저 언론에 비견될 정도로 커져있다.



근데 김어준 안에서 이 두 가지 성질이 짬뽕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이러한 괴리의 첫번째 신호탄이 '더 벙커' 직원 해고 사건이다.
김어준과 딴지가 운영하는 '더 벙커'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이 부당한 근로계약에 피해를 입었다며 나온 것이다.
김어준도 관련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며 잘못을 인정한 사건이다.


딴지일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딴지일보 필진과 직원일동은 제대로 돈을 받지 못 하는게 일상 다반사이기 때문에
노동법이고 뭐고 존중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걸 당연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을 직원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까.
딴지일보는 분명 총수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주종관계로 운영되는 단체였다.
근데 딴지의 사이즈가 커지면서, 총수의 추종자가 아닌 사람이 그룹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딴지와 김어준은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더플랜도 마찬가지의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

김어준은 더 이상 딴지시절처럼 '요런 소설을 써볼 수 있지 않냐?', '야, 내가 그럴듯한 외계인 소설 써봄 ㅋㅋㅋㅋ'
하면서 낄낄댈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의 '음모론'은 너무 믿음직스러워졌고,
그의 '매체'는 돈도 없고 보는 사람도 별로 없는 딴지일보가 아니라 수십만명이 듣는 팟캐스트로 바뀌었다.

알려진 팩트들에 MSG를 잔뜩 쳐놓고,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좀 많이 다른 이야기를 만든 다음에,
그의 시그니쳐인 너털웃음을 푸하하하 터뜨리며 '이거 졸라 웃긴 얘긴데!'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
김어준의 이야기는 너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
일단 오늘날의 김어준이 파파이스나 뉴스공장에 '과학칼럼' 이라면서 '달 인공구조물설'을 푸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지 않는가?
하지만 딴지일보 시절의 글들은 항상 그래왔다.

더플랜은 딴지일보 시절의 김어준이 하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한다.
k=1.5라는 사실이 있다.
그 사실을 가지고 '이런이런 일이 발생했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소설은 매우 그럴듯 하며,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거나, 확인할 수 없다.
애초에 '달이 인공구조물인가?'를 100%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가?
없다.

더플랜도 마찬가지로 '투표분류기가 해킹되었는가?'를 100%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선관위 관리인을 매수하든 뭐든 해서 물리적 보안을 뚫을 수 있었다고 가정하면
전문 해커가 해킹을 실행하고 자기의 흔적도 전부 말소할 수 없는 시스템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만 이는 하나의 소설과 가능성이 제시된 것 뿐이지.
이걸 100% 사실로 받아들여버리면 매우매우 곤란하다.
'더 플랜'과 '달 인공구조물설'은 엇비슷한 수준의 공상과학이다.
일어나는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 얘기다.


근데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박근혜가 국정원 등 국가기관 부정개입은 물론
개표부정까지 저질러서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민주세력 대통령 문재인이 당선된 선거에서도 k=1.6이 확인된 이상, 더플랜이 제시한 박근혜 개표부정설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한 번 개표분류기에 대해 심어놓은 불신은 앞으로도 종식시키기 힘들 것이다.
아니 애초에 종식시키는게 불가능한 지경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불필요한 사회적인 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더플랜 음모론을 제기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김어준의 책임이다.




더플랜을 기점으로, 이제 김어준이 자신을 한 번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어준은 딴지일보 총수인가?
뉴스공장 공장장인가?

그 두 포지션이 시사하는 책임과 역할의 차이가 태평양만큼 넓어지려 하고있다.

촛불과 함께 시대가 변했다.
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될 것이다.
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언론은 잊혀질 것이다.
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시민은 소외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발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김어준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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