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글들을 보니 도움이 되는 말씀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올려 봅니다.
요즘 세계는 시뮬레이션이라는 생각이 유행하고 있는데요.
저는 전산학적/수학적 원리가 철학에도 도움이 된다고(relevant)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제목의 가설에 달려 있습니다.
"존재의 존속은 질서를, 질서는 논리를 필요로 하여, 모든 세계는 논리적인 원리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논리적이라는 말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원리들이 있습니다.
적용 1: 양자화
가령 "무한한 정보는 구현될 수 없다"와 "이미 이루어진 모든 일들은 무한한 계산과정의 완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우리의 세계를 통찰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됩니다.
가령 공이 굴러가면서 모든 위치를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공이 어디까지 진행했다는 결과를 발생시키거나 그 정확한 상황을 결정짓기 위해 중간에 거쳐간 모든 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 그 중간상태는 무한히 많을 수 없습니다.
위치나 에너지량 등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거의 불가피합니다. 당구 게임을 구현하는데 완전탄성을 가정하고 완벽한 위치와 속도를 계산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처음에 공들이 격자점들에 있었다고 해도, 공들이 부딛치게 되면 무리수 값이 잔뜩 발생하게 되고, 계속 부딛치면서 식이 복잡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량이 늘어납니다. 왜 늘어나는가? 과거를 도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 상태에 끼워담고 있는 만큼의 정보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정밀한 값을 압축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극히 많은 입자들의 다중 충돌이 완벽하게 정밀하게 계산되는 세계는 항구적으로 일정하게 운영될 수 없습니다.
적용 2: 결정론
제가 생각하는 '논리적'의 중요한 의미 하나는 "이유 없이 가능성이 제한되는 일"이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말인즉 세상이 여러 방으로 나눠졌든, 여러 겹으로 싸였든 간에, 범위 안의 모든 상황을 결정짓는 근원적인 규칙이 있어서 그건 완벽하게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고, 정보의 절대량은 그 규칙의 정의에 한정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난수 발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면서 생각한 것입니다. 진정한 예측불가능성은 완벽한 인과적 단절을 필요로 합니다. 동전을 던지면 무작위를 얻을 수 있나요? 잡음신호를 걸러내면 얻을 수 있나요? 설령 우리 우주의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정보가 난수 역할을 하여 우리 우주의 역사를 결정론적이지 않게 한다고 해도, 어떤 공통원인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면 우리 우주 내부의 정보는 원자적인 정보가 될 수 없습니다. 가령 우리 우주가 속한 범위를 결정짓는 근원적인 규칙이 1 MB의 길이로 서술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상수들이라면, 우리 우주에서 양자 스핀을 1 GB어치 기록해 봤자 절대정보량은 1 MB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 질문을 하는 것은 무엇을 결론짓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먼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것이고, 논리적인 평가뿐 아니라 도덕/감정적인 성향이 반영된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무식하오니 이해하기 쉽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