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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리메이크] '악행의 경제학'
게시물ID : panic_93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설왕짐보
추천 : 20
조회수 : 2414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6/02 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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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의~1.JPG
 
악행의 경제학
1.
겨우 15살에 불과했던 내 딸은 자신의 나이와 같은 15명의 악마들에게 철저히 유린됐다. 그들은 내 가엾은 딸에게 강간은 물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학대를 자행했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한다.
벌거벗겨진 채 버려진 딸은 겁에 질려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 했고, 부드럽고 하얗던 피부는 온통 그들이 지진 담배 불로 인해 버림받은 달마시안처럼 얼룩덜룩했다.
그리고...
그리고...
... 리고...
아이의 소중한 부위는 술병과 쇠말뚝 그리고 조잡한 주머니칼 등에 의해 난도질 당해 더 이상 제 구실을 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달리기 시작한 절망의 열차는 멈출 줄을 몰랐다.
아이의 치료를 담당한 의사마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발견 당시 따님은 이미 복부 내벽의 파열로 인해 장이 항문 밖까지 흘러나오는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으셨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평생 배변주머니를 지닌 채 살아야만 할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 딸은 15살이었고, 그런 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밤이 새도록 끌어안고 울어 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충격은 따로 있었다.
이 사회의 정의를 수호한다는 법, 그 법이 보여준 얼토당토않은 정의야 말로 나를 비탄에 빠지게 했다.
"피고들의 죄질이 극히 좋지 못하고 한 소녀의 신체와 인권을 심각히 유린했다는 점에서 분명 엄히 죄를 물어야 하나 범행 당시 피고들의 나이가 성인이 아닌 청소년에 불과하다는 점, 일정금액의 공탁금을 걸어 합의에 이르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깊이 뉘우쳐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각각 3년간의 보호관찰에 처한다."
악마들은 딸 만큼이나 어렸다.
그들 대부분은 16세에서 19세에 불과한 청소년들이었고, 그런 그들에게 이 세상의 법은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한 아이의 인생을 파멸시켰음에도 내려진 법의 처벌...
‘3년간의 보호관찰
그것은 사실상 무죄와도 같았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날 법정을 떠나던 악마들이 나를 향해 흘렸던 조소를...
킥킥 거봐 크크큿
그리고 그 악마들을 옹호하는 저주스런 괴물들
그 년이 꼬리를 쳤으니까 그런 거지! 멀쩡한 애들이 왜 그런 짓을 해!”
그 밤에 나돌아 다닌 년이 문제지. 사내가 계집 좋아하는 게 왜 죄야!”
니들 고생했다. 하필 그 찐따랑 엮여가지고는...”
그 곳에 깊이 뉘우쳐 반성하는 이는 없었다.
오직 통곡하는 아버지와 그를 앞에 두고 기뻐 날뛰는 악마와 그 가족, 친구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분노했다.
세상의 그 어떤 부모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곧장 손에 잡히는 것을 쥐어 들고 그들에게로 향했다.
단죄(斷罪)...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내 딸의 유일한 버팀목으로서,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유일한 개체로서 그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죄에 합당한 벌을 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 소설과는 너무도 달랐다.
내 심장속에 켜켜이 쌓인 분노는 채 토해내기도 전에 제지당했다.
홀로 벌하기에 15명은 너무 많았고, 내 딸이 그리 되도록 방관하던 경찰은 너무나 빠른 대응으로 그들을 보호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특수폭력과 살인미수라는 죄목으로 유치장에 가뒀다.
그렇게 딸은 죽었다.
경찰은 유치장 안의 내게 딸이 제 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코 그 악마들이 다시금 딸을 찾아가 겁에 질린 아이에게 또다시 협박과 조롱을 일삼았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어렵게 유치장을 나왔지만 창살 안과 밖, 그 어디에도 내가 설 곳은 없었다.
딸이 죽은 그 순간, 나는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연옥(燃獄)에 갇힌 것과 다름 없었다.
더 이상 살아갈 의미를 갖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딸이 그러했던 것 처럼 나 역시 목숨을 끊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낯선 건물 꼭대기에 올랐다.
건물의 옥상은 끝없이 높고 한 없이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럼에도 '죽음'이란 두 글자는 나를 조금도 위협하지 못 했다.
외려 곧 딸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벅찰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그를 만났다.
갑작스레 나타나 나를 제지한 그 사내는 자신의 신분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그가 어떤 전능한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안했다.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드리겠습니다. 가슴속의 증오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증오와 복수는 제가 가장 총애하는 재료죠. 자 저와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아 참!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세상에 절대 공짜란 없습니다. 모든 것엔 대가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실로 미심쩍은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미소에는 노골적인 탐욕이 묻어났다.
심장이 뛰고, 나의 이성은 그를 믿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분명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너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어서 빨리 돌아서라 외쳤다.
하지만...
그 어떤 이성적 판단도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과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막을 순 없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거대한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괴물로서 다시 태어났다.
돌처럼 단단한 피부와 이 세상 가장 강한 짐승의 그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얻었다.
나는 알게 됐다.
이제는 비로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말이다.
나는 거짓말처럼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곤 독수리의 그것처럼 매서운 시선으로 악마들을 쫓았다.
맨손으로 내장을 뽑아내고, 더러운 생식기를 찢어냈다.
가증스러운 눈물조차 흐르지 못하도록 눈알을 파내고, 거짓 참회를 토해내는 목덜미를 꺽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빌고 또 애원했지만 그들의 뒤늦은 반성은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들의 울부짖음이 곧 내게는 희열이었고, 그들의 피와 눈물이야 말로 나의 갈증을 해소할 유일한 오아시스였다.
그렇게 정확히 15구의 시체를 딸아이의 빈소 앞에 내던지던 그 밤...
그가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그가 돌아온 이유가 대가를 받기 위함이라는 걸.
역시나 그는 빈소 앞에 쌓인 처참한 시체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 섬뜩한 미소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어쩌면 그는 나의 영혼을 빼앗아 영원의 불길 속에 가둘지도 몰랐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간절한 바람을 이루었고, 후회 또한 없었다.
단지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그저 마지막으로 죽은 딸아이를 한 번만이라도 안아주고 싶다는 바람뿐.
그것 하나였다.
나는 힘없이 주저앉아 말했다.
"고맙습니다. 당신과의 거래로 나는 원하는 것을 이뤘습니다. 이제 나는 마음 편히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당신이 원하는 대로 거래의 대가를 가져가십시오. 나의 영혼이든 무엇이든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그 순간의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다. 복수를 이루었기에, 삶에 대한 미련은 털 끝 만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제 곧 그가 나의 영혼을 거두어 성경에서 이른 대로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영겁의 고통 속에 가둘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는 굉장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
"이 봐 당신! 미친 거 아냐? 그게 아니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던가! 내가 지금 이 빈소 앞에서 뭘 주워왔게? 젊고 앞날이 창창한 영혼으로만 무려 15개나 주웠다고, 그런데 뭐가 어째?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당신의 그 비루한 영혼을 뭐? ! 150년 만에 웃어 보는군! 이봐! 당신!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보여?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 따윈 가치가 없어! 별 것 아닌 힘 조금 나눠주고, 그 대가로 얻은 싱싱한 영혼이 15, 이게 남는 장사가 아니면 뭐야? 하여튼 미련한 인간들... 경제관념이란 게 없다니까! 이젠 이 바닥도 효율과 성과가 우선인 시대라고! 헤헤헤 알았으면 난 이만 가볼라니까 댁은 댁대로 일 보슈. 아 참! 힘은 이제 필요 없어보이니 내 거두어 가리다. 그럼 안녕!"
*
그는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천천히 어둠 저 편으로 사라졌다. 멀어지는 그의 등 뒤로 무언가 시커먼 것들이 밧줄에 묶인 채 끌려가고 있었다. 너무도 검고 어두워 그 한 무리의 버둥임을 세세히 구분할 순 없었지만 그 시커먼 어둠 속에서 풍겨진 금방이라도 토악질이 날 것만 같은 악취는 또렷이 기억 속에 남았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나는 지금 먼저 떠나간 딸을 만나기 위해 다시금 이름 모를 빌딩 위에 올랐다.
조용히 발 돋음 하니 맹렬한 밤바람이 추락하는 나의 볼을 스친다.
이제 다 왔다.
빌딩 위에서 보이던 아주 조그마한 점이 점점 커져 내 머리를 부술 듯 가깝다.
이제 곧 강렬한 작별의 충돌음과 함께 나의 생은 완전한 종언을 고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자살한 이의 종착역은 지옥이란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기뻤다.
딸이 나를 기다리는 곳
그 곳은 이미 지옥이 아니기에...
나는 찬란한 기쁨의 미소로 기꺼이 내 몫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
.
.
[그의 마지막 코멘트]
사실 나는 그를 만난 직 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났다.
그 누군가는 어둠속에서도 찬란한 빛을 뿜어냈고, 그 빛은 무척이나 따사로워 마치 나의 아픈 가슴을 치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말했다.
"무엇을 하시든 죽은 따님이 돌아오진 않습니다. 그들에게 참회하고 후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실 생각은 없습니까? 그들에게 한 번 더 진심으로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는 없을까요? 용서는 복수보다 더 큰 사랑입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나을 뿐입니다. 부디... 그들을 용서하세요."
.
.
.
자 이제 묻자
죽음 직전 내가 만난 두 사람...
응징과 용서를 말한 그들 중
과연 천사는 누구이고, 악마는 또 누구인가?
진정한 이란 무엇이고, 진정한 이란 무엇인가?
! 이제 당신이 답할 차례다.
*
악행의 경제학
.
*
*
P.S 조약했던 예전 글을 다시 써 봅니다. 질문의 답은 댓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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