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유격입니다.
사직서 시원하게 제출하고나서 이제 10일간만 더 일하면 자유를 찾게 되네요 ㅎㅎ 365일 24시간 2년 반 넘게 일했는데 그만두고 좀 푹 쉬어보려 합니다.
고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시원섭섭하네요.
각설하고 이번에는 군대에 있었던 일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스무 살일 때 대학교 한학기를 마치고 자진하여 군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거주지역이 아랫지방인지라 입대신청을 후방으로 하게 되었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노란 단무지 하나 달고 땀 흘리고 하다보니 어느새 초록색 작대기가 달려있더군요.
자대 배치받고 첫날 전화 왔을 때 통신보안이라는 말이 생각이 안나 여보세요라고 해서 엄청난 갈굼을 먹고 애석하게도 자대배치 받은 당일 훈련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독립중대인 관계로 훈련을 받을때는 대대로 이동한 뒤 실시하게 되어 있었고 그 날도 마찬가지로 대대로 이동 후 훈련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중대장이 대위로 갓진급한 신참이라 대대의 중대장에게 짬이 밀려 기존 계획되었던 A 산이 아닌 B 산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A산이 대대와 더 가까운지라 대대 중대장이 원래 자기 담당인 B산을 저희에게 떠 밀고 자기는 A산으로 갔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수색하며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주먹밥을 들고 먹고 있을 때 갑자기 다급히 무전이 오고가기 시작했습니다
A산 담당 병사 : 속리산 속리산 여기는 지리산
행정보급관(지리산) : 지리산 입감
A산 담당 병사 : 시체를 발견했다는 보고
이 얘기 듣고 다들 먹던 주먹밥을 놓고 무전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행정보급관(지리산) : 무슨 시체인가?
A산 담당 병사 : 회사원으로 보인다는 보고
원래 훈련 내용에 시체에 관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가 수군수군 거렸습니다.
행정보급관(지리산) : 훈련 상황인지 실제 상황인지
A산 담당 병사 : 실제 상황이라는 보고
실제 상황이라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대대장은 A 중대, B 중대 모두 작전 중지하고 저희 B 중대는 부대로 복귀를 명령했습니다.
그 후로 채널을 돌렸는지 무전은 더이상 오지 않았습니다만 해당 부대 선임의 얘기에 의하면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셔츠에 정장 바지를 입고 넥타이로 목을 메어 자살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혀를 길게 빼고 눈은 이미 없었으며, 바지와 다리에는 변으로 보이는게 흘러내려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과학수사대가 확인한 결과 꽤 시일이 지난 시체로 보인다고 하였고, 인적이 드문지라 저희가 그 쪽으로 훈련을 나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랫동안 발견이 되지 않았을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행이지만 고독하게 죽어간 고인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려오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조용히 복귀하고 저는 그 여보세요 사건으로 다시 갈굼을 먹었습니다.
후에 시간 날 때 또 이야기 풀러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