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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인 제 얘기, 꼭 한번 들어주십시오.ㅠㅠ
게시물ID : menbung_474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랑무적
추천 : 10
조회수 : 778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7/05/29 00: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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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 섥힌 비정규직 해결 문제. 
이제 막 사회적으로 논의 되고 있는데,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아웃소싱 용역업체 및 민간위탁을 통한 간접고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용기내서 비정규직인 제가 한 마디 하겠습니다. 꼭, 한번 들어주세요.  

저는 은행 콜센터 계약직입니다. 
업무는 심야 사고신고로 카드, 통장 분실 및 보이스피싱 피해신고 접수를 합니다. 이제 5년차 입니다.
 처음에는 은행에서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계약직 형태였습니다.입사 면접때부터 2년 후에는 나가야한다고 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해주기 싫다는 거죠. 일자리가 너무 급했기 때문에 수긍하고 입사했습니다. 
월급은 150만원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200만원을 받습니다. 세후 실 수령금액은 180만원 후반대 입니다.
 입사 후 2년이 다 되어갈 때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같은 업무를 할 수 있는 다른 금융사를 알아보았습니다. 
경력직으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라, 다른데 가면 다시 150만원부터 시작해야겠죠.
신입으로 들어가는데 해당업무를 경험해 봤다고 하면 나를 뽑아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심야 사고신고 업무를 직접 고용이 아닌 도급계약으로 바꾼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도급업체에서 나한테 연락해서 우리 업체로 소속을 변경해라. 그러면 다른데 갈 필요 없고 계속 근무 할 수 있다. 무기 계약직으로 하는거다.
 대신 지금 월급 그대로 가는거고 연봉협상 및 인상은 없다. 그래도 저는 너무 기뻤죠. 그래서 계약을 했고 이렇게 5년차까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월급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수당이나 인센을 깎아서 서류상으로 어떻게든 기존 2년차때 월급 수준으로 맞추더라구요. 
물가는 오르는데 제 월급은 얼어 붙은지 3년이 되갑니다.
실질적으로 하향되고 있는것이죠. 
말만 무기계약직이지 매년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 재계약으로 사람 피를 말립니다. 
월급인상이나 처우개선은 말 한마디도 못합니다. 
그래서 재계약 안할거야? 관리자의 한 마디에 우리는 찍소리도 못합니다.

 3년전 은행 정규직이었던 팀장님께서 한 말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니까짓께 은행일 할 수 있는 이유는 비정규직 체제 때문이다. 니가 실력으로 이 은행 공채에 합격할 수나 있겠냐. 감사할 줄 모르네. 어이가 없네. 
 그 얘길 듣고 우리 사회에 계급은 존재하는구나. 대학 못나왔으면 개무시 당하는게 당연하구나.하고 피부로 느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학력으로 무시 당하셨을때가 생각납니다. 

 이 일을 5년째 직접 해보니 대학 나오지 않아도 금융연수받고 실무 교육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매월 직무관련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계약해지(해고) 됩니다. 
 박근혜정부 때 저성과자해고가 쉬워지면서 우리는 이 시험과 QA점수에 목숨을 걸지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QA도 스크립트대로 빠짐없이 필수 안내사항 언급해도, 공감화법이 부족하다느니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행복으로 가야한다느니, 목소리 톤에서 진심이 안느껴지고 무뚝뚝하다느니,아주 사람 피를 말립니다.

  심야다 보니 조건만남거래사기를 당하거나 불법도박으로 인한 송금 후에 해당 계좌 지급정지해달라는 전화를 분실신고보다 더 많이 받습니다. 
 전기통신금융사기에관한 특별법에 적용이 안되는 사례이고, 우리는 예금주의 동의 없이 지급정지를 할 권한도 없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당합니다. 재산권행사 침해했다는 이유로요. 
  이 일 오래하다보니 조건만남거래계좌나 토토 계좌는 거래내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뻔히 보이는데 당연히 거절하죠. 그러면 쌍욕 날아옵니다. 그래도 예대마진 발생시키는 고객님이라 끝까지 친절해야합니다. 안그러면 QA점수 깎이고 저는 짤리겠지요. 그런 고객이 마지막에 쓰는 수는 상담원이 불친절하다고 민원을 넣습니다. 그러면 나는 정말 억울하고 자살충동이 일어납니다

 카드 분실신고 잘못해서 부정사용되었다면 분실신고 상담원이 돈을 물어주라는 판국에.... 
(난 이것도 억울합니다. 부정사용자를 수사기관과 동조하여 잡아낸 다음 범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일이지. 이게 상담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고객 개인정보를 초과 조회했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우리를 고발한다고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개인정보 보안강화 지시가 내려왔을 때 지적사항이 나왔는데 자신들의 책임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려고요. 
그때는 도급업체에서도 난리였습니다. 너 하나 계약해지 되서 끝나는게 아니다. 
업체 계약 안되면 우리 전부 나가야된다. 좀 잘해라!하고 말이죠. 
평소대로 오상담 안하고 업무를 잘하고 있어도 우리는 뚜드려패면 뚜드려 맞아야합니다. 찍소리라도 하는 순간, 재계약 안할거야? 딴데 가 그럼. 이러니까요.
 사람 피가 마른다는 느낌 아시죠. 우리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면 다 알겁니다.  

올해 초에 인터넷은행인 K뱅크 관련해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은행 내부평가에서 제가 우수 직원으로 분류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때는 자존감 팍팍 낮추더니 알고보니 싼 비용으로 괜찮은 사람 써먹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저는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은행 정규직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 하나로 이 어두운 시기를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우리 이니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ㅠㅠ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인천공항 만명 정규직 전환소식에 마음에 들떴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얽히고 섥혀있어 해법이 쉽지 않습니다.

 정규직 공채 합격을 위해 노력한 현 정규직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서 조차도 이 형평성 문제를 언급하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배달부 뽑는데 4년제 학력과 토익점수 몇점 이상 원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마구 웃었던 우리 아닙니까? 

대학을 안나왔다는게 그렇게 무시당할 일입니까?
 스펙이 딸리니 정규직의 임금도 60퍼센트정도만 받아야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하고, 승진은 꿈조차 못꾸고 복지 혜택은 없고 금융노조가입 자격도 못받아야 하는게 맞습니까?
이 일이 그렇게 스펙 높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럼 우리는 왜 쓰는겁니까?
동일한 대우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당장은 고용안정만 되면 좋겠어요. 노조 가입해서, 무리한 CS마인드 요구를 줄여달라고 부당한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되서 희망이 생겼느냐고요? 아니요. 
은행 정규직은 커녕, 도급업체 정규직이 될거고, 그나마도 은행이 업체를 바꿔버리면 끝이랍니다. 
도급업체는 폐업해버리면 되고요. 그러면 일자리를 잃는거죠. 그러면 정규직 되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저 요즘에 은행텔러, 은행FP, 텔레마케팅관리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거 합격하면 자산관리사 도전해보려고요. 금융쪽 공부를 해보니 알겠어요.

 대학 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거요.  정규직이 되려는 노력. 인정합니다. 그러면 승진 하시면 되잖아요. 우리는 승진 밀려도 상관 없습니다. 아니, 실력으로 동등하게 평가 받읍시다. 공채 합격하신 분들이니 우리 보다 실력 좋으실 테니 공정하게 경쟁합시다. 우리는 그저 고용안정 되고 좀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것 뿐이에요. 우리가 꿀빤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우리는 그동안 피가 빨린 사람들 입니다.ㅠㅠ     

제발 한번만 도와주십시오. 제발 이렇게 엎드려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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