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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운영자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이 느껴지는 페북글.
게시물ID : sisa_9475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쳇2
추천 : 41
조회수 : 1148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7/05/27 20:31:15

변호인의견서를 쓰다가...

2012년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게시글이나 댓글을 달고 특정 게시글에 대한 추천/반대활동을 하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을, 박근혜 후보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고 확산시키려고 했던 소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이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은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정기적으로 백업을 해뒀기 때문이다.

2012. 8.경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그 전부터 했을 수도 있으나 그건 증거가 없어서 밝혀내지 못했다) 오늘의 유머 내에서 이루어진 국정원의 선거개입 활동은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의 오피스텔이 발각되면서 급작스럽게 밝혀지기 시작했고,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은희 의원을 비롯한 수서경찰서 수사팀 경찰관들의 의지를 믿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백업데이터를 이용해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게시글, 댓글 등을 지우고 회원탈퇴하기 이전 상황을 재구성해서 자료를 제공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가 종북사이트라면서 정상적인 심리전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했고, 보수언론과 극우 네티즌들이 오늘의 유머에 대한 '심리전'을 개시했다. 오늘의 유머 운영자는 당시 여러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대상이었으나 그래도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 한겨레신문의 정환봉 기자에게 당시 김하영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디로 작성된 게시글, 댓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게시글링크값을 모아서 전달했다. 이후 한겨레의 특종보도가 이어졌다.

이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이루어진 국정원 직원들과 그 협력자들이 어떤 식으로 게시글이나 댓글을 작성했고, 특정게시글(예컨대 문재인에게 우호적인 글 또는 박근혜에게 불리한 글)을 베오베 게시판에 오르지 못하도록 "반대"를 클릭하고 특정게시글(예컨대 요리글)를 베오베 게시판에 올라가도록 해 다른 게시글을 밀어내리는 소위 밀어내기를 위한 "추천"을 클릭하는 등 추천/반대가 오히려 더 조직적이라는 사실을 오늘의 유머 백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백업데이터는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들이 분석했고, 이 분들이 이 모든 사실을 밝혀냈다. 거의 10만건의 게시글을 전수조사하고 로그기록을 분석해 김하영과 비슷하게 활동한 73개 아이디를 추가로 밝혀낸 부분은 이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원세훈, 김하영 등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작성하면서 며칠동안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웠고, 여러 보이지 않는 위협이 있었음에도 검찰에서 고소고발장을 접수했다.
[당시 고소고발장 작성실무는 내가, 검토는 지금은 의원이 된
박주민 (Joomin Park) 변호사가, 이 모든 업무의 총괄은 백승헌 변호사님이 맡아주셨다]

그 후 수사는 윤석렬 검사가 팀장이 되어서 진행했다. 수사도 정말 열심히 했다. 경찰이 밝혀내지 못했던 많은 부분이 밝혀졌고, 특히 뉴스타파팀이 밝혀낸 트위터 부분에 대한 수사로 수사팀 검사들 모두 고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떤 외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2012. 12.로부터 2년도 더 지난 2015. 2. 3.에 김OO 검사는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정환봉 기자에게 넘긴 링크값이 김하영의 개인정보이고, 그걸 김하영의 동의없이 기자에게 넘겨줬으니 그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고 벌금 500만원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2015. 2. 16. 서울중앙지법 고OO 판사는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발령했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박주민 변호사가 바로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이 시작됐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16번의 기일이 잡혔고... 
바로 2017. 5. 26. 오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해야 한다.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정환봉 기자에게 김하영이 사용한 아이디로 작성한 게시글, 댓글 따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게시글링크를 모아서 전달한 것이 김하영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 아이디들을 김하영이 개설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오로지 노출된 김하영이 자기가 개설했다고 진술했을 뿐이다).

그동안의 소송경과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대선으로 당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피해를 본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으로 좌천되었던 윤석렬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되었다. 
같이 고소고발장을 작성했던 박주민 (Joomin Park) 변호사는 저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되어서 지금은 러시아특사로 가있고,
같이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이재정 변호사도 저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같이 변론을 준비했던 이광철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모두 잘 됐다.

그런데 왜 오늘의 유머 운영자는 이 말도 안되는 기소에 대응해 3년째 재판을 받아야 하나?

내일 법정에서 제출할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하다 보니 왜 이 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렇게 계속되고 있는 건지 참 답답하다.

가능하다면,
윤석렬 지검장께서는 오늘의 유머 운영자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줬으면 한다. 어차피 이 재판은 오늘의 유머 운영자에 대한 공권력의 보복이었다. 이제 이 잘못된 공권력행사를 바로잡길 바랄 뿐이다.

* 추가 : 김하영은 정환봉 기자도 고소하였으나, 검찰은 정환봉 기자는 무혐의처분하고 오늘의 유머 운영자만 약식기소했다. 정환봉 기자는 2013년 올해의 기자상을 받았다. 정환봉 기자는 끝까지 취재원을 보호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당당하게 정환봉 기자에게 자료를 줬다고 진술했다. 그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정원의 부당한 정치개입, 선거개입에 대한 고발이기 때문이었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hongseok.yang.35/posts/139807861360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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