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네요... 제가 알고있는 민다나오섬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더 잘 알고계신 분이 계시다면 정보를 얻고자 글을 씁니다.
기사 댓글에 '이래서 이슬람 세력이 발붙이게 해선 안된다'라는 글을 보고, 기사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 (기자들도 몰라서겠지요..) 민다나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훨씬 더 전에 민다나오섬에 갔었습니다.
제가 머문 마을은 민다나오섬 카가얀데오로 라는 도시에서 차를 타고 들어간 뒤, 차로는 못가는 산길을 몇시간 걸어들어가야 나오는 오지였습니다.
그 오지에 학교를 세우고, 지원을 하는 단체를 통해 그곳에서 머물면서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연못을 파주고, 교류도 하며 이런저런 활동을 했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가서 거기서 짧은 기간동안 하는 일들이 마을사람들에게 별로 큰 도움은 안되었을껍니다. 오히려 제가 가서 깨닫고 배우고 얻은게 더 크죠.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한국의 대학생들을 그 오지마을로 데려가는 가장 큰 목적은 필리핀 내에서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려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미 십여년전에도 민다나오섬은 카톨릭이 국교인 필리핀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필리핀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정책적으로 소외되는 지역이었죠. 같은 나라임에도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도 외면받는 지역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곳에 한국 대학생 봉사단이 온 것이고, 당시에도 한국 드라마가 필리핀에서 히트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저희를 만나러(?) 필리핀 대학생들이 그 이슬람 오지 마을에 찾아와 함께 교류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한국인 이라는 미끼(?)로 필리핀 내에서 섞일일이 없는 이슬람계 빈곤계층과 카톨릭계열 엘리트들이 만나게 되는 것이죠.
구호단체가 지역을 후원해서 이룰 수 있는 발전이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두 계층간의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런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슬람 이라고 하면 다들 상상하는 이미지가 있겠지만, 그때 제가 머물던 곳에서는 히잡을 쓰지도 않았고 사람들은 매우 순박했습니다.
아, 남녀차별은 좀 존재하는 모양인지,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꺼내면 남자아이들이 먼저 차지해 버리고 여자아이들은 손가락을 물고 눈을 못떼면서도 늘 뒤로 쳐져있었습니다. 크레파스를 집어서 건내주면서 이리 와서 너도 그려보라고 해도, 쑥쓰러운지 머뭇거리다가 그틈에 다른 남자아이가 채어가 버리더군요.
남녀가 아침에 동틀때 함께 있으면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규칙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런쪽으로는 엄격하기 때문에 봉사자인 우리들도 마을사람들을 대할때 조심하라는 뜻에서 말해준 것이겠지요.
가진것 없고, 못배운 사람들이었지만, 마을의 지도자분은 반듯하고 긍지가 있었고 사람들도 따뜻했습니다. 붙임성이 좋아 자주 놀러오던 아이들 몇몇의 열굴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민다나오는 내가 갔을때보다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번영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나, 문득 떠오를때 궁금해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니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고립과 외면은
극단주의자들이 자라날 거름이 된 모양입니다.
IS추종 세력들이 생겨나고 정부와 반목하게 되었더군요.
그 섬 전체가 IS추종자는 아닐진데, 두테르테는 계엄군에게 강간을 해도 내가 책임져주겠다는 발언을 합니다.
아. 이곳은 필리핀 내에서 버려졌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슬람교가 문제가 아닌데....
그 종교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닌데....
제가 기억하는 민다나오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곳이 아니었거든요..
어딘가 지구촌 한구석에서는 이렇게 또 IS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사태로 인해, 편견 속에 고립되는 이슬람인들이 생기겠지요. 그렇게 고립되고 배척 당하다보면, 그들 내부에서 또 새로운 극단주의자들이 자라날 것이구요. 그 극단주의자들은 한편으로 두테르테와 같은 저급한 독재자들이 발디딜 연단이 될 것이지요.
이래서 이슬람인들은 받아주면 안돼.
라는 말은 틀립니다. 어지간해서는 남에게 틀렸다는 말 못하는데, 저건 저대로 둘 수 없는 말입니다.
국제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관점에서 파악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불길에 우리 또한 휩싸여 버릴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