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로 미국에 이민온지 만 20년을 꽉 채운 교포아짐이에요. ^^
(그렇다고 호호할머니를 떠올리심 안 됩니다. 부모님 손 잡고 비행기를 일찍 탔을 뿐이라고욧!)
한국에 중고나라가 있다면 미국에는 크렉스 리스트(Craigslist)가 있죠?
그 외에도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미씨유에스에이 (MissyUSA) 무빙세일방이나 라디오코리아 (Radio Korea)의 사고팔고, 그리고 미주 각 지역의 학교나 커뮤니티 사이트의 중고거래 게시판이 많이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미국에 단기로 머물다 가시는 유학생 분들 뿐만이 아닌 현지에 정착한 교포분들도 중고물품 거래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런 사이트가 활발히 돌아가는 분위기에요.
무빙세일이나 벼룩시장, 크레이그 리스트 (Craigslist) 같은 일대일 거래를 몇 번 하다보면
세상의 진상들은 여기에 다 모였나? 할 정도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게되죠.
저도 무빙세일 몇 번 거치면서 사리가 쌓일 정도로 사람들 마음이 다 내 맘같지 않다는걸 느꼈어요.
아이 출산용품도 대부분 중고로 구입하고 또 제가 산 제품도 많이 팔아보았던 터라
씁쓸한 경험도, 좋았던 기억도 참 다양하게 경험했습니다.
중고물건을 거래하며 생기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는 많이들 들어보고 겪어보셨을 거라 생략하고
저는 무빙세일 거래시 진상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아래 내용은 미국에서의 중고물건 거래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밝힙니다. ^^)
1. 연락 주고받을 때의 말투를 살펴보라
밑도 끝도 없이 "이거 저 주세요!", "찜이요", "홀드해주세요." 등등 아무 정보없이 단답형으로 남기는 사람은 요주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이버상이래도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 리스팅을 보고 연락드립니다" 처럼 예의있게 연락하는 사람은 만났을 때도 기분좋게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더군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은 거래할 때도 본인 뜻대로만 행동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 듯. 상대방이 판매자일 때에도 말투가 영 퉁명스러운 사람은 판매하는 물건또한 상태가 그닥이거나 약속잡아 만나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았어요.
중고거래는 절대 마트에 가서 물건 집어오는 간단한 것이 아닌 것을.
2. 목 마른 사람이 우물파요.
아쉬운 사람이 연락하는 것이 진리죠. 정말 물건을 살/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깍제깍 연락이 됩니다.
이메일, 전화, 문자, 쪽지, 어떤 경로든 바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주고 받고 바로바로 진행이 되면 순조롭게 거래가 성사되죠. 사거나 팔겠다는 의사만 보여놓고 잠수해 버린다면 그 사람은 만나자는 약속에도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을수 있어요.
충동적 구매이거나 약속을 쉽게 보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사람도 진상거래자일 확률 업!!!
3.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느니.
판매한다고 올려논 리스팅의 사진을 보면 물건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사진 찍는 스킬의 여부를 떠나서 물건 주변이 지저분하면 그 물건은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대부분...
웬만해서는 팔자고 올려놓는 물건은 좀 깨끗하게 닦거나 해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생각조차 탑재하지 않은 사람이 걸리더라구요. 가격에 혹해서 사러갔다가 너저분한 집에 놀라고, 더러운 물건에 더 놀라고, 그럼에도 찍소리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들고 와서 닦다닦다 결국엔 버리고 말았던 중고제품이 생각납니다. ㅠㅠ
4. 가격 흥정도 상도를 지킵시다.
중고시장도 대충 정해진 가격대가 있어요.
여기서는 아무리 새 것같은 컨디션의 제품이라도 일단 가격 택을 떼었고 사용을 하였으면 반 값에 거래되는데, 내가 샀던 가격을 생각하고 본전은 건져야지 싶어서 높게 가격을 올려놓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잘 안 팔려요~
가격표를 새 컨디션, Like new 는 반 값 정도 (아니면 최대 70% 이하), 사용감이 좀 있다면 1/3 가격, 그리고 누가봐도 중고다, 싶은 물건을 처분할 때에는 그냥 싸게싸게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거래하는게 중고 벼룩 무빙세일이죠.
그런데!!!!
여기서 또 너무 깎는분들이 계십니다. 원래 중고시장이라는 곳이 흥정하는 맛(?)이 있는 곳이지만 예의없이/터무니없이/뜬금없이 이 세 가지 콤보로 깎는 분들에게는 그냥 안 파는 것이 상책이에요.
모든 흥정은 파는 분, 사는 분 모두가 기분좋게 동의해야 이루어지는건데요.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지만 그것 까지는 아니라도 오고가는 말이 이쁘면 이왕 파는 것 그 분께 드리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죠.
어디서는 이것보다 싸게파는데 (그럼 거기가서 사세요)
그냥 이 가격에 주시면 안 되요? (저도 그냥 안 되요)
제가 멀리서 왔는데 개스값은 빼주세요 (가까운데서 파는분을 찾으셔야죠)
남편이 그러는데 너무 비싸대요. (저희 남편도 이 가격 밑으로는 못 판대요)
진상 바이어를 만나기 싫으시다면 무조건 네고 금지를 커다랗게 써놓고 가격 흥정을 시도하는 분께는 친절하게 "네고는 못해드려요"를 말씀드리시고요.
그런 분들께는 그냥 안 파시는게 답이랍니다. 기 약하신 분들은 눈 뜨고 당할 수 있어요.
네고금지를 써 놓았는데도 어떤 분들은 물건 픽업하러 와서도 가진게 이것 뿐인데 그냥 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최고진상)
그럼 그냥 정중히 가시라고 하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이 사러오기로 했다고 하시면 되고요.
5. 쓰레기 처리장이 되지 마세요.
출산용품 사러 다니다 한 두어번 당했던 일인데, 요즘도 가끔 자다가 하이킥을 합니다.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러 갔다가 전혀 엉뚱한 물건까지 업어오게 되는 일이죠. 주로 처분할 물건이 많은 무빙세일에 들렸다가 생기는 해프닝인데요.
기가 쎈(?) 셀러분을 만나면 이것도 얹혀주고, 저것도 얹혀주며 얼마만 더 달라고 하십니다...
얼떨결에 잔뜩 받아서 사오긴 했는데 집에와서 보면 정작 쓸만한 물건이 아니었던 경우...
돈은 주고 사온 물건이니 아까워서 써보려고 분해하고 닦아보지만 결국 힘만 들고 버리게 되었던 경우가 허다했어요.
남이 쓴 물건은 내가 쓴 물건과 상태가 같지 않습니다. (물론 곱게 쓴 물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저것 떠리(?)로 주겠다며 다른 것도 권하시는 셀러분이 계시면 정중히 거절하세요.
필요없는 물건만 들고와서 쓰레기장으로 직행하지 않도록, 웃으면서 노! 하며 필요했던 물건만 구입하는 인내심을 탑재하심이.
개인적으로 남이 쓴 물건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서 중고거래를 참 즐겨하고, 곱게 쓴 물건은 또 판매하는 것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모두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면 얼굴붉힐 일이 참 많이 줄어들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거래하기 전에 아예 조금 주의를 기울여본다면 문제를 일으킬 만한 판매자나 구매자는 미리 피할 수도 있을듯 해요.
정말 매너있고 기분좋게 연락하다 눈 앞에서 완벽하게 돌변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거든요.
세상은 넓고 좋은 거래는 많다~
우리 모두 매너있는 중고 셀러, 바이어가 되어 boA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