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면서, 논술 시험 공부라고 한겨레를 필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로 인권 기사였지요. 그후로 10년을 구독했습니다. 응원하면서요. 한겨레는 나에게 일종의 학습지이자 경전이었습니다.
처음 달리 생각하게 된 게 노무현 정부 때였어요. '혹시 이건 '진실'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쓴 글이 아닐까?' 노대통령 간 후에 써갈긴 '관 장사' 운운을 보고 알았죠. '사람이 쓴 글이 맞구나. 그것도 아주 질 나쁜 사람이.'
문빠는 나같은 사람입니다. 내가 문빠입니다. 사드 배치와 위안부 협정 재협상 및 파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세월호 특조위 구성, 5.18 진상 조사, 전두환에서 MB, 박근혜까지 부패하고 인권과 사상의 자유 탄압한 정권에 대한 혹독한 심판. 그걸 바라서 문재인을 밀었습니다. 나와 생각이 같은 후보였어요.
오히려 한겨레가 왜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네요. 다 당신들이 하던 말 아닙니까? 평소 주장과 지지후보는 별개인가요?
노무현에 대한 '악몽'을 소환하는 게 싫어서인지, 호남에 대한 지분 때문인지, '진보 선생님' 노릇을 독점하고 싶어서인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어요. 지지율은 조작되고, 어떤 기자는 안철수 때문에 울더군요. 설마 안철수가 국정 운영에 대한 지식이 없는 걸, 무능한 걸 몰랐다고 할 겁니까? 당신들이 진저리나게 싫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매일이 행복합니다. 감사한 이들도 떠오르지만 그 안에 한겨레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타이르고 훈계할 '아이'들도 문빠 속에는 없습니다. 사십대의 진보정당 당원, 한겨레 10년 구독한 내가 문빠입니다.
언론으로 부를 수 있는 모습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다시 보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