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TK가 연고입니다.
부모님 두 분 다 골수 TK분들이라 어릴 때부터 아무것도 모른채 야구는 무조건 삼성을 응원해야 되는 줄 알고 컸습니다.
군대 있을 때 첫 투표를 했고 그 땐 이인제를 찍었었죠.
왜 그랬을까요? 기가 막히시겠지만 박정희 닮아서 찍었습니다.
그 뒤로 대쪽 이회창을 찍었구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제 죽빵을 날리고 싶은 흑역사네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아이들을 위해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아내를 보며(저 한텐 참 과분할 정도로 현명한 사람입니다) 조금씩 제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TK를 벗어나 17, 18대 대선에 투표했으나 결과는 다들 아시는 대로였습니다.
제가 찍어서 대통령이 된 건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살면서 노력한 것보다 운이 좋아서인지 제 깜보다는 더 많은 것을 얻었고 그것에 만족하며 정치에는 무관심한 삶을 살았습니다.
내 삶을 좀 더 낫게 하는데만 가치를 두었던거죠..
노대통령 돌아가신 8년 전 그날은 살면서 겪은 가장 충격적인 날이었습니다.
일요일에 시험이 있어서 새벽에 도서관 갔다가 저녁 10시 쯤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 라디오로 부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얘기하니 대한민국에서 당신이 아마 젤 늦게 알았을거라고..
세상은 내가 던지는 한 표 따위로는 움직이지 않는 건가 싶었고
쥐와 닭의 시간을 겪으며 세상이 바뀌기 어려울 거란 생각에 전 포기하고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왜 난 이렇게 늦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되었나..
아니 내가 관심을 둔다고 바뀌기는 하는 건가..
왜 우리 나라는 이렇게 썩어있나..
이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나라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힘들고 지치더군요.
그러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이는 걸 보며 "바꿀수 있을까?"라는 물음보다 "바꿔야만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박근혜 하야! 박근혜 탄핵! 을 외쳤고 이번 대선 땐 6시 알람 소리에 눈 뜨자마자 투표소로 달려갔습니다.
5월 9일을 기점으로 너무 나도 빠르게 달라져 가는 우리 나라를 보며 하루 하루가 행복합니다.
핸드폰에 깔려있던 게임들을 지웠어요.. 뉴스가 꿀잼이라서
뭐라도 좀 더 해야할 것 같아서 당원 가입도 했습니다.
너무 늦은것 같지만 "지금부터라도" 라는 마음입니다.
아니 "앞으로는 쭈욱~"이라는 말이 더 맞겠네요.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미안합니다.
당신을 몰랐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저도 앞으론 늘 깨어있는 시민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고마워하게 되겠죠.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