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해서 그가 내놓은 말은 단호했습니다.
이것이 대통령으로서 참가하는 마지막 추모식이다.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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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의 죽음.
그리고 먼저간 친구가 꿈꾸었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다 견뎌내고 마침내 대통령이 된 그.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대부분, 추모식에서 자신이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음을,
자랑스러움과 연민으로 가득한 말로 꺼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재인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슬픔과 연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말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이 된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그의 지독한 현실인식 때문입니다.
그는 진짜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을 마무리 했을 때야, 비로소 노무현이 남겨놓은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
그저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것 하나를 위해 수단으로서의 대통령직을 취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추모사는 승리의 보고서가 아니라 출사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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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입니다. 문재인은 그의 친구에게 가 출사표를 전했습니다.
5년, 그의 싸움은 치열할 것입니다.
그의 긴 싸움이 끝났을 때, 그가 친구에게 돌아와 '기분좋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빕니다.
그때 우리 또한 진심으로 기분 좋다고 외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노무현 대통령을 다 보내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