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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은 감당할 수 없어요, 제 끔찍했던 20대 초반의 이야기
게시물ID : menbung_47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딜금메르시
추천 : 27
조회수 : 2490회
댓글수 : 72개
등록시간 : 2017/05/20 04: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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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할머니께서는 치매를 앓으셨어요..

며칠전 치매 관련해서 인터넷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게시판을 멘붕게시판을 택한이유는
내용이 멘붕이라서.....?
혹시 게시판 안맞는 것 같으면 말씀해주세요.

사실 인터넷에 제 이야기가 퍼진다는게 싫어서
되도록 제 신상 관련해서는 내용을 적지 않는데...
정보 공유 차원에서
꼭 구체적으로 적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꽤 길어질거예요.


인터넷에서 어느 댓글을 보고
치매가 진행되었을 때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했어요
정작 그 댓글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네요.



지금 우리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데 의식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예요.
언어를 잃어버리셨고
음식을 씹어드시지를 못하세요
음식도 액체형으로 된 것만 드시고 계신걸로 알고있어요
신생아랑 똑같죠

안타까워요 안타깝지만
솔직히 지금처럼 심해지기 전에는 정말 정말 괴로웠어요

생각만 해도 울컥 하네요



할머니와 같이 단둘이 해외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다리를 다쳐서 못가게 되었지만요
전 할머니 되게 좋아했거든요
할머니는 총명하시고 착하셨는데
묵묵히 뒤에서 받쳐주시는 그런 분이었어요
빨래, 청소, 모든 가사활동을 할머니께서 하셨고..
저한테 혼내신적도 없고 항상 다정하신 그런 할머니였어요
햄버거나 스파게티같은 세련된 음식도 좋아하셨고
가사노동을 많이 하시니 손이 자주 트셔서 제가 핸드크림을 사다 드리곤 했는데
그럴때 지어주시는 함박웃음과 칭찬이 얼마나 좋던지...
여기까지 썼는데 막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네요 ㅠㅠ

아무튼 우리 할머니는 그런 분이었어요


10대 후반때 쯤부터 할머니께서 건망증처럼 깜박깜박 잊곤 했어요
특별히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왜냐면 물건 위치같은건 저보다 더 잘 기억하시곤 했거든요


할머니께서 발쪽 뼈가 한번 부러지셨어요
그게 촉매였던 것 같아요
과외선생님이 오셨는데
식탁에서 공부중인데
아얘 타인이 왔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깁스가 가렵다며 풀겠다고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부러져 깁스한 발로 식탁을 차대는...

그때 알았어요
아, 우리 할머니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이후에는 몇번
갑자기 의식을 잃은 듯
누워서 잠을 자는것처럼 깨어나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엑스레이, MRI, 각종피검사.... 발견되는 병이 없었어요
보통은 몇시간이 지나면 깨어나곤 하셨지요
응급실을 가고 입원 하기를 수차례..

신경정신과 의사선생님의 도움으로
할머니가 꾀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관심받는게 좋으셨던 걸까.
가족이 모두 모여 병실에 있는게 좋으셨던 걸까.

"할머니 다시 아프지 마세요"
"그래 다시는 안 아플게"
할머니의 약속 이후 다시 동일한 증상으로 입원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행동들....





다들 아실거예요
쓰레기 대낮에 내놓으면 안되는 것!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놓는 우리 할머니
하필이면 우리 건물 1층은 식당인데, 고 앞에 내놓습니다.
등치 좋은 우리 남동생이 재빨리 쫓아내려가서 할머니에게 지금 버리면 안된다고 실갱이를 벌입니다
할머니는 귀도 잘 안들리시지만 보청기도 끼기 싫어서 모두 버렸습니다
동생은 목청이 나가도록 소리를 여러번 지릅니다

지나가던 아줌마 아저씨는 제 동생을 비난합니다
"아니 왜 할머니가 무거운 걸 들고 가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할머니한테 소리를 지르다니..쯧쯧"

불쌍한 내 동생.
불쌍한 나.

알지도 못하면, 무슨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면,
당신들은 우릴 비난할 자격이 없는데....






새벽 2시, 학교에 가야한다고 왜 아직도 일어나지 않냐고 가족들을 모두 깨웁니다.
깨우려고 때리기도 합니다.
할머니를 진정시키고 시간이 아직 밤이라고 설득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시계 보는 방법도 이미 잊어버리셨습니다.





아, 보청기.
비싸게 주고 샀던 보청기를 버리시기를 2차례.
보청기만 최소 500만원정도가 일반쓰레기 봉투에 묶여 나갔으리라 짐작합니다.

한번은 집을 정리한다며
온갖 물건을 내다 버리셨는데
얼마 전 구매한 백화점브랜드 바디로션과 현금까지 쓰레기봉투 안에 들어있더군요


본인도 심각성을 인정하셨는지
이제야 데이케어센터에 다니겠다고 본인의 질병을 인정합니다




데이케어센터는 아침 7~8시쯤 해서 노인들을 태워갑니다
유치원 같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다녔던 곳은
일요일에는 열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데이케어센터 가는날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믿지 않아
직접 걷거나 차를타고
센터까지 가서 확인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없구나, 진짜 안하는 날이구나,

딸과 손자 손녀의 말은 믿지 않습니다.


떄론 아주 일찍 일어나 기다리십니다
새벽 4시, 데이케어센터에 가겠다고 집앞에 나가 기다리십니다
동생과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행여 할머니를 잃어버릴까 쫓아 나갑니다.
30분씩 교대로 자리에 앉아 쉬며
아무 말 없이 우리 셋은 차도쪽에 나와 서있습니다.
센터 차와 비슷한 스타렉스같은게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가 손을 번쩍 들어 버스타듯이 손을 휘젓기도 합니다.




아파트에서 살았을 때도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집에 올라가는 사이를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기도 하고,
당시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이었던 제 동생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우왕좌왕 하면서도
어찌나 착한지 그걸 다 자기네끼리 치웠습니다.



할머니, 너우 옛날분이라.
모든 불을 끄지 않으면 불이 난다며
있는대로 다 끄고 콘센트를 뽑아서
자고 일어나니 wifi 공유기 같은것은 당연히 뽑혀있고요.

특히나 곤란했던 것은
아파트 콘트롤러에 붙어있는 경비실로의 비상연락 버튼이었는데
비상버튼이다버니 불이 항상 들어와 있었습니다

새벽에 할머니가 조용히 나와 버튼을 눌러
집안은 삐용삐용,
경비실도 놀라서 무슨일이 있냐고 묻고.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없어져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집안에 숨어있다가 옷을 입은채로 샤워기를 틀어 물을 맞고 있었던 일,

옷을 입은채 용변을 보아,
할머니를 화장실로 데려가 목욕시키며
용변 조각들을 손으로 떼어내며
너무 힘들어 목욕을 시키는 내내 계속 울었습니다





평생을 조용히 사셨었던 분임에도
치매가 온 후 폭력적으로 변해
타인을 때리기도 하시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도 많이 하셨습니다.

물론 제가 적었던 일든이 계속 반복적으로 벌어진 일은 아닙니다
한 번씩만 벌어진 일들도 있어요
하지만 같은 일이 여러번 벌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면 이해하실까요?

그리고 우리도 견디지 못해 요양원에도 모셨고요


저는 제가 효녀였다고
충분히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요양원에 보내자고 부모님께 수없이 얘기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죽을 것 같았어요

효도해야 된다
그래도 널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분 아니냐?

아뇨....전 감당 못해요.

이런 일 겪어 놓고도
본인이 치매걸리면 자기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어머니도 솔직히 저는 이해가 안가요.


저는 제가 치매 걸리면 요양원에 되도록 빨리 보내주면 좋겠어요.
치매라는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싸우고 힘들어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일찍 받아들이고
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아직 남아있는 기억으로....
우리가 가족으로써 얼마나 서로를 존중했는지
그 감정을 나눌 기회를 가져야 해요.

치매 노인 본인과 아무리 싸워도
행동이 고쳐지진 않아요
쓰레기 버리기라던가 용변실수라던가...
그런건 그냥 뒤로 넘기고
마지막이 아닐지라도 내가 나라는 인격체로 남아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교류할 수 있을 그 기간....

저와 제 할머니한테는 특히나 짧았거든요..
할머니의 치매 발병 사실로부터 거의 모든 기억을 잃는 것까지 5년이 채 안걸렸으니까요


저는요 노약자석이 무서워요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온 흐릿한 눈동자는
단순히 노화때문인지
혹은 질병으로 인한 광기인 지 모르겠어요

뜬금없이 뺨을 때렸던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
노인 근처에 가고싶지 않아요...




치매 노인은 결코 감당할 수 없어요
사랑했던 그 분은 이제 더이상 기억속과 같지 않을거예요
집에서 치매노인을 모시겠다는 사람에게
"효자네, 효녀네"라고 말하지 마세요
노인을 더이상 집에서 못 모시게 되면
"나는 효자 효녀가 이제 아닌건가? 나는 나쁜 사람인가?" 라는 고뇌로
치매노인과 함께 파멸의 길로 걸어갑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위로나 칭찬을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관련해서 질문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답변 드릴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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