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젓가락을 먹고 내 입맛을 의심했다. 왜 이렇게 달지? 고명으로 올라간 배와 신김치 때문이라기엔 지나치다. 그렇게 몇 젓가락을 더 먹고서야 깨달았다. 아, 이것은 조미료의 맛이구나. 우래옥 육수는 자극적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면이다. 평양냉면의 맛에 대한 무수한 논쟁 속에서도 우래옥의 면은 늘 열외였다. 지구는 둥글다는 당연한 진리처럼 굳이 언급 할 필요 없을 정도로 (아마도) 최고의 면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면은 너무도 질겼다. 면도 육수도, 가장 최악의 방식으로 퇴보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맛의 변화는 꾸준했다. 우래옥은 내가 방문한 이래로 점점 맛없어졌다. 70년 전통이라 함은 단순히 70년 간 간판을 걸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맛을 보장했다는 의미여야 한다. ‘전통’을 주장하는 수많은 가게들이 전통적이지 못함은 이 역시 진리가 된지 오래다. 이렇게 ‘이름값 못하는 전통 한식집’ 목록에 한 줄이 더 추가됐다.
육수에서 풍기는 조미료 냄새와 신김치의 강렬한 자극은 식사 내내 괴로웠다. 냉면 값이 만삼천원이 아니었고, 오후 세시에 첫 끼로 먹은 게 아니었다면 진작 젓가락을 놓았을 것이다. 이 가격의 냉면을 먹는 까닭이 살기 위해서라니. 고기의 조리 상태도 좋지 않아서 종이를 씹는 염소가 된 기분이었다. 육수, 면, 고명이 맛이나 식감 등 어떤 면에서도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도대체 내가 무엇을 먹는 건가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나는 어떤 종류든 김치를 못 먹는데 이쯤 되니 김치 맛이 궁금해졌다. 한 점을 집어넣는 순간 또다시 물음표가 가득 피어오른다. 달다. 그리고 시다. 그리 반갑지 않은 익숙한 맛이었다. 잠시 고민하니 대형마트 드레싱 코너가 불현 듯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물론 시판 드레싱은 아니고 이런저런 과일로 맛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비장의 드레싱이 무엇이든 간에 그러한 맛이 났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배추도 사실상 날것이어서 이것이 한식 세계화의 트렌드에 발맞춘 샐러드인가 하는 고민을 잠깐 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러한 조합을 내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음식 외의 얘기로, 냉면 한 그릇에 만삼천원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평양냉면의 득세와 함께 만원 냉면 시대가 도래 하였으나 우래옥의 냉면은 비싼 축이다. 그런데 이 가격의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접시를 던지듯 내려놓고, 잘못 만들어진 음식에 대해 직원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경험은 있어선 안됐다. 하다못해 김밥천국이나 동네 분식점에서도 불쾌한 서비스다. 가뜩이나 없는 밥맛이 뚝, 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