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제시대의 한 시인입니다.
나는 주로 일제에 대항하는 시를 많이 짓습니다. 나의 영향력은 새의 날개짓보다도 약하지만
기필코 광복이 언젠간 오리라고 믿기때문입니다.
그 덕에 일본 경찰들에게 당한 구타와 고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일본 경찰들은 내가 죽기 바로 직전까지 고문합니다.
불에 달군 인두로 허벅지가 지져지면, 살갗이 짓이겨지다못해 찢어지는 고통입니다.
달궈졌던 곳을 또 달궈지는 고통은 이루어 말을 할 수 없습니다.
하도 밟혀 등짝은 성할날이 없고,
멍이 계속 들다 못해 살구색인 피부색이 문드러져 내 살은 아예 거무스름합니다.
내가 몇일간 고문당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내 아이가 나를 반깁니다.
오랜만에 보는 내 아이는 더할 나위도 없이 사랑스럽고 예쁘기만합니다.
나는 그런 아이가 정말 고맙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아버지라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나처럼 되고싶지않다고 말합니다.
내가 이름있는 시인도 아니라서 광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으며
일제에 충성하며 그들에게 거역하지않으면 뻔히 행복을 누릴텐데
애써 내가 자기 무덤을 파는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해서 일제 치하속에서 살거라 합니다.
어릴때부터 누누히 얘기해줬었지만 내 말은 그 아이의 귀에 들리지가 않는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날, 내 아이가 유행성 홍역을 앓게되었습니다.
전신에는 울긋불긋한 돌기가 돋아있고, 고열에 앓아 누웠습니다.
구토와 설사가 5시간째 끊기질 않고 무언가 속에 결린듯한 기침을 계속 뱉어냅니다.
식은 땀은 닦아도 계속 흐르고 눈은 검은자가 왔다 흰자가 왔다합니다. 이대로 두면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일제에서 운영하는 큰 일류 병원에 가면 치료할 약이 있지만, 그 쪽 병원에선 약을 절대 나에게 처방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광복을 위해 쓰는 시를 포기하고 일제에 충성하는 시를 쓴다면
아이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약을 처방해준다고합니다.
당신이라면 약을 처방받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