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안수찬 사건이 참... 안타깝습니다.
게시물ID : sisa_937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크대오
추천 : 5
조회수 : 7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6 13:44:52

한참 전부터 그 사람의 글을 좋아했더랬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저도 한 때 글밥 먹고 살았던 입장에서 제가 추구하는 글과

그가 추구하는 글의 방향이 일맥이라, 글쟁이 후배로서 그의 작법을 존경했습니다.


몇 년 전인가. 오유 책게에도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글을 올릴 때,

그의 작법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한경오가 보여줬던 모습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기도 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베오베의 글 처럼, 대학 시절 한겨례, 경향을 구독, 구독독려하며

괴물 키우기에 일조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故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와 동시에

각종 호외와 시민들의 참여이긴 하였으나 쏟아지는 무료 일간지, 주간지에

그래도 진보 언론은 진보언론이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던 사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권부터 시작된 언론 길들이기에 

차분히 길들여지는 진보언론사를 보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언론 탄압이 시작되자

이대론 피가 말라 죽겠는지, 

보이지 않은 곳에서 펜을 드는 모습을 응원하고 함께 했습니다.



저는 사회학 전공으로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와 같은 학과입니다.

학생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처럼.



그와 동시대는 아니나, 그와 동시대의 사람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이상을 먹으며 살았던 20대였기에,

그들이 외치는 이상과 낭만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허나 결코 이해되지 않았던 모습은,

결집, 연대와의 괴리됨이었습니다.


치열했던 NL / PD 갈등.

그로 인해 양분된 세력.

상부와 하부 간 절대수직적인 관계.

내부 부정.

하방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던 그릇된 조직 관리.



제가 보았던 그들의 모습은 

싸워야 사는 사람들. 


연대의 대상과도 싸워대는 그들의 모습.


"따라와주길 바란다."



그들에겐 안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상을 먹고 살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대학 시절, 선배들을 많이 사겼습니다.

몇 몇은 싸워야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미제와 싸우던 그들은 지금, 이산화탄소와 싸우고 있습니다.



언론인과 활동가가 굳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대 변혁적 언론인이 참된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모습 역시 저널리즘의 한 갈래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에 따라 객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글 이라는 수단 자체에 주관이 개입되어 있으니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라는 모델을 통해 

콘텐츠의 양적 증가를 목적으로, 

대량의 활동가를 언론이라는 플랫폼에 편입시켰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쓴 대부분의 글이

취재를 바탕으로 건조되어야 할 기사가 아니라

의식을 기반으로 주장된 오피니언이라는 점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기사의 거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글입니다.

플랫폼에 얹혀져 있다 뿐이지, 인터넷 게시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이 기자라면 상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준에선 그들은 기자가 아닙니다. 

기자가 아닌 사람들이 언론이라는 플랫폼 위에 마구 쏟아대는 오피니언은 폭력과 다름없습니다.


아직 한겨레와 경향의 편집 방향이 그 정도까지 대중에게 무례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자 개개인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원맨플랫폼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기자의 태도는 매체를 선택하는 독자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지난 몇년 간 싸워야 사는 사람들과 인연을 끈었습니다.

내가 싸우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들은 내 인생을 피로하게 합니다.

이것은 저의 판단기준입니다.


누군가를 지지해서, 혹은 지지하지 않아서 

한 언론 매체를 매도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입니다.


허나, 싸워야 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언론이라면 피하겠습니다.

주관을 강하게 내비추는 기사의 말미 처럼.

판단은 독자에게 맡겨야 합니다.


저는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글쟁이로서, 후배들에게 그 사람의 작법을 추천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이 나온다면 구입할 것 같습니다.

허나, 이제 언론에서는 아닙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