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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차 역사 교사의 뒤늦은 달님 지지 선언
게시물ID : sisa_937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뷰징어될거양
추천 : 28
조회수 : 1071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7/05/16 00: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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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년차 역사교사예요

몇년 전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역사영화 이야기로 영광의 베오베를 갔었는데,

다시 이렇게 저의 신분을 밝히면서 글을 쓰게된 이유는...

음... 달님을 지지하는 마음을 어디도 밝히지 못하다가

오늘 모처럼 황사도 미세먼지도 없고

달이 밝게 빛나는 밤이길래 용기를 내어 써보아요 ㅎㅎㅎ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하고, 특히 교사는 심지어 역사 교사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가치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도 아니고

달님 당선 된 후에 웃음이 히죽히죽 배어나와도 말도 못하고

기분이 막 좋아서 수업 시간에 노력하거나 잘해야만 주는 사탕을

막 애들한테 뿌리고 싶고 그랬어요... 히히


60대의 적지 않은 나이의 달님을

젊은 세대인 20대~30대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는 대선 후 기사를 보고

마음이 울컥했어요.

우리는 얼마나 '어른다운 어른'을 기다렸던가요?

우리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참된 어른'이 이 나라를 이끌어주길 바랐을까요?

윤식당에서 윤여정 배우님을 보고 우리가 감탄하는 이유는

그분이 살아오신 삶의 궤적이 멋있기도 하지만,

지혜롭게 나이든 원숙한 모습이 넘나 반할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0대 초반에 IMF의 소용돌이를 지켜봤고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두면 어떡하나

어쩔 줄 몰라했고, 연년생 삼남매가 모두 다른 수능제도를 겪어야 했어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10대를 지냈는데,

인생에 가장 찬란해야할 20대가 되니 권위적이고 부패한 어른의 농단을

겨우겨우 버텨내야했죠.

바꿀 수 없을 것 같고 무기력하고 힘들었어요.

내 20대가 이렇게 힘들고 내 친구들의 20대가 이렇게나 뼈아픈데

왜 어른들은 몰라줄까요.

'우리 땐 다 그랬어.'

'요즘 젊은 것들은 힘든 것을 참을 줄 몰라.'

'내가 젊었을 땐 그것보다 더 했어.'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런 선긋기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와 어른의 지혜가 담긴 조언이었어요.


내일이면, 달님이 파란집 달로 떠오른지 일주일이네요.

검찰개혁 의지 천명,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외교 특사 파견,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방문...

지혜있는 어른, 젊은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이 바로 저거구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바로 그거구나 싶어 코끝이 찡했어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다보면 별 경우가 다 있어요.

교내 흡연, 가출, 대들기, 폭언, 무기력, 수업거부, 수업시간 도망치기, 장기간 무단결석

학교폭력, 왕따, 사이버폭력, 상습적 도둑질, 이기심...

그런데 그 학생들 다 사연있더라구요.

'왜 그랬어? 어떤 점 때문에 힘들어서 그랬어?'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무슨 이유에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어?'

이 말이 마법같은 힘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사회적 약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우리 대통령,

젊은 사람들의 미숙함을 지적하기 보다는 에너지를 예쁘게 봐주는 우리 대통령

우리도 이제 어른다운 어른을 정치 지도자로 선출했습니다.

내일은 어떤 뉴스가 나올지

한달 뒤 일년 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되고 설레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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