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 더러운 백원과 푸른 별
게시물ID : panic_93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1
조회수 : 14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5 21:19:25
옵션
  • 창작글

호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달랑 백원짜리 동전 하나 뿐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 잔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싫은 쏘주가 그리워졌다.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그런 일은 아니다.

교수님께서 연구동으로 부르셔서

내가 이번에 만점을 받았다고 말해주셨을 뿐이다.

그 뒤의 잠깐의 면담이 있었을 뿐이고.


"미래 계획이 어떻게 되니?"

그 질문은 지금도 내 모가지를 쥐어 잡는다.


뭐가 되고 싶은걸까.

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어렸을 때, 그 때는 하고 싶은 것이 넘쳐났다.

꿈이 흘러넘치는 아이였다.

눈은 반짝였었고, 그곳엔 희망이 서려있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감이 있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모든 것을 잃어버린 눈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물웅덩이를 참방 짓밟는다.

물웅덩이를 밟고 싶었는지

그 안에 비친 누군가를 밟고 싶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가 꿈을 물어보면

마음 한켠이 답답한 것은.


교수님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석박사를 따고 국내에서 교수가 되고 싶다고.

교수님은 나에게 "여유로운가보네?"라고 말했고

나는 웃기만 했다.

여유롭지 않으니까.

교수님은 좋은 학원을 알려주셨고, 지금 같이 간다면 내년엔 조교일을 부탁할 것이라고 말하셨다.

만점특혜라나.

기분은 좋았다.

기분은.


왜 내 눈동자는 비어있는지.

그것은 내가 가장 잘안다.

꿈은 저기에도, 여기에도, 그렇게 있는데

현실이라는 늪이 나를 잡아먹는다.

그렇다.

이젠 밝은 별보다 어두운 밤이 더욱 잘 보이는 것이다.

숨을 조이는 현실에 살아남으려고만 하는 것이다.


학원을 다닐 형편은 안된다.

하지만 언어가 안되면 외국으로 진학할 수는 없다.

애당초 내 지식은 얕고도 얕을 뿐이고

교수가 되기에 성적도 턱없이 부족하다.


조교자리 권유는 정말로 고맙지만

군대를 가지 않으면 안된다.

3학년에 가게 된다면 공부에도 단절이 있을 것이고

대학원 진학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냥 그런거다.

눈을 감고 꿈을 바라보다

현실에 삼켜져 사라질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주변에 민폐끼치면서 사라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백원을 보았다.

더러운 백원.



팅 하고 물웅덩이에 던졌다.

그리고 잠깐 소원을 빌었다.

정말 사소한 소원 하나를 빌었다.

딱 백원짜리 소원을 빌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알고 있다.

백원짜리 인생일 뿐이겠지.


그래서일까.

저 하늘의 작은 별이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슬픈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