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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잘못에 대해 어떻게 말해줄까? - 실전편>
A: 왜 자꾸 그렇게 해? 전에도 하지 말랬잖아.
B: 또 그렇게 하네. 아빠는 네가 이러는 게 정말 짜증난다.
C: 아빠는 네가 이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잘못된 행동이야
D: OO아. 이 행동은 꼭 고쳐야 해. 계속 이 행동을 하면 네가 힘들어질 거야.
E: 아빠는 걱정이 돼. 네가 오늘도 이 행동을 또 해서.
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너에겐 참 안 좋거든. 그러니 아빠가 걱정이 되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A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답답하고 속상하니까 그 감정을 그냥 아이에게 던지는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듣는 사람은 공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움찔할 수는 있겠지만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니 반성보다는 방어를 하기 마련이다. "아. 진짜. 또 잔소리야."
B는 A보다 나은 메시지다. 무엇보다 '나'를 주어로 한 나 전달법을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나 전달법 I- message'은 '1) 감정을 배제한 상황의 객관적 묘사 - 2) 그에 따른 영향 - 3) 나의 솔직한 감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앞 문장을 간단하게 묘사했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하면 1) 상황의 객관적 묘사는 된 것이다. 다음 문장에선 짜증난다는 말로 3) 나의 솔직한 감정이 나왔다.
그런데 중간이 생략되어 있다. 아이의 행동이 왜 나의 짜증난다는 감정으로 이어졌는지를 생략하면 아이는 자기 행동이 부모의 감정으로 왜 이어졌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네가 이러는 게 짜증난다"는 말은 아이의 행동을 비판한다기보다는 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금 나를 짜증나게 한다고 들리기 쉽다. 즉 행동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존재에 대한 비난으로 들린다. 자기 존재 자체를 누군가 비난하면 사람은 반발하기 쉽다. 내가 어때서 하며 반발하면서 내면으로는 자존감이 흔들린다. 사실 반발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자기 방어다. 나란 존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자기만이라도 믿어야 하기에 반발심이 솟아난다. 그러다 보니 교육은 어려워진다. 잘못된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야지 존재 자체를 비난하는 듯한 표현을 써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C는 B의 잘못을 교정한 말이다. 존재가 아닌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상당히 세련된 표현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건조하게 잘못을 잘못이라 분명히 말하는 좋은 훈육 언어다. 보통 이 정도도 괜찮다. 대안적 행동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나가지 않았지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의 대안 행동을 알고 있다면 이렇게 짧고 건조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D는 더 높은 수준의 훈육 언어다. 소위 '편들어 말하기' 기법이다. 아이가 행동을 고쳐야 하는 이유가 그 행동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임을 설명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아이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부모가 그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은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진 말이다. 그 행동이 네게 불리하다는 말은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진 말이다. 사람은 대개 누군가 내 편에 서서 말해줄 때 더 귀가 열린다. 그렇기에 이 말은 더 강력한 훈육언어다.
E는 '나 전달법'과 D의 '편들어 말하기'를 결합한 방식이다. 우선 존재가 아닌 구체적인 행동에 초점을 두고 있고, 아이 편에 서서 아이 행동이 아이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고, 이것을 부모의 걱정이란 '감정'과 연결짓고 있다. 아이 편에 서 있다는 느낌을 주니 아이의 마음을 열기 쉽고, 부모의 감정을 연결지으니 말의 무게가 더해진다. 결국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훈육 언어다. 다만 너무 강력한 방식이기에 항상 이 방법을 쓰면 좀 곤란하다. 아이는 잘못을 끊임없이 하기에 이런 강력한 방법을 자주 쓰면 아이가 지나친 압박감을 느낀다. 부모로부터 벗어날 틈 없이 붙잡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답답해질 수 있다. 부모가 하는 말이 다 옳기는 한데 너무 갑갑하다고 느낄 수 있다.
아이는 부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장하고, 부모의 압박이 지나치게 강하면 아이의 삶의 에너지는 약화될 수 있다. 그렇기에 실제 상황에서는 C, D, E를 섞어서 쓰면 좋다. D를 중심으로 쓰되, 가볍게 할 때는 C 정도면 충분하고, 아주 중요하게 각잡고 이야기할 때는 E를 쓴다.
부모라면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은 하루에도 여러 번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말을 찬찬히 돌아보고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는다. 두어 달만 꾸준히 저녁마다 10분씩 오늘 내가 한 말을 돌아보고 새롭게 고쳐보고 연습하면 나아질텐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대단히 어려운 기술은 아니다. 그저 연습이 좀 필요할 뿐이다.
난 성격이 못 돼 먹어서 안 된다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운동선수도 성격의 영향을 받지만 훈련하면 어느 정도의 기본기는 탄탄해진다. 대부분은 스스로 훈련하지 않아서다. 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물론 훈련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부모들도 많다. 또 훈련을 했더라도 삶이 너무 정신없이 흘러가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기본부터 흔들리기도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루 이틀 써먹을 훈육 언어가 아니니 지금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하면 어떨까?
출처 | 서천석의 마음연구소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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