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한복착샷 이후로 오랜만에 글써요. 글 길어요 ㅠ!
약 6.5년의 오사카 생활을 정리하고 (박사졸업) 츠쿠바로 이사와 모기업 연구소에서 입사 한지 1.5개월 된 나이많은 신입입니다.ㅎ
사실 오유에서는 일본인 남자친구와의 연애담으로 많은 분들의 죽창을 시전받았었지만...ㅠ;
"학생의 본분은 학업. 연애는 언어도단"이라는 부모님의 가치관에 여러번 부딪힌 과거경험으로 인해...
지난 5년간, 일본인 남자친구의 존재 자체를 숨겨왔어요.
"졸업도 아직인데 연애나 한다고....", "취직은 어떻게 하고 연애질...."같은 이야기를 원천봉쇄 하지 않으면
남자친구가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는 꺼낼수 조차없는 이야기였거든요...
그리고 무사히 졸업을 마치게 된 날,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어요!!!!!
당연히 엄마아빠는 난색을 표하셨고요 ㅠㅠㅜㅠ;;;;;
뭐랄까, 교제를 찬성하는건 아니지만 일단 알았다. 같은 분위기에 더 가까웠어요.
불같은 반대는 아니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다행이었지만요.
당장 결혼을 할건 아니지만 오래 만나오기도 했고, 정식으로 얼굴이라고 보여드리고 싶어서
한국에 언제 같이 갈까... 계획을 하던중에 7월에 남동생이 입대를 하기 때문에
가족이 다 있을때에 가려면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친김에 5월초, 일본의 골든위크때 한국에 다녀왔어요!
부모님께는 이번 5월 초에찾아뵈려고 한다 (사실 이미 비행기표 다 질러놨었죠 ㅋㅋ;)라고 전하니..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오지 말라고 하시는거에요 ...ㅠㅠ 그래서 저는 가족이 다 있을때 보여주고 싶다,
저희는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심지어 저는 신입인데 같이 맞춰서 휴가를 만들기는 어렵고 이렇게 같이 쉴수 있는 연휴가 남동생 입대 전에는 없다.. 설득을 했죠.
남자친구는 한국어를 공부중이긴 하지만 짤막한 표현 몇마디와 한글을 외워서 이제 조금 읽게 된 정도에요.
그래도 자기소개는 꼭 한국어로 하고 싶다고 열심히 준비해갔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000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왔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의 무한 반복.
비행기안에서도 수십번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그래도 많이 긴장했는지 실전에서는 좀 틀렸지만; 보고있는 저는 정말정말 기특했어요.
"어머님 김치가 진짜 맛있었어요"(과거형이 포인트 ㅋㅋ)
"맛있어요" "감사합니다"는 추가로 별도연습ㅋㅋ;
이번에 한국에 온 이유가 뭐냐고 아빠가 물으시니..
"결혼을 전제로 한 교제를 허락받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데서 다시 반함 (어머 박력)
되게 압박면접같은 분위기였어요... 저희 아버지가 한 인상 하시거든요 (오돌오돌) 근데 남자친구도 자기 의견은 확실하게 말하더라고요.
중간에서 제가 통역할 때에도 뉘앙스나 세세한 부분이 잘 전달 되도록 생각해서 전달했어요.
숨막히던 대화가 끝나갈 때 즈음.. 아빠께서 "그럼 됐어."라고 .....드디어..ㅠㅠㅠㅠ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미 5년동안 서로 믿고 만나왔다는데에서 부모님은 당신들이 싫다고 해서
우리가 헤어질게 아니라면 무의미한 싸움은 하지말자고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해요...
그리고 제가 대학에 들어간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자립했었거든요. 유학도 전부 제 힘으로 온거구요..
지금의 제 인생을 스스로 꾸려온 노력도 책임감도, 제 선택도 부모님은 인정해주셨어요.
그 후에 다같이 밥먹으면서 (외식) 남자친구는 제 앞에, 아빠는 제 옆에 앉으셨거든요.
아빠께서 "눈빛이 진지한것이 사람이 볼수록 괜찮아 보인다. 이건 통역하지마" (츤츤) 라시더군요.
제가 좋은사람을 만나기는 했나봐요 히히.
생각보다 저희집 멍멍이랑도 금방 친해지고, 같이 산책가서 엄마랑 남자친구랑 포켓몬 잡아오고(...)
5년 묵혀온 고민이 해결된 것 같아서 요즘 정말 살만해요.
같이 한 고비를 넘었다는 성취감으로 한국 다녀온 후로 매일이 더 애틋하고 그렇네요.
저 좋겠죠?! 히히히히힣
그밖에도 제가 한국에 들어갔을 때가 사전투표기간이었거든요. (저는 4/29에 도쿄에서 재외국민투표로 달님 찍고 드갔지영♡)
광화문 걸을 때에는 이 넓은 도로가 전부 촛불로 가득찼다고.. 그래서 지금 우리가 투표할 수 있는거라고..
저는 지방에 살아서 KTX타고 내려갔는데 용산역에 사전투표 줄이 늘어선 광경을 보고 남자친구가 엄청 놀랐었어요.
괜히 제 어깨가 으쓱 하더군요. ^-^
마지막으로!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경상만들기에요.
집중하고 있는것이 귀여워서 //ㅂ//~
그럼 여러분, 다들 예쁜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