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설관리쪽에서 10년 좀 넘게 근무했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둘 다 해 봤고,
지인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봤고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건
정확히 말하자면 용역회사 소속인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 맞지만,
그 대우는 정규직만큼은 아닙니다.
이게 무기계약직인데,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건
단지, 근무기간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건물의 시설관리는
용역회사가 관리하고 있었으나,
서울시의 산하기관이 들어오면서
시설관리 파트가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님께서 시설관리 분야 중
미화쪽이 가장 열악하기 때문에 미화부터
먼저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대로 하고 계십니다.
일단, 근무환경부터 달라졌어요.
대표적으로 그 곳의 미화 파트 근무자들의 경우
식사를 하는 곳이 지하의 정화조실 바로 옆이었습니다.
- 정화조가 뭔지 아시죠? -
하지만, 무기계약직이 되면서 도입된 근무환경 개선에 따라
식사하는 곳도 옮겨지고 휴게실도 더 좋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급여도 당연히 올라갔고요,
저는 미화가 아닌 방재쪽이었고 방재 기사들 중
제가 경력이나 자격증으로 따져서 가장 스펙이 좋았는데도
2013년 말쯤 그만 두기 직전의 세후 급여가 170만원이 넘지 않았습니다.
당시 함께 일했으며 지금도 간간히 연락하고 지내는 동료에게 들었는데,
제작년에 시설관리 파트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됐으며,
현재 급여는 월평균 200이 조금 넘고 매년 최소 3~4% 인상 보장에
복지 포인트와 연말 성과급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야간 당직자의 경우 의자에서 자거나 라꾸라꾸 같은
간이 침대에서 자야 했는데, 얼마전에 가 보니 이층 침대가 있더군요.
그 전까지는 급여가 오르다가 깎이는 것이 되풀이 되기 일쑤였죠.
123 > 125 > 128.....이렇게 한 곳에 오래 다니면 당연히 급여를 올려줘야 하는데
급여를 올려주려면 용역회사는 '갑'사에게 관리비를 더 달라고 할 수 밖에 없죠.
이 때 신생 용역업체가 '우리가 더 싸게 관리해 줄테니 우리와 계약을 맺자'고 나오면
'갑'사는 당연히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신생업체와 계약을 맺기 쉽상입니다.
이렇게 해서 새로 들어온 신생 용역업체는 근무자들에게 제시를 하죠.
120 밖에 못 주겠으니까 남을 사람은 남고 나갈 사람은 나가라......
그러다가 몇 해가 지나면 이 업체도 급여를 올려줄 수 밖에 없으니까
'갑'사에게 경비 인상을 요구하고.....이 때 또 새로운 신생 용역업체가 들어오고......
다시 용역업체가 바뀌고.....결국, 근무자들은 급여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급여가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으려면 이직을 해야하는데,
급여를 올리겠다고 잦은 이직을 한다면 채용에 불이익이 오죠.
그나마 지금은 용역회사를 벗어났네요.
비정규직 철폐가 부디 빨리, 그리고 널리 도입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