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디가서 제가 쪽팔려 말도 못한 얘기인데요 개인적으로 일베의 페북 파급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야겠다 싶어서 글을써요.
일단 제 남동생 얘기입니다. 얘는 어렸을때부터 운동하고 대회에 선수로 한달에 적게는 한번씩 출전했던 평생을 운동만한 친구에요. 지금은 꽤 알아주는 대학교에서 운동을 계속하고있습니다.
운동대학 특성상 대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며 지냅니다. 집에는 휴가 받아야 겨우 올 수 있어요. 많게는 한달에 한번 얼굴 보고 적게는 반년에 한번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주 볼 수 없기에 동생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매우 적어졌어요 서로 연락을 자주하는 사이도 아니고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 투표 일주일 전 쯤에 휴가를 받아서 동생이 본가로 왔습니다. 자연스레 대선 이야기가 나왔고 이십대 초반이니까 동생은 당연히 문재인 지지자겠지 했어요.
근데 충격적인게 자기는 진짜 문재인 될까봐 너무 두렵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그러는거에요. 진짜 저는 현실 세계에서 젊은 사람이 문재인보고 빨갱이라는 걸 들어 본 적이없거든요. 노인분들이라면 몰라도 젊은애가 이러면 거의 백프로로 일베라고 생각되잖아요. 근데 제가 알기로는 동생은 그 어떤 커뮤니티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일베가 뭔지 잘 모르는 얘거든요. 하는 거라곤 페북밖에 없어요. 얘가 미쳤다고 본인 일베하는거 커밍아웃하는건가 생각이 됐을 정도 였어요.
그래서 전 혹시나 집히는게 있어서 어디서 그런걸 보았느냐 했더니 페북에서 보았다고 페북에선 모두가 다 문재인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제가 주변에 동생이 이렇게 말하고 다닐까봐 두려워서 다른 애들한테도 이렇게 말하냐 했더니 모두가 다 똑같이 생각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2차충격이었습니다
어느정도는 이해가 갔습니다. 동생이 어려운 한자 단어만보면 저게 무슨뜻이야 이렇게 물어보곤 하거든요. 참...솔직히 많이 부끄럽습니다만ㅠㅠㅠㅠ 평생 진짜 밤낮 안 가리고 운동만해서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라곤 모두 다 운동하는 얘들 뿐이니 얘네들도 선동 당하기 쉽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엔 제가 너 정말 그런걸 믿냐고 진짜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고 나는 현실에서 그런거 믿는거 처음 봤다고 망연자실한체 말했는데 동생이 아무말도 못 하더라고요. 얼굴을 보니까 본인도 뭐가 잘 못 됐는지 모르는 표정이었어요.
동생한테는 괜히 역효과가 나서 화는 내지 못한체 그저 진심을 다해 그런거 믿지 말고 넘어가지 말라고만 말해놨어요. 얘도 나름대로 자기가 믿어온 것에 충격 받은 듯 했어요. 옆에 엄마도 같이 저와 같은 반응을 보였었거든요.
진짜로 제 동생처럼 우둔한사람이라면 진짜로 페북만 보고 넘어갈 수 있겠구나, 괜히 국정원이 나서서 여론 조작을 하는게 아니구나, 젊은 이들도 당할 수 있겠구나를 알게 됐어요 참 무섭더라고요.
저희 아빠 자칭 보수신데 이번에 선거판 돌아가는 거보고 문재인 찍으신 분입니다. 보수성향 강한 저희 아빠도 문재인 찍었는데 참 보수랑 진보가 뭔지 구별도 못하는 저희 동생 입에서 빨갱이란 단어가 나온 자체가 충격이었습니다. 동생은 빨갱이가 뭔지나 알았을까요 그저 페북에서만 떠들어대고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 그저 그대로 믿은건 아니었을까요.
부끄럽지만 20살 넘게 먹어도 저희 동생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동생 친구들도 그런 말은 한다는 것 보면 말이죠. 때문에 페북만 하고 정치에는 관심없는 이들이 일베를 하지 않아도 일베에 물드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정치를 잘 모르는 10대에도 이런 파급력이 미친다는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떻게 될지 그것도 걱정이 됩니다.
제 동생이 이런 것에 넘어간게 전 그저 진심으로 부끄러울 뿐이고 시간을 두면서 정보를 맹신하면 안 될것을 알려줘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페북에 이런 정보들이 뜨면 댓글로 계속 견제를 해야할 것에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