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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배우자의 행복을 사는 법
게시물ID : wedlock_81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mstern
추천 : 27
조회수 : 2823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7/05/11 20:19:43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행복에는 돈이 필요하다.

내가 남편의 행복을 사는 법 대한 썰을  한번 풀어볼까 한다.

(집앞에 쌓인 남편의 컴퓨터 택배박스를 보며. 부글부글)



3천원 (20분의 행복)

직장을 옮긴 후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기엔 돈이 없어 (그동네는 너무 비쌈 ㅠㅠ) 남편의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한시간 반에 육박하는 퇴근시간.

오늘같이 더운날은 남편이 퇴근한다 카톡을 주면 3천원짜리 수입맥주를 냉동실 안에 넣어둔다.

녹초가 된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하러간다.

샤워를 하고 나온 남편에게 냉동실에서 막 꺼낸, 냉기가 폴폴 날리는 수입 맥주를 건낸다.

남편은 벌써 하얗게 서리가 묻어나오기 시작하는 맥주를 들고 쇼파에 털썩 앉아서 티비를 켠다.

딸깍 하는 캔 따는 소리가 시원한 목넘김 소리.

나는 그렇게 3천원으로 남편에게 20분간의 행복을 사준다.



만원 (??분의 행복)

게이머인 남편이 평소보다 우울할때면 나는 내방 서랍안에서 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꺼내준다.

문화상품권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은 (=ㅅ=) 표정의 남편이 (^ㅅ^) 표정의 남편으로 변한다.

건내준 문화상품권은 조심히 받아 한곳에 보관한다. 보다보면 그동안 준 문화상품권이 꽤 모여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남편 표정이 매우 든든해보인다. 

남편은 그것을 모아두었다가 컬쳐캐쉬로 전환하여 하고싶은것을 한다. 언제 쓰는진 알수없어서 행복지수는 측정 불가능.

하스스톤(게임)에 혹은 오버와치(게임)나 구글(게임)에 쓸데도 있고 아주 드물게는 영화표(게임 아님)를 살때도 있다.

이상하게 만원짜리 현금을 줄때보다 문화상품권이나 컬쳐캐쉬등으로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현금 만원은 주는 순간 눈처럼 녹아 사라진다.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언젠가는 만원주니까 그대로 후다닥 나가서 편의점에서 사이다랑 과자를 사온적도 있다. 뭔가 어린애 같아서 귀엽다.



2만원 (2시간의 행복)

치킨을 시켜준다. 남편은 2시간동안 행복하다.

3천원의 행복과 중첩효과가 있다.



5만원 (일주일의 행복)

남편은 급여가 들어오는 월말에 용돈을 받아간다.

용돈이 얼마가 됬던 월초에 카드사로부터 퍼가요 당하고 나서는 매달 10~20일 정도가 되면 남편의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남편은 모르지만, 나는 종종 남편의 지갑을 본다.

어느순간 남편의 지갑안에 만원한장 없어지는 시기가 오거나,

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갈때면 현금으로 빳빳하게 준비해둔 신사임당 한장을 내민다.

남편은 별거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받아들지만 이미 눈동자는 강아지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돌아서는 남편의 뒷통수에서 흥이난 어깨춤이 보인다.

그래, 신사임당 하나면 일주일간 마음이 든든하지.



10만원 (이주일?의 행복)

생일같은 레어 이벤트때 발생. 자주있는 일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10만원으로 남편의 행복을 산것은 오버와치(게임)을 자신이 못한다고 징징 거렸을때였다.

메인보드가 그래픽카드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남편에게 "컴퓨터가 구린게 아니라 컨트롤이 구려서 그래" 라고 팩트폭력 날려주고 시무룩한 남편에게 게이밍 마우스 사라고 10만원을 허해주었다.

남편에게 게임하라고 마우스 사랬더니 게임은 안하고 삼일동안 마우스 구매 페이지만 들여다보더니 마우스가 도착하는 날까지 자기가 얼마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마우스를 샀는지 어필해댔다. 마우스 도착하고는 일주일 내내 마우스 사더니 자기가 오버와치(게임)에서 얼마나 많이 메달을 땄는지(뭔가 잘하면 주는것) 궁금하지도 않은데 자꾸 와서 보라고 한다.

....아무래도 컨트롤이 안 좋았던 것이 그동안 마우스가 안 좋아서 그랬던 것 마냥.

내가 보기엔 똑같아보이는데 ...

... 그래. 마우스 탓이라 해두자.




100만원 (과연?)

남편이 제작년 겨울이었나, 작년 봄이었나부터 아이패드 프로가 가지고 싶다고 찡찡거렸다.

타블렛은 할부로 잘만 사면서 왜 아이패드 프로는 못사나하고 알아봤더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용돈할부로는 살수없는 금액.

너무 비싸서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이야기해두고, 정말 필요한지 곰곰히 따져보라 이야기했다. 정 필요하다면, 살수도 있지만 나에겐 그것이 그정도의 가치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혼자서도 곰곰히 따져보다가 날 설득할 수는 없을 것 같자 30만원즈음 하는 펜을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을 사고 써보기도 하고, 아이패드 프로를 가지고 있는 친구와 그것을 맞교환하여 일주일 정도 써보기도 하다가 어느순간부터 조용해졌다.

어느순간부터 아이패드 프로이야기는 사라졌지만, 내 나름은 사실 일년동안 어필할정도로 필요한 것이면 사주려고 한달에 5만원씩 용돈을 아껴 적금을 부어두었다. 적금이 만기가 되고, 아이패드 프로에 대해서 물어보니 필요없단다.

60만원을 뭐에쓸까, 내 컴퓨터를 살까 고민하다가 돈을 조금더 얹어서 남편 컴퓨터를 새로 맞춰주기로 했다.

2주째 컴퓨터 사양 관련 싸이트만 들여다보더니 오늘 퇴근하고 와보니 택배박스가 1미터는 쌓여있었다. 

아직 다온게 아니란다. 내일도 올거고 토요일에도 온단다..

퇴근하자마자 날라오고 있다는 카톡은 받았다.

100만원에 얼마나 행복해할지는 모르겠다.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

집에 쌓인 택배박스..
나는 미묘하게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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