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휴가철을 맞아 외할머니 모시고 큰이모 뵈러 통영에 갔을때 생긴 일입니다. 전망 좋은 펜션 베란다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서 천연덕스럽게 밥달라고 앵앵거리더라구요.
남은 장어랑 갈치 꼬다리를 두어조각 던져주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제 집인것마냥 베란다에 디비져 잡니다. 펜션 주인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먹을걸 주니까 아예 펜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산다고 하네요.
밥도 다 먹었겠다 밖에 섬구경 나가자해서 배타고 가는 와중에 카톡으로 친구들과 고양이 얘기를 했습니다. 근데 갈치 같은거 줘도 되느냐, 길고양이는 깨끗한 물이 최고다 이런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죄지은 기분이 들어서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그릇에 생수를 떠다 베란다에 갖다놨지만 저녁 먹을 때도 고양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군요.
나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고 펜션을 몇바퀴 걷다가 결국 지쳐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집에 갈 채비를 하면서도 죄책감이 들어서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익숙한 앵앵이 소리가 제 귀를 간지럽히는거 아니겠어요.
제 걱정이 무색하게 이 친구 아침을 준비하는 옆방 베란다에서 천연덕스럽게 밥 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ㅋㅋ
꼬마애들이 엄마한테 반찬이 짜니까 씻어서 줘야해 하는 말을 듣고 나보다 생각이 깊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칭찬을 하며 짐을 싸던 와중에 무심코 저희 방 베란다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래도 반찬이 좀 짰던 모양인지 제가 아침에 새로 떠다놓은 물그릇에 코를 박고 있더군요.
다음부터 길짐승들에게 뭔가 주기 전에 꼭 검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펜션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