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함께보면 좋은 글 -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 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그런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경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 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 보면...
빗 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상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 시집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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