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15440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캐진
추천 : 5
조회수 : 43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5/10 10:16:34

문재인님 당선되고 너무 기뻤어요.
사실 조마조마 했거든요 .
잠을 못자서 늦게까지 자다가 하마터면 투표 못할 뻔 했지만 엄마가 투표하러간다고 깨우래놓고 안일어나냐고 깨워주신 덕분에 부랴부랴 선거 투표하러 갔네요.

당선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더라구요.
 
앞으로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들도 많고 힘드시겠어요.
서두르지마시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주세요.

....... . ..... ...

세시간 전 쯤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사실 저는 친가를 좋아하지않습니다.
교양따지고 품위따지는 고지식한 분들이라 저랑 맞지도 않고..
장례식장은 가야하지만 친가 어른들 상대하기가 벌써부터 지칩니다.

마음이 이상하네요. 문재인님이 당선 되었다는 소식이 정말 기뻤지만 뭔가 마음 한켠이 이상꾸리했는데 할머니 소식 때문이었나봐요.

할머니 이제 편안하게 쉬세요.
까칠함도 이제 내려놓으세요.
오늘 마지막 가는 길 뵈러가겠습니다.
고모들, 큰 아빠들이 문제아라고 싫어했던, 하지만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던 막둥이 우리 아빠 미래 좀 열어주세요.

매번 힘들어하는 아빠 엄마..예전엔 웃음가득하고 화목했던 우리 집..이제 온기가 없어요 할머니.
서로의 스트레스때문에 대화는 뒷전이고 한 공간에 있기만 하면 다투는 우리 아빠 엄마 마음에 사랑 좀 넣어주세요.
 
낼 모레면 20대 중반인 다 큰 여자가 웬 어린아이 같은 말을 하나 싶죠? 
하하 사람이 너무 지치고 의지할곳이 없다고 느끼면 어린아이로 돌아가더라구요 한번씩.

이해해주세요. 다른 손주들은 눈 하나 깜짝 안하시던 할머니..
저 하나만큼은 예뻐하시고 자식들이 준 용돈들 꽁쳐두다가 꼭 저한테만 몰래..안받겠다하면 가냘픈 힘으로 밀어넣어주시던 할머니.

제가 3살쯤 되었다그랬나? 작은 고모 반지가 없어졌다고 우리아빠 딸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던 나부터 의심하던 고모한테 호통치고 저 감싸주셨다고 들었어요. 난 아직도 이해가 안가요. 우리아빠가 성격이 고지식하고 많이 거칠고 까칠해도 나쁜 짓은 안하는 사람이고 남의 것 탐내본적 없는데 왜 도둑놈 딸 취급을 했는 지..

어릴 적 방황은 사춘기 접어들며 다 겪는건데 말이에요 그쵸?..

예전 사촌오빠 결혼식 때 없는 살림에 우리 아빠가 축의금 40 넣어줬어요.
나는 10만원이나 20만원이면 되지 뭘 그리 많이 넣었냐 화 냈지만 그래야 나중에 내가 결혼할 때 얼굴 비춰준다는 말, 하나밖에 없는 딸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서 축복받으며 예쁜 결혼 했으면 좋겠다는 말..
 
그런데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문자 한 통도 안왔어요 할머니.
아빠가 전화해서 내가 뭘 그렇게 형,누나들한테 잘못했기에 날 나쁜놈 취급하냐며 억울함 호소하던 우리 아빠, 할머니가 보셨다면 우리 아빠 안아주시며 우리 철이 착한 우리 철이..해주셨을텐데 ...

할머니가 중환자실 가셔서 오늘 내일 하실 때 울 아빠 베란다에서 우셨어요.
내가 어릴 적에 링겔 맞으며 울고 불고 기겁하면서 병원 떠나가라 울어재낄 때 이 후로 우리 아빠 흐느끼는 뒷모습 처음 봤어요 .

할머니 우리 아빠 미래 좀 열어주세요.
할머니 이번생에 불만많아 화만 내시며 다른 할머니들과 어울리지못하셨잖아요 이제 마음 좀 편히 두시고 푹 쉬시다가 다음생에 또 우리 아빠 어머니로 뵙고싶어요.

할머니 오늘 가시는 길 편안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글이 뒤죽 박죽이네요.ㅎ
문 후보님 당선 축하도 할 겸 넋두리 좀 했네요.
즐거은 하루들 되시고 선거 인증합니다! 하하!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