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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오후에 가서 투표하고 왔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762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너구리찡
추천 : 1
조회수 : 2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5/09 18:10:46
원래는 5일에 사전투표 하려고 했었는데 못하고, 오늘에서야 투표하고 왔네요.
사전투표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 지 못 정했거든요.
단 며칠이라도 더 생각해 보고 싶어서 오늘까지 미뤄뒀고, 오늘 이후로는 더 미룰 수가 없어서 일단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자전거로 15분 거리의 초등학교 강당.
현재 제 거주지가 실거주자보다는 주로 외부에서 온 근로자들만 많다 보니, 투표하러 온 분들은 역시나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 날씨 탓도 있었겠죠.
도착해서도 한동안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서 고민했습니다.
'과연 나는 누구에게 표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까?'
계속 생각해도 이게 최선이다 싶은 답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지팡이에 의지해서 휘청휘청하면서도 투표소로 들어서시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투표용지를 받고 나면 마음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갔습니다.
신분증 제시하고, 명단에서 제 이름 찾고, 서명하고,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용지 받고 나서 기표소 안 들어가고 그대로 투표함에 넣을까도 생각했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싶어서 기표소까지는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투표용지를 내려다 보면서 한참 고민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냥 나가서 백지를 낼까? 그래도 기표를 하는 게 나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기표는 했습니다.
소신대로였다면 무효표를 내고 왔어야 했겠죠.
시간이 지나고 만약 제가 기표한 그 후보가 당선된다면 저는 오늘을 후회할 지도 모릅니다.
그 때, 2017년 5월 9일에 무효표를 내든지, 다른 후보에게 표를 줘야 했다면서 과거의 저를 원망할 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냥, 정말 그냥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어쩌면 당선된 뒤에 조금이라도 나의 목소리를 듣고, 바꿔주지 않을까 하는 밑도 끝도 없는 기대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택도 없는 소리일 지도 모르고, 소신을 버리고 타협한 비겁자의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투표소를 나오면서도 역시 계속 혼란스러웠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 한 게 옳은 걸까?'
그 동안의 선거에서도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으로 투표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일 거라는 생각은 있었죠.
그런데 오늘은 솔직히 전혀 모르겠네요.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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