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긴 연휴동안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오는 날이었는데, 비행기 뒷좌석에 부모와 한 5-6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그 날 비행기에 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너무 안심했던 탓일까요...
비행기가 뜨기 전부터 뒷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틀어주는데, 거기에 원하는 애니메이션이 없다고 칭얼칭얼... 거기다가 기내안내방송이 나올 때 마다 화면이 멈추니 왜 화면이 멈추냐고 엄마한테 화를 내더군요.
아이니깐 고단한 여행길에 좀 칭얼 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 쓰였지만 엄마랑 아빠가 있으니 애한테 설명을 하겠지. 적당히 훈육을 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정말 바보같은 착각이었습니다-_-;;
엄마는 애가 칭얼거림을 넘어 악을 지를 때 마다 그저 다독이기만 하고, 아빠는 아예 무관심...... 제 남편은 뒷좌석에 남편이 있는 것도 몰랐다고 하네요.
다 큰 아이가 엄마한테 업어라고 떼쓰다가, 벨트 사인이 켜진 상태라 엄마가 업어주지 않자 '엄마 미워' '엄마 미워' 를 악을 쓰면서 얘기하더라구요. 하이라이트는 착륙 때 였습니다. 벨트 사인이 꺼진 후 엄마가 안고 재우자 조용히 잠을 좀 잤는데 도착할 때 돼서 승무원이 제자리로 갈 것을 권하자 아이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진짜.. 악을 쓰며 소리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승무원은 그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고, 주변 사람들은 한 번씩 다 뒤를 힐끔거리는데도 엄마는 아이에게 화 한 번을 안냈습니다. 아빠요? 그냥 작은 목소리로 그만 해라가 다 였습니다. 엄마는 쩔쩔매기만 하면서 아이를 다독이고 아이는 그럴 수록 소리를 계속 지르다가 승무원 때문인지 겨우 자리 자리에 착석하고 그 뒤로 서러움 반 진짜 미움 반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또 '엄마 미워' 를 반복했습니다.
소리가 너무 크고 짜증스러워서 헤드폰을 끼고 최대 볼륨으로 음악을 들었는데도 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그 덕분에 속이 너무 안 좋아져서 기내식도 한 수저 뜨고, 도착할 때 멀미 증상이 심해 약까지 먹었습니다. 그 동안 비행기를 수십번도 더 탔는데.. 진짜 그런 멀미 느껴보는 게 처음이었어요.
왜 부모에게 항의하지 않았냐고요? 무관심한 남편과 엄마 밉다고 하루종일 악 쓰는 아이 사이에서 혼자 불쌍하게 쩔쩔매는 엄마가 불쌍해서 안했습니다.
흔히들 아이는 잘못이 없다고 하죠... 아이를 잘 못 기르는 어른(부모) 책임이지.
작은 아이도 아니고... 말 다 알아듣는 아이가 저 정도로 떼를 쓸 수 있다는 거에 놀랬고.... 자기 아이에 아무 관심 없는 아빠의 존재에 멘붕.... 엄마 밉다는 소리를 듣고도 그저 달래기만 바쁜 엄마의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내 모습일까 두려워졌습니다.
글이 너무 기네요 ㅜㅜ 비행기와 같은 특수한 공공장소에서 아이와 함께 하시는 부모님들.. 아이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면 꼭 함께 하면서 지켜야 할 약속 같은 걸 미리 주지시켜 주세요 ㅜㅜ 내 아들 우는 것만 속상해 하지 마시고 근처 다른 사람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꼭 잊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