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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겪은 비정규직 체험 르포
게시물ID : sisa_202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백수
추천 : 5
조회수 : 6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2/20 09:41:10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9&article_id=0000076198§ion_id=102&menu_id=102



[CBS 기획취재① 영세기업 현장르포]분진, 쇳가루 속 12시간 이상 근무…'알아서 조심해라'
[정치권의 의견대립으로 비정규직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백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열악한 노동 여건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CBS는 오늘부터 닷새에 걸쳐 기자들이 대기업과 영세기업의 생산현장에 직접 취업해 체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한다.]

#1. '소음, 분진, 쇳가루... 팔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경기도 수원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

귀를 찢는 소음 속에 용접 불꽃과 날리는 쇳가루가 뒤섞인 공장 안은 온통 난장판이다.

공장에 취업한 첫날. 자동차 문짝의 용접 이음새를 4kg에 가까운 연삭기계로 다듬는 일이 맡겨졌다.

소음과 분진, 쇳가루 속에서 방진마스크와 장난감 같은 보호안경, 목장갑만으로 버텨야 했지만 몸 조심하라는 말보다 비품을 아껴쓰라는 관리자의 타박이 이어졌다.

오전 8시 30분부터 시작된 작업은 오후 5시 30분까지 계속됐다. 밤 9시에 끝나는 잔업까지 마치고 나니 몸은 축 늘어질대로 늘어졌다.

방진마스크를 썼지만 입속에 가득 고인 가래침 속에는 시커먼 쇳가루가 묻어났다. 

이튿날 출근해 또다시 연삭기계를 잡았다. 하지만 손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고 나흘째. 

고된 몸 때문에 말수가 줄고 기계적인 운동만 이어가는 몸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잔업까지 꼬박 채워도 하루에 쥘 수 있는 돈은 4만 4천원 남짓.

1년 반 동안 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동료, 25살 정모씨는 '잔업을 빠지지 않고 각종 수당까지 합해야 한달 130만 원'이라며 여유나 휴식을 바라기보다 잔업이 끊기지 않기를 원했다.

#2. '유해 세척제로 흥건한 손..."알아서 조심해"'

인천에 있는 한 가전제품 생산공장 역시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공장 안 풍경과 대비되는 하얀 색의 냉장고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끊임없이 흘러 내려오지만 미숙련 노동자 앞이라고 속도가 늦춰지는 건 아니다.

포장 전 제품의 얼룩을 지워내는 작업이 맡겨져 일을 하다 보면 손에 낀 목장갑은 유해 세척제로 어느새 흥건해졌다.

다른 작업조와는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만으로 구성된 작업조는 어떤 성분이고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알아서 조심하라'는 조장의 말 한 마디만을 들었을 뿐이다.

익숙해질 때 쯤이면 다른 작업으로 이동 배치돼 이번에는 냉장고 바닥 나사를 조이는 일.

컨베이어 벨트 위 육중한 냉장고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혹시나 떨어진다면 벨트 아래 노동자를 깔아뭉겔 기세다. 역시 어떤 보호장치도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작업조장의 말은 ‘잔업과 특근 없이는 한달에 78만 원밖에 받을 수 없다’는 것. 임금이 적은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잔업 독려다.

#3. "여러분, 물을 조심하세요. 불산, 염산, 질산 오폐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 설비를 유지 관리하는 또 다른 업체.

앞의 두 곳과는 다를까. 처음부터 안전 교육이 이어졌다.

높은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비계'라는 지지틀에서 추락사한 예를 시작으로 알칼리-산 폐수 누출 사고의 예가 이어졌다.

반도체 공장 설비에는 실질적으로 산과 알칼리 화학약품을 쓰는데 제품은 질산, 불산 등의 폐수가 설비 곳곳에 있다고 한다. 

작년 한 노동자가 바닥에 떨어진 불산에 닿았다고 집에 돌아가 자는 도중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불산은 무색무미 무취로 피부에 닿았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피부로 흡수되어 뼈와 반응하면서 뼈가 녹아서 죽게 된다고 했다. 

당황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보안요원은 한마디 덧붙였다.

"여러분 물을 조심하세요. 아니면 퇴출입니다."

물을 만지면 죽는다는데 퇴출이라니. 보안요원은 안전보다 오직 '퇴출'에만 관심이 있어보였다.

현장 소장 주재의 또 다른 안전 교육. 안전 교육의 주제는 '일진 아웃제'였다.

"2월 초부터 삼진아웃제는 없어지고 일진아웃제로 바뀌었다. 이제 실수하면 무조건 퇴출이니 잘 명심하고!"

일진 아웃-한 번 실수하면 퇴출, 안전 교육이 아니라 퇴출 안내였다.

#4. "젊은 놈이 몸 사리긴..."

작업 도구를 받고 간 곳은 지하 기계실이였다. 출입문에는 '이곳은 산소가 결핍될 수 있는 곳'이라고 적혀있었지만 경고문구에 따라 산소호흡기를 쓰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경고문이 효력을 상실한 것인지 사람들이 그냥 작업하는지 주위에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젊은 녀석이 몸사린다며 혀를 차는 반장 질책 뿐이었다.

계단을 통해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눈에 거대한 기계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이 꽤 높아보였으나 천장에는 온통 배관들이 얽혀있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안의 공기는 상당히 탁했고 먼지가 많았다.

기계들은 웅-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어서 주위가 산만해 졌다. 

조금 정신을 차리자 머리 위 배관에는 스티커로 염산 폐수, 불산 폐수, 산 폐수 이런 스티커들이 붙은 배관들이 있었다. 또 주위 표시가 붙은 배관들이 칡덩쿨처럼 얽혀있었다. 공정에서 사용하고 나온 산-알칼리 오폐수와 냉각수 제어 장치가 있는 곳으로 보였다.

#5. 산/알칼리 폐수 배관 아래 작업을 시작하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업. 새로 설치된 전자 기계들을 정비하는 일이다.

용접팀과 같이 용접도 하고 팔목보다 조금 가는 전선을 깔기도 하고, 다른 장치와의 연결을 위해 기계 설비에 구멍을 내는 일도 했다.

그런데 작업하는 곳이 하필 불산, 질산, 산 폐수라는 선명한 스티커가 붙은 곳 아래였다. 

먼저 일하던 사람들은 고함을 쳐가며 일하느라 정신 없는데 기자와 또 다른 신참은 혹시 저 폐수관에서 뭐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더운 실내에서도 작업 잠바를 꼭 껴입을 수밖에 없었다.

일하는 내내 가끔 관을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친 우리 둘은 머쓱해하기도 했지만 위에 방수 천막이라도 하나 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이내 천막이 설치되도 산/알칼리 폐수에는 별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에 이르다 반장의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6. 공장 배관을 정글짐 삼아

반장이 손으로 비계 위를 오르는 사람을 가르치고 있었다.

배관 위 먼지에 발자욱이 찍혀 있어서 몇 걸음 따라올라가기는 쉬웠지만 비계만으로는 작업 장소까지 올라갈 수 없었다.

배관을 정글짐 삼아 올라가는데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배어나왔다.

손에 쥔 공구가 여간 걸리적 거리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오른 사람은 4미터 앞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끙끙대며 올라가니 아래 쪽이 약간 아찔하게 느껴졌다.

어제 얼핏 고소공포증 없냐는 팀장의 말이 기억이 났다.

"이런 거 였구나."

올라가 전기 배관을 찾아 고정시키는 작업을 이어갔다.

헐리우드 영화 속 공장 장면에서는 공장마다 옆에 통로가 잘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이 공장에는 통로는 없었고 배관들이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야 거기는 밟으면 안 돼."

소리에 놀라 밑을 보니 밑 배관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다.

철제 배관 사이 사이에 플라스틱 배관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플라스틱 배관은 철제 배관이어서는 안되는 화학물질이 지나가는 곳이라고 한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나 철을 녹이는 화학물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밑에 관리자는 안전보다는 배관을 상하게 할 수있다는데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소음, 분진, 무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유해 용액 속 비정규직 생활. 그것은 구두 없이 걸어야 했던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CBS사회부 김정훈 기자, 수습기자 조기호, 수습기자 육덕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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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비정규직, 그것도 강도높고 위험천만한 생산직.
산업혁명 직후 영국의 말도 안돼는 노동자들의 생활상이 머리속에 얼핏 떠오르네요.
아니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오렌지 농장 노동자들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사회의 양극화니 어쩌니 하는 표면적인 문제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자체가 산업혁명 당시로 퇴보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쉬운 생각만 가득할 뿐입니다.

과거 힘들었던 시절, 어려운 환경과 박봉을 마다하지 않으며 이 나라의 발전만을 위해
피땀흘리신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일구어 놓은 눈부신 발전이
결국 몇몇 사람만을 위한, 그들만의 발전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성장이 부족한가요?
아니, 성장이 부족하다는 표현은 잠시 접어두고, 좀 더 균형있는 성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간 이 나라는 '고도성장', '선진화' 라는 기치 아래
오로지 숫자놀음에 불과한 통계적 성장만을 거듭해 왔습니다.
수출 5000억불 달성이니, 국민소득 20000불 달성이 멀지 않았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몸으로 실감하시는 분들,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은 서로 뜻이 달라 박터지게 싸우고 다시는 보지 말자고 갈라서 버렸습니다.
아이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죠. 
그러다 보다못한 어느 사람이 아이에게 먹을것과 입을것을 조금 나누어 주었습니다.
부실한 영양공급에 허덕이던 아이의 몸은, 어느새 서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팔과, 다리와, 머리와, 몸통이 나뉘어 서로 영양분을 더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머리가 다른 모든 몸을 지배하여 자기 혼자 영양분을 다 차지하고 성장하기 시작했죠.
얼굴만, 머리만 보면 이 아이는 어느 새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몸통과 팔다리는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했습니다.

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한 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머리통만 커져버린, 비정상적인 성장을 이젠 그만 멈추고
그동안 독식하던 영양분을 팔다리와 몸통에게도 나누어주어야
균형있고 아름다운 성장과 발전이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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