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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말: 제가 도울 수 있어요.
게시물ID : military_758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되돌아온빌런
추천 : 26/14
조회수 : 1420회
댓글수 : 52개
등록시간 : 2017/05/07 17: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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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분란조장 글이니 신고를 먹이시면 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말이 "제가 도울게요" "제가 나중에 힘이 되어드릴게요" 이런 겁니다.

가장 역겨운 건... 마지막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으려면

사람이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에게 뭔가 특별한 기대를 하는 순간

반드시 어떠한 형식이든 배반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걸 인정해야

즉, 기대를 반쯤 덜어놔야 진정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겁니다.

이건 '나'를 위해 인간이 모두 선한 존재여야 한다는 막연한 본질론에 근거한 기대감대신

인간이 스스로를 위해 존재한다는 실존적 깨달음과도 같은 겁니다.

갑자기 웬 인간불신론이냐고요.

제가 그렇게 긴 인생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아주 특별한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실험의 주체는 순전히 '운'입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99%의 사실과 1%의 기억의 왜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워낙 현실감 없는 이야기라 거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쩌면 그날 저와 같은 공간을 공유했던 분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말이 거짓이라면 제 인생에 다가오는 어떠한 불행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통근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대략 10시가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기차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한 고등학생이 선로 밑에 누워있다고 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슨 고통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죽고 싶다는 비명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친구가 자살을 하려 선로 위에 누웠는데,

기차의 구조를 잘 몰랐는지

하필 선로와 선로 사이에 세로로 누워서

기차가 이 학생 위를 그대로 지나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하필 운전수가 뒤늦게 학생을 발견해서

부랴부랴 기차를 세웠지만

기차 밑에 학생이 누워있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제 기억으로 대략 30분 정도 기차가 멈췄던 것 같습니다.

학생은 서럽게 울면서 그냥 죽게 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필 또 그 위치가 제가 탄 칸의 근처였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 비극적이므로

그저 하나의 실험이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저는 묻겠습니다.

여려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1. 경찰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차분히 기다린다.

2. 기차에서 내려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스스로 나오도록 설득한다.

3. 우선 학생의 안전이 걱정되므로 힘으로라도 학생을 끌고 나온다.


답을 정하셨습니까?


그럼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가 타고 있던 칸에는 대략 4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 40명은 모두 소위 "시민"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이었는데요.

그 "시민"들이 어떤 일을 했을까요?

먼저 서 있던 한 아저씨가 발을 쎄게 여러 번 굴렀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정확한 워딩은 잘못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죽어라 죽어! 빨리 가야 되는데 왜 여기서 지랄이야!"

분명한 건, 그 누워있었을 친구와 우리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소리가 통하는 거리였다는 겁니다.

왜냐면 전 그 친구의 울음과 죽여달라는 애원을 선명히 들었으니까요.


자 그러면 다음 문제 나갑니다.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1. 정신질환자이므로 신경을 끈다.

2. 점잖게 타이른다.

3. 화를 내며 제지한다.


답을 정하셨나요??

그럼 다시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죠.

그 아저씨의 행동에 대해

수십명의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잘한다 잘해!"(이 워딩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부터 시작해서 아저씨의 행동에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신이 난 아저씨는 더욱 오바액션으로 바닥을 구르며

죽으라는 말을 퍼부었습니다.

젊은 여성의 하이톤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학생은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었으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집이 부도가 났을까요, 아니면 실연을 당했을까요, 

어린 나이에 극복 못할 병을 얻어 충격을 받았을까요, 아니면 성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그날 보았습니다.

시민들이 모이면 어떤 숭고한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요.

당연히 그 학생을 위해 기차에서 내리는 수고를 감수하는 사람은 없었고

학생을 죽이자는 저주와 그에 찬동하는 박수만이 있었습니다.

더 안 좋은 건, 기차는 한 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날 기차에 몇 명이 타고 있었을까요...

"문화시민"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이렇게 씁쓸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저를 시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타고난 소시민이죠.

해서 소시민으로서 낼 수 있는 수준의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죠.

참고로 저는 "성악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편입니다.

목소리가 좋고 큰 편이라고 자부하죠.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욕을 했습니다.

10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 아들이 저기에 누웠을 때,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저주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저러고서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자부한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기차는 정적 속에 20분을 더 달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 때 노란리본을 달았던 사람들의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주인공 알료샤의 스승인 조시마에게 찾아온 여성은 말합니다.

자신은 상상 속 인류에 대한 사랑에 가슴이 벅차면서도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못하다고 합니다.

저는 노란리본을 전자의 사랑이라고 봅니다.

당위로서의 사랑이지, 진실이라고 봐주기 어렵습니다.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희생자를 

저는 애도합니다.




저는 시민의 자격은 없는 사람입니다.

아직 시민으로서 충분하다고 보지 않고

아무래도 평생 글러먹은 듯합니다.

시민들이 말하는 '선함'의 기준은 저와는 맞지 않는 듯합니다.



소위 명문대라고 부르는 곳 앞 거리에서

길을 가다 치마가 뒤집혀

속옷을 그대로 내놓은 여성분을 보았을 때,

쓸데없이 걸음마저 빠른 그 여성을 따라잡아

치마가 뒤집혔노라고 속삭여줄 때까지

그냥 말없이 지나쳐온 문화시민들을

뼛속까지 혐오하는 저는 시민의 자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기차에서 왜 저는 혼자라도 나가서 그 학생을 돕지 못했을까요?

그건 제가 시민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저는 그저 남을 욕하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 점을 인정하겠습니다.

행동은 없이 말만 유식한 척 늘어놓는 

위선자가 바로 저입니다.



"시민"들이 추구하는 고매한 경지를 저는 아무래도 도달하기 어려울 것같습니다.

인류에 대한 사랑이요?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길 원한다고요??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데, 앞서서 목소리를 낸다??


니체 식으로 순화해서 말하면

아주 역겹습니다. 구역질이 웨에엑하고 납니다.

그 꼴이 "독거미"와 같습니다.


위선도덕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증오심에서 나옵니다.

증오심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상대보다 강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에서 나옵니다.

그럼 위선도덕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도덕과 윤리의 이름으로 강자를 약자에게 굴복시키려는 노예도덕으로 구현됩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세워 평균화로서의 평등을 내세우는

위선자를 만들어 냅니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의 말을 인용하는 게 유행인 듯하여

저도 인용해보았습니다.

그런 독거미를 증오하는 저도 어느새 독거미가 되어 있군요.



자신의 이익이 아닌, 어떤 숭고한 당위나 타인의 가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모든 이에게 이 한 마디 바칩니다.

입으로 족구하지 마십쇼.

어디 추하고 더러운 얼굴을 어설픈 화장과 거짓 미소로 숨기려고 합니까?

차라리 솔직하게 자기 이해관계와 추악함을 말하는 자를 저는 사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1따봉 남기고 갑니다.


images (2).jpg-> 신고 사유로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다름 아닌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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