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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후기
게시물ID : travel_23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urelius
추천 : 10
조회수 : 147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5/04 22: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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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다녀왔습니다! 어제 막 귀국했네요 ㅎㅎ

1.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703년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철저하게 계획해서 세운 도시입니다. 야만(?)의 시대를 뒤로 하고 서구화를 통한 부국강병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건설한 도시이죠. "나타샤 댄스: 러시아 문화사"의 저자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야말로 "포템킨 마을potemkin village"의 원조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시. 그렇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기 위한" 도시입니다. 표트르 본인이 서유럽에서 보았던, 그리고 감탄했었던 많은 풍경을 그대로 러시아에 이식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특히 암스테르담을 좋아했는데, 이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암스테르담과 유사한 건축양식이 즐비하고 또 유사한 운하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서유럽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을 모방한 카잔대성당, 서유럽의 바로크 양식을 모방한 성이삭대성당 등 서유럽의 기념비적인 건물들을 옮겨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서유럽 짝퉁 도시들과는 당연 차원이 다릅니다. 미학적 감각을 중시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인들은 서유럽보다 더욱 서유럽 같은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고 이들은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2. 러시아인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종교적인 거 같습니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로 종교는 "인민의 아편" 취급당하면서 박해받았는데, 러시아인들의 마음에 "정교회"는 결코 박멸할 수 없는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카잔대성당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한 성당입니다. 러시아인들은 이곳에 입장할 때 무슬림처럼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입장하는데 노인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각종 성화 앞에서 삽자성호를 긋고 절을 하며 또 성화에 입을 맞춥니다. 심지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카잔성모성화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자신이 입을 맞출 수 있는 차례를 기다립니다. 사실 서유럽에서는 요즘 거의 찾아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프랑스나 독일 또는 영국에서 젊은 여인들이 스카프를 두르고 경건하게 예를 표하는 모습은 정말 희귀하니까요. 정교회는 역시 러시아의 영혼을 담고 있는 모양입니다.

3.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백인도시입니다. 여러 인종이 섞여서 사는 서유럽 대도시들과는 달리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백인이 95퍼센트 이상인 거 같습니다. 그만큼 러시아가 "덜" 세계화 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데, 다른 한편 서유럽 극우파가 왜 러시아를 부러워하는지 언뜻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인종차별적인 태도나 언행을 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관광객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서유럽에서 가끔 겪었던 기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4. 푸틴은 이미 관광상품입니다.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이 그려진 머그컵이나 티셔츠 등이 길거리 상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 등에도 즐비하더군요. 역시 푸짜르의 위엄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모든 러시아인이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지 투어 가이드를 해주었던 러시아인 가이드(28세 러시아 여성인데 비정상회담 패널들만큼 한국어를 잘하더군요)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푸틴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 인구가 1억4천만인데 그 중 러시아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푸틴 한 명밖에 없는걸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5. 현지 호스텔에서 같이 숙박했던 한 우크라이나인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의외였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최악인데, 어떻게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여행 올 생각을 했던 것인가... 아무튼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꽤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은 키예프 출신인데, 유럽 여기저기 가봤는데 상트를 꽤 좋아한다고... 이번이 네번째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그에게 유로마이단(친러파 대통령을 몰아낸 우크라이나 1차 혁명)에 참가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참가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열심히 참여하다가 나중에는 관망하게 되었다고. 그는 이어 처음에는 다들 좋은 뜻으로 혁명(?)을 시작했는데, 상황은 점점 안좋아졌고 무엇보다 경제가 폭망(...)해서 더욱 힘들어졌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은 계속 시위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고 하고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도 최악이거 크림반도까지 빼앗겨서 더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근데 그는 꽤 합리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크림반도를 무단점거한 것은 싫지만 러시아인들은 좋은 사람들이고 반감 같은 거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마치며 아시아는 태국밖에 안가봤는데 언젠가 일본이나 한국에도 여행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6.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와이파이 그리고 콘센트가 굉장히 잘되어 있습니다. 핸드폰 충전할 필요가 있으면 바로 카페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카페 화장실까지!! 완전 깨끗해요. 서유럽 파리 같은 곳과는 비교불가. 물론 카페 화장실 이용하려면 카페에서 주문을 하긴 해야 합니다. 

7. 지하철은 정말 아주 아주 아주 깊습니다. 우리나라 이태원 이대입구역은 상대도 안 됩니다. 이대역 3배 정도로 깊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에스칼레이터 속도도 매우 빨라서 함부로 막 걸어서 내려가면 안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공습에 대비해 아주 깊게 지었다고 합니다. 북한도 러시아에 영감을 받아 지하철을 지었다고 하는데, 만약 이 정도 깊이라면 공중폭격은 시민들에게 별 타격은 못줄듯 합니다. 

일단 생각나는 건 여기까지. 

암튼 좋은 경험을 한 거 같습니다:D

모두 연휴 잘들 보내시고, 투표 꼭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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