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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응급실이야기를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갈래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응급실이 어떤 공간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멀어 보이는 시민과 의료진 사이를 이어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리라 꿈꿔봅니다.
오늘부터 10여 편으로 이어지는 응급실 이용 팁을 연재하려 합니다. 6월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책에서 응급실 이용 팁 보강을 위해 고민하다 주제를 정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제는 응급실 3대 중증 질환의 하나인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관한 내용입니다. 쿠키건강 TV라는 채널에서 데일리 건강 75회 방송 출연했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응급질환에 대해 알아두시고 응급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위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https://youtu.be/r2BwD37_fp[응급실이야기] 응급실 이용 팁
이번에는 뇌혈관 질환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뇌혈관 질환에는 앞에 말씀드린 심혈관과 마찬가지 기전들로 뇌혈관이 좁아지다가 완전히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 있고, 반대로 높아진 혈압을 못 이기고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이 있습니다.
뇌경색은 반신마비, 구음장애가 나타나는 게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데, 두통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갑자기 한쪽 팔, 다리가 내 맘처럼 안 움직이거나, 말을 하고 싶은데 잘 나오지 않거나, 입이나 혀가 잘 안 움직여서 침을 흘리거나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다양한 이유는 뇌경색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서 증상이 다 달라서 그렇습니다. 위치에 따라선 소뇌경색이라고 해서 어지러움만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뇌간에 경색이 와서 의식저하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는 심근경색처럼 발견 즉시 응급실로 옮겨서 뇌세포가 완전히 죽기 전, 빠른 시간 안에 혈관을 다시 개통해서 산소 공급을 해주면 뇌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다가 발생해서 아침에 발견된 뇌경색이나 요즘 혼자 계신 노인들이 많은데 이렇게 혼자 계시다 뇌경색이 생겨서 바로 대처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이미 뇌세포가 손상된 뒤라 치료에도 한계가 생기고 회복도 한계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출혈은 뇌경색처럼 반신마비, 구음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뇌출혈의 양이 많으면 의식 장애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마비 증상 없이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요, 지주막하 출혈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수련의 시절에 의식이 명료한 20대 중반 여자 환자가 심한 두통을 주소로 응급실로 온 적이 있었는데요, 지주막하 출혈을 확인하고 수술 준비하면서 보호자께 급히 연락했는데 보호자가 오시는 사이에 경련하면서 의식이 없어져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치료는 혈관이 막혀서 생긴 질환이 아니라 터져서 생긴 출혈성 질환이기 때문에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양이 많지 않은 경우는 중환자실에서 혈압만 조절하면서 관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혈양이 늘기 전에 조치가 빠를수록 뇌기능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계획이 중요합니다.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우리나라도 혈관질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육류 위주 식생활과 사회생활에서 피하기 어려운 잘못된 음주문화도 급증하는 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혈관질환의 위험 군으로 보는 나이도 점차 낮아져서 이제 30대에 고혈압이나 협심증, 40대 심근경색을 앓게 되는 분들을 쉽게 보게 됩니다.
특히 고혈압 같은 경우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서 치료받지 않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치료받지 않는 고혈압은 뇌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럼 약만 복용하면 괜찮으냐.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반대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 군에서는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올라갑니다. 좁아진 수도 파이프가 터질까 봐 압력을 줄이기 위해 큰 파이프인 대동맥의 혈압을 억지로 낮추면, 뇌혈관을 포함해 우리 몸 말단 곳곳에 있는 혈관에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막힐 가능성이 올라가게 되겠죠? 이게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현실이고 당장 현미식과 저염식, 채식 위주의 식단을 되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질환 군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왜 지금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 수 없겠지요.
글쎄요, 심혈관 질환이 급사의 원인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심근경색의 경우 급사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니까요. 하지만 협심증 단계에서는 적절한 치료계획으로도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가슴 통증이 있다면 쉽게 넘기지 마시고 꼭 가까운 병원에서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뇌혈관 질환의 경우 뇌출혈은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경색은 급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하지만 뇌경색으로 오는 반신마비와 구음장애, 이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미리 뇌혈관 질환의 증상에 대해서 잘 알아두었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빨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미리 말씀드려야 할 내용으로 뇌졸중이라는 표현에는 뇌경색과 뇌출혈, 두 질환이 혼합된 표현입니다. 뇌출혈이든 뇌경색이든 발생한 위치와 크기에 따라 반신불수 외에 구음장애, 어지럼증, 구토, 의식장애, 시야장애 같은 증상들이 하나만 나타날 수도 있고 혼합되어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뇌경색이라도 대뇌 중에 두정엽 쪽에 오면 반신불수가 많이 오지만 소뇌 쪽에 오면 어지럼증만, 전두엽 쪽에 오면 성격 변화, 후두엽 쪽에 오면 시야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좌측과 우측에 따라서도 증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언어중추가 좌측 뇌를 중심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많아서 좌측 뇌졸중의 경우에 구음장애가 더 흔합니다.
뇌혈관 질환도 회복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초기 뇌경색 증상이 발생하고 3시간 내에, 늦어도 6시간 이내에 혈관 시술이 가능한 응급실에 이송되게 되면 기회가 있습니다. 몇몇 검사와 문진을 거친 후 즉시 의료진이 혈관을 통해 혈전용해제를 주사하게 되고 필요한 경우 막힌 동맥을 직접 뚫어주는 동맥 내 혈전 용해술을 시행해서 완전히 기능을 회복시키기도 합니다. 뇌출혈도 마찬가지로 양이 적으면 혈압조절과 뇌압 조절의 약물치료로, 양이 많으면 출혈부위를 막아주는 시술 내지는 수술로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역시 시간이 관건이죠.
하지만 이 골든타임을 지나가버리면 기능의 회복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이럴 땐 초기 한 달간 시행하는 급성기 재활치료를 통해서 손상된 뇌기능을 다른 뇌 부위에서 대신 기능할 수 있도록 운동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를 진행하게 됩니다. 아직 우리나라엔 급성기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얼마 없는데요,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치료임에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특성상 중요한 치료시기를 그냥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고혈압, 당뇨, 흡연 등 앞에 얘기한 고위험군 요소가 있는 분이 간혹 가다 어지럼증이 발생하거나 반신마비, 구음장애, 시야장애가 있다가 저절로 호전되었다면? 이럴 때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이런 경우를 일과성 허혈성 발작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는 지체 말고 뇌혈관센터, 또는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정도가 심하거나 외래를 볼 수 없는 시간이거나 당장 증상이 발생한 상황이라면 바로 응급실에서 도움을 받으셔야겠죠.
뇌혈관 질환의 경우에는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머리 CT 검사를 시행합니다. 만약 뇌출혈이 확인되면 뇌혈관 조영 CT를 통해서 출혈의 원인이 되는 혈관을 찾아서 시술 준비를 하고 뇌혈관 조영술을 들어가서 출혈부위를 막고 필요하면 고인 혈액을 빼내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뇌경색의 경우엔 응급 MRI 검사를 시행하거나 뇌혈관 조영술을 들어가서 막힌 혈관을 찾아내 뚫어주는 시술을 하고 더 이상 막히는 혈관이 없도록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앞서 짚어드렸던 고위험 요소들을 내 생활에서, 내 가족의 곁에서 멀리 두도록 하는 겁니다. 다시 한번 한 가지씩 짚어드리자면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비만. 이 질환군은 나이를 먹는다고 무조건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서 생기는 질환이죠. 저염식과 소식, 현미채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지켜나가면 충분히 멀리할 수 있는 질환들입니다. 그러려면 아주 단단한 결심을 하고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 저염식과 소식은 초기에 한 달 정도는 힘들었지만 억지로 해보고 나니 이후에는 편해지면서 지금은 완전히 몸에 익게 되었고요, 현미채식과 운동은 완전하진 않지만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하루에 푸시업 100개를 목표로 두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먹거리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태초 먹거리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람마다 나이 때마다 성별마다 다르게 설정해야 하는 것이니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시고 꾸준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술과 담배인데요, 적절한 알코올, 하루에 맥주나 와인 한두 잔은 혈관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음주문화라는 게 그렇죠,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고 양도 많이 먹고, 취할 때까지 먹는 게 지금의 우리 술 문화입니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죠. 건강을 위해서는 큰 결심을 가지고 딱 끊어줘야 하는 부분이고요, 담배도 마찬가지로 백해무익하고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니만큼 결심을 했으면 딱 끊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확신을 가지고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앞에 말씀드린 내용 지키기만 하면 건강, 생각보다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 http://csj3814.blog.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