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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응급실이야기를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갈래에 선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응급실이 어떤 공간인지 알리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멀어 보이는 시민과 의료진 사이를 이어주는 따듯한 소통의 장이 되리라 꿈꿔봅니다.
오늘부터 10여 편으로 이어지는 응급실 이용 팁을 연재하려 합니다. 6월 출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책에서 응급실 이용 팁 보강을 위해 고민하다 주제를 정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제는 응급실 3대 중증 질환의 하나인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관한 내용입니다. 쿠키건강 TV라는 채널에서 데일리 건강 75회 방송 출연했던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응급질환에 대해 알아두시고 응급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위험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응급의학과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이유가 뭔가요?
응급실은 촌각을 다투는 위기에 빠진 환자들이 많이 오시는 공간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긴급함을 요하는 3대 중증질환이라는 질환 군이 있는데요, 이 지면을 통해 얘기할 심혈관 질환 중 심근경색, 뇌혈관 질환 중 뇌경색과 뇌출혈, 그리고 중증 외상을 얘기하게 됩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가 응급실에서 보게 되는 가장 긴급한 질환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심혈관 질환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심혈관 질환은 우리 가슴에 있는 심장을 둘러싸면서 심장 근육을 먹여 살리는 세 갈래로 나눠진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심혈관이 좁아져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혈관이 좁아지는 이유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같은 이유로 혈관 벽이 딱딱해지면 혈관 안쪽으로 피딱지가 엉겨 붙으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수도 파이프가 오래되거나 녹이 슬면 그 주위로 물에 있는 금속성 무기물들이 엉겨 붙으면서 점점 좁아지죠. 그 좁아진 정도에 따라 경한 상태부터 안정 협심증, 불안정 협심증, 심근경색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 사이에 변이형 협심증 같은 기타 질환들이 있는데 이 부분도 추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협심증은 보통 심혈관이 50% 내외로 좁아진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증상은 대표적으로 흉통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통증이나 콕콕 쑤시는 듯 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은 대게 1분에서 5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더 자주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등과 어깨, 턱이나 팔로 통증이 이어지는 방사통이 있는 경우가 있고, 예전에 학생 때 배울 땐 좌측 흉통에서 협심증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었는데 최근 나온 논문에 의하면 좌측 흉통이나 우측 흉통이나 비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까 왼쪽 흉통이 아니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한 예전엔 남자는 45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고기 위주의 식생활과 운동부족이 만연해 있잖아요? 그래서 30대 협심증, 40대 심근경색은 자주 보는 수준이고요, 심한 경우는 20대 협심증과 30대 심근경색까지 보게 됩니다. 20대 협심증으로 오셨던 분 같은 경우는 10대 중반부터 사회생활하면서 술, 담배를 일찍 배웠고 회식을 매일같이 하느라 육류 위주의 식사에 익숙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혈압도 높은데 응급실에서 고혈압이란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하고……. 위험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젊은 나이에 혈관 질환이 오게 되는 것을 임상에서는 직접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로 불안정 협심증은 보통 심혈관이 90% 가까이 좁아졌을 때 나타나게 됩니다. 협심증 같은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지거나 불규칙하게 심장이 뛰는 부정맥이 잠깐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상당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응급의학과에서는 불안정 협심증에 대해서 심근경색과 같은 치료로 대응하라고 배울 정도로 위험한 상태입니다. 흉통이 1분에서 5분 오는 안정 협심증 상태에서도 빨리 병원을 방문하셔야 하지만 5분을 넘어서는 흉통이 발생하면 지체 말고 119 구급차를 통해서 안전하게 응급실에 오셔야 합니다. 괜찮겠지 하고 한두 번 넘어가다 보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선을 넘게 되시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변이형 협심증은 뭔가 하고 궁금하실 수 있는데 변이형 협심증은 새벽에만 흉통이 발생하거나 스트레스 상황, 담배 피우는 상황에서 발생하지만 심혈관 조영술 검사를 해보면 혈관은 그리 좁아져있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 약물 유발검사라 해서 심혈관에 스트레스 호르몬과 비슷한 약물을 투여하면 불안정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처럼 심혈관이 확 좁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혈관이 경련을 하듯 하는 건데 이런 특징 때문에 변이형 협심증은 위험하긴 위험한데 진단하기는 더 어려운 그런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근경색은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혈관 안쪽에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반응이 갑자기 진행되어 심혈관이 완전히 막히거나 몸 어딘가에서 생긴 작은 혈전, 피딱지 같은 것이 날아와서 심혈관을 완전히 막아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가슴 통증 양상은 코끼리가 발로 밟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이라고 보통 얘기들 하시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당뇨가 오래되거나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별로 아픔을 못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현장에서 바로 사망하거나 이송 중 사망할 가능성을 30%, 병원에 도착해서도 치료 도중 사망할 가능성을 30%라고 설명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입니다. 긴급한 상황을 넘겨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심장 근육이 일부 죽어서 괴사가 진행되어 버리면 심부전 같은 합병증이 발생해서 환자분들이 평생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뇌혈관 센터가 24시간 비상 대기 중인 병원들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준비해서 대부분 30분 안에, 늦어도 한 시간 안에 심혈관 조영술과 스텐트 삽입 시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의 경우에는 역시 흉통, 가슴통증이죠. 고위험 군이라 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 비만, 가족력, 40세 이상 이런 요소를 가지신 분이 어느 날부터 계단을 걸어 오르려 하면 가슴이 뻐근해지고 조여 온다, 그럼 지체 마시고 심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근데 그 통증이 쉬이 사라지지 않고 더 심한 날이라면 절대 그냥 넘기지 마시고 119 통해서 적절한 응급실로 오셔서 바로 치료받으셔야 합니다.
치료방법은 질환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다양한데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막힌 혈관을 뚫어주기 위해서 빨리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 그 시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최대 1시간 이내, 늦어도 3시간 이내라고 알고 계시면 되겠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심혈관 질환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심전도를 찍어서 어떤 부위가 어느 정도 막혔을지 대략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응급처치로 심혈관 확장제를 쓰면서 시간을 벌고 동시에 심혈관 조영술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라면 바로 조영술에 들어가서 좁아지거나 막힌 혈관을 풍선확장술로 열어주고 스텐트 삽입술로 다시 막히지 않게 조치해주는 것이 급성기 치료이고요, 이후에 심부전이나 재협착이 오지 않게 약물치료를 함께 해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실제 상황을 예로 들어드리겠습니다. 저희 장모님께서 새로 오픈하는 음식장사를 준비하시면서 좀 무리가 되셨는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이 발생했습니다. 괜찮겠지 하고 며칠 버티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근처 내과를 가서 심전도를 찍었는데 심상치 않은 심전도가 나왔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모셔서 심장내과 선생님과 상의해서 심혈관 조영술을 바로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른쪽으로 주행하는 관상동맥이 95%나 막혀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이 왔었는데 일하느라 바쁘시고 또 평소에 통증을 잘 참는 성격이시다 보니까 그냥 버티다 큰일 치르실 뻔했던 겁니다.
장모님은 불안정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발견된 경우였지만 더 악화된 상태에서 생명을 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 학창 시절 은사님께서 제가 근무하는 김포의 한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십니다. 어느 날 밤, 환자 진료를 보다 쾅쾅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은사님께서 눈앞에 와 계신 겁니다. 알고 보니 아드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아드님이 갑자기 심한 흉통을 호소하고 식은땀이 발생해 119를 부를 정신도 없이 제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아드님을 모셔왔던 겁니다. 마침 제가 응급실 근무 중인 날이었고요. 즉시 심전도를 확인한 결과 급성 심근경색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은사님도 심혈관 질환 과거력이 있으셨는데 그런지 젊은 아드님께 이런 일이 발생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른 환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설명도 치료도 다를 순 없겠죠. 아드님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더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심혈관 시술팀을 호출해 부지런히 준비한 결과 막힌 혈관을 뚫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의외로 심혈관 질환이 우리 주위에 드물지가 않습니다. 미리미리 생활습관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바꾸고 평소에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이 불상사가 우리 가족에게도 올 수 있다는 점, 독자 여러분도 꼭 염두에 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예방법과 관련해서는 뇌혈관 질환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다음 순서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http://csj3814.blog.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