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게임들이 '사냥 - 레벨 업 - 장비 업그레이드' 라는 단순 루트가 전부였다면, 마비노기는 평소 꿈꾸던 판타지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까요ㅎ 아르바이트도 하고, 양털을 깎고 거미줄로 실을 뽑아서 옷을 만들고, 악보를 만들어서 연주도 하고, 요리 재료들을 구해다가 요리를 해서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유저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는 등등.. 물론 생산 컨텐츠가 다른 게임들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만큼 현실감 있게(사실 노가다..) 구현된 게임이 없었죠.
무엇보다 더 리얼하게 느껴졌던건 직업 클래스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사냥보다 생활 컨텐츠에 집중하는 분도 있었고 아볼로 경직시키고 달려가서 두드려 패는 마검사도 있었고 다양했죠ㅎㅎ
지금이야 직업을 바꾸면서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지만,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당시만 하더라도 마비노기가 거의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무료화 이전엔 프팩을 안쓰면 2시간 제한이 있었는데 시간이 다 되면 나가기 싫어서 던전에서 캠파를 하면서 대화도 하고 음식 나누어 먹던 그 기억이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길드 정모라는걸 처음 가본것도 마비노기 덕분이었죠ㅎㅎ 현실에서도 아이디로 부를때의 그 오글거림이란.. (크큭 내안의 흑염룡이 날뛰는군..)
그러나 애석하게도 솔직히 마비노기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엔진 자체가 구형이라 게임을 감당하지 못해서 잦은 렉과 버그 등 불안정한 부분이 많은데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 엔진을 바꾸는것보다 아예 게임을 새로 만드는게 더 쉽지요.. 파판 14처럼 혁신적인 리뉴얼을 해준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회사가 넥슨인지라.. 킹든갓택2 꼴이 날 바에는 그냥 지금이 더 낫다고 스스로 위안해봅니다..
또, 키트와 세공이 등장하면서 키트와 세공에 투자하는 유저 혹은 그것들을 사기 위한 골드를 벌 능력이 되는 유저들과 라이트 유저들 사이에 큰 벽이 있다는 점 또한 마비노기의 진입장벽을 더 높게하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누적레벨은.. 뭐 마비노기의 상징적인 부분이니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게임이나 수 년 이상 꾸준히 해온 사람들을 몇달만에 따라잡기란 참 쉽지 않죠.. 마비는 그게 누렙 때문에 유독 더 심한거구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주굇수 분들이 초보자들에게 텃세를 부리지 않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참 좋더라구요.
아마도 그냥 단순히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판타지 라이프 혹은 제2의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키워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실에서도 길 잃어버린 어린이들을 보면 안심시켜서 경찰서에 데려다 주고 그러잖아요ㅎㅎ
그동안은 팀장들이 바뀔때마다 게임의 방향이 산으로 가곤 했지만 다행히도 이번 팀장은 실제로 플레이도 해보고 유저들의 의견에도 어느정도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존 스킬들을 살리는 이번 승단 리뉴얼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마비노기는 최신게임에 비해 그래픽이나 여러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저에게는 지금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원생활이나 다른 판타지 라이프를 충족시켜주는 좋은 힐링게임입니다. 그게 설사 추억보정이라고 해도요ㅎ
모쪼록 마비노기가 더 오랫동안 서비스되어 우리가 에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