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9개월차지만 1개월때 알아채기전까지 자유부인(?)으로 살았으므로 임신부 생활은 8개월 차인 한 여인네 입니다. 그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래저래 느낀 것들 적어보려고요. 대단한 건 아니고, 임신 전에는 멀고멀게 느껴졌지만 임신 후에는 가깝고도 먼나라가 되어버린 노약자석과 또하나의 이상한 자리, 임산부배려석에 대한 겁니다.
임신 전에 노약자석에 대한 괴담(?)아닌 괴담을 많이 들었어요. 노약자석에 배 안나온 임신초기의 임산부가 앉으면 노인분들이 뭐라고 한다더라, 스트레스로 배아프면 임신부 손해니 근처에도 안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요. 그런 얘기 많이 듣고 읽다보니 임신초기에는 스스로 노약자석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초기에 살이 급격히 찐 터라 운동겸 서있자,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제 마음의 의지처는 그 촌스러운 분홍색이 칠해진, 이름도 촌스러운, 임산부 배려석이었습니다. 치골통이 임신 초기부터 찾아왔는데, 그럼 진짜자리에 주저앉고 싶거든요. 노약자석은 무섭고, 비어있을때도 잘 없으니, 임산부배려석 근처에 배를 내밀고 서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거죠.
근데 참 신기한건 임산부배려석은 50대 정도의 아저씨가 많이 앉으십니다. 그리고 절대 양보를 안해주세요. 그리고 옆쪽의 노약자석에서 할머니들이 절 부르세요. 여기 앉으라고. 처음에는 분홍색 자리에 앉은 아저씨들이 그렇게 밉더이다. 근데 곧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 분들에게는 저 자리가 그저 일반석이겠지, 하는 생각요.
서있다보면 50대 아주머니들이 말을 많이 거세요.자리양보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게 참 의외였어요. 3-40대 남자분에게 자리 양보받은 적은 한번도 없네요... 평소에는 50대아주머니들에게 이리저리 밀침 당하기 바빴는데 임신 하고나니 제일 배려를 많이 받았어요.
생각과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제가 30대이기도 하고, 제 주변에 이런 종류의 배려를 매너라고 생각하고 잘 지키는 또래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임신하고 보니 제일 멀리 느껴지는게 그 30대라는 괴리.
그 후로 열심히 관찰을 했습니다. 지켜보다보니 알겠는게요, 2-30대는 여자와 남자를 불문하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지친 표정으로 핸펀을 보며 서있다가 앞에 자리가 나면 핸드폰을 보며 그대로 앉아요. 그러니 배려고 자시고, 주변에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겠지요.
그 외에 50대아저씨나 내 배를 팔꿈치로 밀며 들어온 10대 아이들(부들부들) 은 아마도 그런 거 같아요.배려를 받아본적이 없거나 그 배려가 내가 해야한다는 의식이 없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그 배려가 왜 내가 받아야 하며 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해야하겠어요. 배려는 의무가 아닌데 말이죠.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한국사람과 독일 사람이 세금에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얘기요. 한국사람은 어릴때 사회로부터 뭔가를 받은 적이 없으니 커서 사회에 환원하는 개념인 세금을 내는데도 반발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독일 애들은 대학까지 거의 공짜로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의 역할을 교육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세금을 많이 걷어도 반발이 훨씬 적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를 통해 자신의 자신들에게 환원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임산부배려석은 사실 모든 사람들의 여유있는자리가 배려받은 위에 있어야겠죠. 임산부 노동시간 축소는 적어도 일반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준수'라도 이뤄진 다음에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일이고요. 모두가 배려받을 부분이 있죠. 그런데 배려는 커녕 인권(의무적으로 지켜줘야하는) 도 지켜주지 않는 사회가 갑툭튀해서 임산부 배려좀 해줘라아아아 한들 그말을 누가 존중하겠어요.
임산부 배를 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이면 누구든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아야 할 일이고,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그 사람에게 줄 일이에요. 사실은 모두가 모두를 배려해야 하는 거고, 그 속에서 임산부도 곁다리로 배려받을 수 있는 게 좋은 거 아닐까...
배 나온 사람 보면 자리를 비켜주세요! 하기에, 저는 그동안 누군가의 인권이 존중받지 않는 순간을 쉽게 모른척해온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네요. 배려이전에 사회가 인권을 존중해주기를, 그래서 존중받은 누군가가 그 여유를 주변에 나눠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한줄요약 투표를 잘하자
출처
앞자리에 앉아있던 20대 청년이 나와 눈을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려 핸드폰 게임을 하였으나 불안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고 그걸 지켜보는 나아아아~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직장생활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