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대학생인 나는 요즘은 정말 무소유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나는 도서관 죽돌이로 약속이나 일정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가서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오는게 내 일상.
다른 애들이 피씨방, 노래방, 술집에서 노는 동안 저는 도서관에서 때론 혼밥도 하면서, 소소한 일과를 보냈지.
솔직히 전혀 외롭지 않았어. 친구들이 같이 놀러가자고 하면 귀찮을 때도 많아서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거든. 난 혼자 지내는걸 좋아했으니
그런데 최근, 같은 과 동기중에 엄청 예쁘고 착하고 순수한 여자애가 있는데, 그녀도 갑자기 도서관 죽순이가 된거지..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겼지. 솔직히 그녀를 보는건 기분이 좋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어.
근데 그녀가 나한테 다가와서 하는 말이
요즘 동네에 범죄도 많이 일어나고 해서 집에 혼자 가기가 무섭다. 같이 갈 친구를 못 구했다. 그래서 집에 가는 시간이 비슷하면 오빠가 같이 가 주실수 있냐고 하는거야.
나는 흔쾌히 좋다고 하고 그 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집에 갔지.
이 날부터 나는, 그녀와 함께 집에 같이 가는게 일상이 되었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가는게 나쁘지 않았어.
며칠전엔 비가 왔었는데 우산이 마침 하나밖에 없었던거야. 그래서 내가 우산을 들면서 서로 밀착하면서 함께 집에 왔지.
그 순간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집에 오고 자려고 누웠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까 그 상황이 두근거리는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져버린 거지
그녀와 함께한 그 찬란했던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내 삶의 낛이 되어버린거야.
하지만 최근에,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 동기가 그녀가 도서관 죽순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부엔 큰 관심도 없던 친구가 갑자기 도서관 죽돌이 코스프레를 시작한거야.
금도금을 한다고 금이 되는게 아닌 것처럼, 노는 걸 좋아했던 그 녀석은 도서관에 매일 나온다고 해서 공부는 거의 안하고 핸드폰 게임이나 노트북으로 유튜브나 봤지.
그러면서 그 녀석은 자연스럽게 나와 그녀의 소중한 걸음에 끼어들었고 어느덧 셋이서 집에 가는 상황이 되어버린거야
나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그녀가 먼저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이상 먼저 요구를 하지 않는 편인데
그녀석은 좋은 말솜씨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단번에 같이 집에 가는길에 동참했고 심지어는 단둘이 도서관에 오는 시간도 만들었지.
나도 내가 찐따인거 잘 알아. 나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소심한 바보거든
그 녀석의 등장으로 내 소중했던, 지금은 환상처럼 느껴지는 그녀와 둘이서 하는 동행은... 내 삶의 큰 낛이었던 그 일상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이대로 3명에서 함께하는 애매한 길을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그 둘의 추억이 만들어지는걸 지켜봐야 할지... 솔직히 나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는 그녀석의 말솜씨와 친화력을 이길 자신이 없거든..
정말... 그녀를 좋아하기 전의 나의 사소한 일상이 지금은 너무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