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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 존치에 대한 얘기가 이번에도 나오는군요...무리는 아닙니다. 그 때도 나왔던 얘기지만, 다시 한 번 얘기해 봅니다.
저는 시게 이전에 오유 시스템 자체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유는 생각보다 상당히 권력지향적입니다. 조직된 소수가 권력을 차지하기 쉽고, 여론을 주도하기 매우 용이하죠.
문제는 이러한 권력 구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주제나, 민감함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시사'라고 봅니다.
항목을 나눠보자면...
1) 베스트/베오베 : 조회수는 수천인데, 커트라인은 고작 10/100 입니다. 이러한 베스트/ 베오베는 노출도에서 압도적인 상위를 차지하며 여론을 주도하게 됩니다.
문제는 오유가 루리웹이나 웃대, 인벤처럼 비교적 공통된 토픽이 없는 종합 커뮤니티라는 점입니다. 디씨처럼 게시판이 나눠져 있지도 않고,
다른 대형 커뮤니티들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이 아닌가 합니다.
★ 시게는? : 시사는 상당히 첨예한 주제입니다. 주로 나의 생업과 관련이 있는 주제다보니 굉장히 민감합니다. 의견이 안 맞으면 100% 싸웁니다.
싸움이 시작되면 편이 갈리는데요. 여기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직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심전심입니다. 정치 시사 자체가 첨예하다보니 관련 유저들은 찬반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거든요.
나와 의견이 맞는 글에 추천을, 반대되는 글에는 비공 폭탄을 날립니다. 딱 100명만 있으면 됩니다. 조회수는 수천 명인데, 100명만 의견이 맞으면 여론 형성이 가능합니다.
결국 다수가 싸움에서 이깁니다. 여론을 주도하는 거죠. 문제는 시게에서만 주도하느냐? 아니죠. 이 싸움이 그대로 오유 전체에 생중계 됩니다. 정치 시사에 관심이 없거나 라이트한 유저들이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2) 댓글 : 추천수가 많은 글이 튀는 구조는 다른 사이트에도 많습니다. 문제는 오유가 푸르딩딩이 2단입니다. 추천을 많이 받을 수록 더 잘 보입니다. 사람 심리가 추천수가 많으면 뭔가 맞는 말 같아 보이거든요. 뭔가 잘못 된 댓에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반대로 비공 폭탄을 받은 댓글은 블라인드 됩니다. 진짜 몹쓸짓 한 것 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대댓글 대 여섯개 달리면 금상첨화(?)입니다.
오유가 다른 사이트에 비해 존댓말과 존중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푸르딩딩이 되어서 메달 받아보고 싶은 게 사람 맘이거든요. 반대로 비공과 악성 대댓글은 받고 싶지 않죠. 상처 받잖아요. 이러다보니 듣기 좋은 말을 유독 골라하게 됩니다.
★ 시게는?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사 주제는 공격적입니다. 추천수는 더 격하게 올라가고, 비공수는 더 격하게 박힙니다. 안 그래도 베스트/베오베에서 묵살되는 소수 의견들이 댓글에서 완전히 소멸됩니다.
찬반 의견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유저들은 여기서 눈치를 보게 됩니다. 셋으로 나뉘겠죠. 다수 의견에 붙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대충 침묵하거나. 아니면 못 견디고 시게를 떠나거나.
3) 유저군 특성 : 오유는 암묵적으로 네임드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닉언죄'를 외치는 분들이 많았죠. 이 점에서 오유는 비교적 수평성을 지향합니다.
★ 시게는? :
시게는 좀 독특합니다. 잘 보면, 시게에는 스피커 유저들이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그 사람의 특정한 정치적 주장이 다수 유저군의 입맛에 맞기 때문입니다. 굳이 네임드로 지정되지 않아도, 정치적 주장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모입니다.
문제는 그게 시게라는 소수의 테두리에서만 그럴 뿐, 오유 전체로 확장되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시게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정치적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시게 내에서는 나름 그 싸움에서 이겼으니, 눈치를 볼 일이 없습니다. 첨예한 주제도 획일화하고 마치 정답처럼 언급하게 됩니다. 그게 베스트/ 베오베를 통해서 전달되니 위화감으로 다가오는 거죠.
작년에 오유에서 유저수 조사를 하신 분이 있었는데요. 그 때 시게 방문자 수는 2위 내지는 3위였습니다. 그런데 퍼센테이지는 약 12~19% 정도로 기억합니다. 많기는 하지만 오유 내에서 절대다수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조직력이 뛰어날 뿐이죠.
<그럼 어떻게 하지?>
솔직히 전 모르겠습니다.
이미 종합 커뮤니티화된 오유에서 시게가 문제라는 이유로 분리시키는 게 옳은 일일까요?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더구나 정치는 우리의 삶이잖아요? 이용하는 유저군이 문제라고 정치 시사의 의미를 오유 내에서 몰아내는 것이 맞을까요?
또한 시게는 오유 내 시스템 상에서 나름대로 적응하고 변질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것을 유저들에게만 강요할 수 있을까요?
시스템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유의 특수한 시스템은 우리의 정체성임과 동시에 문제점입니다. 이것을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바꿔야 할까요?
복잡합니다...글이 용두사미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문제에 답을 내리기가 참 애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