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에 대해서 심상정-안철수 간의 공방은 인상깊었다. 안철수가 고수하는 입장은 “4차산업혁명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주도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 맡겨야 한다”이다. 좁게 보면 동의하나 넓게보면 동의할 수 없다. ‘넓게 본다’라는 것에서 심상정이 한 말이 잘표현하는 것 같다: “안철수 후보님의 말씀에는 기술과 산업만 있고 사람이 없다”.
사실 4차산업혁명의 buzz는 엄청난데, 아직은 두루뭉술한 개념이라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AI기술과 (이미 buzz가 끝나버린 것 같은) IOT기술이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산업의 다방면에 적용되어 이제는 인간 없이는 안될 것 같은 일들도 자동화가 가능해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안철수가 한 말 중에 한가지는 동의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1,2,3차 산업혁명과는 확연히 다르다”. 다만 무엇이 다르냐에 대해서는 안철수와 동의하지 않는다. 안철수는 단순히 4차산업혁명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 4차산업혁명은 발전할 수록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떠돌아다니는 막연한 AI공포증은 조금 과한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들을 보면 인공지능 기술이 나의 변호사도 되어주고, 기사도 써주고, 의료진단도 다 해주고 할 것 같이 쓰는데 사실 이 기술에 대해 교양수준으로 공부만 해도 그게 아직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매우 한정적이고 좁은 스펙트럼의 일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구현될 가장 현실적인 제품은 자율주행자동차라고 생각한다.
자율주행 기술만 나오더라도, 전세계 택시와 화물운전수들은 실직자가 될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우리나라와 같이 인건비가 비싼 국가에서는 이 기술은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존에 이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직무능력을 어떻게 재활용하여 재취업을 시킬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분들의 일은 기술적으로 고도화 된 일도 아니고, 만약 실직자가 된다면 기술적으로 낮은 직업으로 재취업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low-tech 일수록 인공지능이 적용되어서 대체되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지능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면 대체일자리도 없이 그냥 일자리가 순삭당하는 분야와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심상정이 지적한 것이라고 보고, 안철수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하지 않은 듯 하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은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일자리 수 증가가 전혀 기대되지 않고 오히려 감소될 것으로 보이는 4차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부의 양극화와 부의 재분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기본소득이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치부될지 모르지만, 점점 인공지능 서비스가 나옴에 따라서 기존의 실업수당이나 민간부문에서의 재취업으로 소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실직자들이 많아지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4차산업혁명 육성 좋다. 하지만 그 육성에 대한 시각은 단순히 해당 혁명을 이끌어갈 기업들과 인력들에 대해 국한되어서만은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전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같이 생각하고 혹시라도 생길 부작용들에 대해서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몇 번 남지 않은 대선 토론회 때 기본소득 이슈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 그래도 공론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출처 | https://scribble7788.wordpress.com/2017/04/26/4%EC%B0%A8%EC%82%B0%EC%97%85%ED%98%81%EB%AA%85%EC%97%90-%EB%8C%80%ED%95%9C-%EC%95%88%EC%B2%A0%EC%88%98-%EC%8B%AC%EC%83%81%EC%A0%95-%EA%B3%B5%EB%B0%A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