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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그따위
당신이 나를 어떻게 유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언제 내가 그것을 알아차렸는가가 더 중요해
당신이 내게 전화번호를 적어두라고 할 때에
난 핸드폰이 없다고 말한 건 사실이었지만
당신이 날 제멋대로 오해하도록 둔 건 돌이켜보면
썩 잘했다는 생각에 홀로 웃음 짓기도 해
나는 앉아있었어
당신은 그런 내 위에 걸터앉았고
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어
그냥 당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전부였어
알았어
당신이 더는 앉으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한결 가벼워졌지만
누군가를 이 자리에 앉힐 생각은 없어
당신도 아냐
비워둘 거야
내 어머니와
나를 사이에 두고
날 두고
놀려대던 걸 떠올려 보곤 해
하나도 서운하지가 않았어
마냥 다정하고 편안하기만 했어
아이들 문제로 다툴 때에도
속마음은 모든 게 정말로 당신 뜻대로 이뤄지길 바랐어
그렇게 될 수만 있었으면 내 마음대로 했을까
어느 날 당신의 핸드폰에 적힌 마이클의 전화번호를 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누구에게도 이런 걸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
그것만이면 좋았을까
절망이 날 놓치려 하지 않듯이
이 미련을 놓을 수 없어
당신을 가장 선명하도록 간직하고 싶어
사랑했었던 그대로
떠나고 싶어
이 편지는 보스턴에 있을 당신에게 부치는 게 아니야
다 쓰고 나면 태우지 뭐
내게 돌려주지도 못할 거
그간 고마웠어
이건 진심이야
당신이 없었다면 사랑 그따위 몰랐을 거야
그리고
사랑을 잃는 것도
알아
당신이 그때만큼은 정말로 날 사랑했다는 거
그러니 난 이 말만 하고
말아
아이들이 마이클, 잘 따른다니
그걸로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