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넉두리할 곳도 없고, 가슴은 답답하고 우울해서 끄적여봐요
저는 외동딸이고
저희 엄마는 좀 강압적으로 저를 키우셨어요
독립심이나 자립심 같은 거보다 자기 말 잘 듣고 예의바른 딸로 키우셨어요
사춘기 때는 반항도 해보고 했는데 스무살 넘어서부터는
딱히 엄마가 나 잘못 되라고 강압하시는 것도 아니니 그냥 별 생각 없이 살았는데
남친이 엄마랑 제 사이에 끼니까 머리가 아파요ㅠ
지금 제일 문제 되는 건 남친네가 집이 좀 어렵습니다
저희 집은 그래도 부모님 노후 걱정 없고 잘 사는 편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자수성가 하셨어요
정말 악착같이 안 먹고 안 쓰고 해서 지금까지 오셔서 그런지
같은 세대,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절약도 안하고 막 펑펑 쓰고 그랬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본인이 여기까지 온 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거겠죠
근데 부모님이 당장 직업이 없어서 남친한테 경제적으로 기대야하고 이런 건 아니에요
두분 다 직장이 있고, 다만 시아버님이 되실 뿐이 투자를 잘못 하셔서 모아둔 돈이 없으세요
그리고 시어머님도 굉장히 절약하시는 분이시구요
당연히 저희한테 집 해주실 능력은 안 되지만
저는 애초에 집 같은 건 받고 싶지도 않았어요
물론 해주시면 좋겠지만, 세상에 공짜 없다고 전 그것도 다 결국 제 빚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웬만하면 우리 능력 선에서 하고 싶습니다
근데 저희 엄마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세요
분명히 저는 남친네 집 어렵다 대출 받아서 집 해야된다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 엄마는 끽해야 2천~3천 대출 받으실 줄 알았나봐요
어제 한 1억 담보대출 생각하고 있다니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고작 그 돈 가지고 아들 장가 보낼 생각을 했네 어쩌네
상견례도 엄마가 먼저 하자고 해놓구선 집 문제 해결 안 되면 상견례 안하겠대요
정말 듣기 싫어요
그럼 그냥 투룸 같은 데 들어가서 살아도 되는데,
그렇다고 하면 또 머리를 싸매고 끌탕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저를 괴롭히겠죠
돈 없는 집에 시집 가면 얼마나 힘든 줄 아냐부터 시작해서 헤어져라 어쩌고
물론 딸이 넉넉한 집 시집 가는 게 여느 부모의 마음이겠죠
당연히 엄마 마음도 이해 가요
근데 대신 남친이 직장이 좋아요
전문대 나왔지만 대기업 다니고 있고 착실하고 성실합니다
반대로 저는 탄탄한 직장이 아니에요
회계 쪽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계속 일하는 거야 어렵진 않겠지만
연봉은 2배 조금 안 되게 차이나요
엄마처럼 계산적으로 이것저것 따져보면 저도 그렇게 대단한 신부감도 아닙니다
엄마가 매일 자기네들 죽으면 이 돈 다 니꺼다 그러니까 잘해라, 이런 말 하는 것도 듣기 싫어요
엄마가 소리를 지르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저는 심리적으로 위축도 많이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어제 밤에 미쳤냐고 저한테 소리 지르는 거 들으니 벌써부터 진이 빠져요
그냥 모아둔 돈 가지고 집 나와서 알아서 살고 싶은데
그럴 배짱도 없네요 저는..
남친이랑 저랑 돈 긁어모으면 1억 정도 돼요
이걸로 풀옵션인 투룸 전세 구해서 들어가고
풀옵션으로 들어가면 결혼 비용은 덩어리돈 말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 해결 될 것 같은데
대출없이 1억 투룸으로 시작해서
둘이 빡세게 모아서 한 3년 뒤쯤 조금의 대출 받아서 2억 정도 집 살 수 있을까요?
물론 혼수를 안 해갔으니 가구랑 이런 것들 다 장만 하려면 넉넉잡아 2억3천 정도 든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